비행기는 얼음을 두려워해?

비행기는 얼음을 두려워해?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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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다음날 아침 도로에서 미쳐 눈을 다 털어내지 못한 차들이 차체에 눈을 얹고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추운 겨울날 차장에 얼어붙은 서리와 눈을 떼어내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차에 쌓인 눈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면 움직이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비행기의 경우는 다르다. 겨울철 비행기를 이용해봤다면 탑승한 뒤에 제설 작업 때문에 이륙 시간이 지연된 경험을 한 일이 있을 것이다. ‘왜 미리미리 해두지 않고 손님을 태운 다음에 작업인가!’ 하고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속 사정은 그렇지 않다.

제설작업을 한 뒤에 기다리는 동안 또 눈이 내려 앉아 얼음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제설작업을 마치고 바로 이륙할 수 있도록 일부러 그 시간에 작업을 하는 것이다.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조종석은 물론 몸체와 특히 날개에 생긴 얼음을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가 이토록 ‘얼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행기는 기체 외부에 얼음이 얼면 운행을 하지 못한다. 그대로 이륙했다가는 추락 등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비행기 날개에 눈이 쌓여 있으면 이륙할 때 무게가 무거워지는 점도 있지만, 운항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행기는 엔진의 힘 외에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해 이륙한다. 활주로를 고속으로 운행하면, 날개 상부와 하부를 흐르는 공기의 압력차가 발생한다. 즉 날개 위쪽의 기압은 낮고 아래쪽은 높아지게 되는데 압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 날개에는 날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이동하려는 힘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고 떠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일 이 때 날개에 얼음이 얼어 있으면 날개 주위를 흐르는 기류가 매끄럽지 않아 적절한 압력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날개에 생기는 얼음은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형태로 생기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을 더 방해한다. 따라서 비행 전 엄격하게 기체 외부에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비행기의 얼음 관리는 지상에서의 제설 작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여름에도 얼음과 싸워야 한다. 고도 1만m는 한여름에도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높은 고도에서 수분이 많은 구름 층을 통과하면, 날개 앞부분이나 조종석에 붙어 수분이 그대로 얼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비행 중 생기는 결빙 현상은 어떻게 막을까? 우선 항로를 변경하거나 고도를 바꾸는 수동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임기응변, 정확한 기상 상태를 예측하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현재는 엔진에서 나오는 300도에 이르는 고온의 공기로 방지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날개 외피 안쪽에 공기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날개 표면을 데워두는 방법이다. 이 밖에 날개 표면을 가열하는 방법이나 날개에 부츠(boots)라 불리는 신축적인 고무 재질의 제빙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얼음이 얼면 고압의 공기로 얼음을 깨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은 소형 여객기 이하 일부 기종에서 사용한다. 또한 기체 표면에 이소프로필 알코올이 함유된 제빙 액체를 뿌려두기도 한다. 전기 히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쓰이는데 이 경우 넓은 부위는 전압의 문제로 곤란하기 때문에 조종석 앞 유리창 결빙 등 부위가 좁은 경우에 사용한다.

빌딩만한 비행기가 고작 얼음에 전전긍긍한다니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안전 앞에 작은 일이란 없다. 혹시 이 겨울, 제설 작업으로 비행기 이륙이 늦어지는 일을 경험하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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