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물베기? 물로 칼베기?

칼로 물베기? 물로 칼베기?

주제 물리학, 기계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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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도 시끄러운 소리. 옆집 김씨네가 또 싸우나 보다. “으이구 저렇게 살려면 그냥 헤어지지 뭣하러 사는지 모르겠어, 정말” 우리 어머님 말씀이시다.

그런데 아침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김씨 아저씨 출근을 배웅하는 우리의 김씨 아줌마. “그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더라니 참.” ‘칼로 물을 벤다!’ 잘라도 잘라도 잘라지지 않는 물. 즉, 소용없는 짓을 말할 때 흔히 비유하는 속담이다. 그렇다면 물로 칼을 베는 것도 소용없는 짓일까?

‘물로 칼을 벤다’라는 말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물칼(Water Knife)을 이용해 종이, 원단,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단단한 돌도, 또한 쇠도 자른다고 하니, 물로 칼을 벤다라는 말은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물칼의 원리는 무엇일까?

물칼은 초고압의 펌프를 이용해 아주 미세한 노즐로 물줄기를 분사하는 장치를 말한다. 우선 수압을 알아보자. 말 그대로 물의 압력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풀어서 말하면, 단위면적 당 작용하는 물의 힘을 말한다. 즉, 압력은 힘에는 비례하지만, 그 작용하는 면적에 반비례함을 알 수 있다.(P=F/A, P : 압력, F : 힘, A : 면적) 따라서 힘은 크게 하고 면적을 작게 하면 압력은 커지게 된다. 송곳에 찔려본 분들이나 여성들의 하이힐에 한번쯤 밟혀본 남성들은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물칼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힘을 크게 하되, 물줄기의 크기는 작게 하면 된다. 현재 국내 기술은 누르는 힘은 1cm2 당 4톤 정도의 초고압 펌프로, 노즐의 직경은 약 0.7mm~2mm 정도의 수준까지 와 있다고 한다. 이 때 노즐에서 분사되는 물의 속도는 음속의 3배에 달한다고 하니 실로 그 위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물칼의 노즐은 일반 철보다 강한 소재인 루비나 다이아몬드를 주로 사용한다.

물칼의 좋은 점은 재료를 구하기 쉽다는 점과 함께 절단 시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나 레이저를 이용했을 때는 그 비용도 만만치 않거니와 절단 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원재료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열에 약한 플라스틱이나 종이를 레이저를 이용해 절단할 경우, 절단면이 레이저의 열에 의해 변형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물칼은 절단 시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원형, 곡선 등 자유자재로 절단이 가능하다.

또한 물칼의 펌프 압력을 조절하면 철근콘크리트와 같이 성질이 다른 복합체에서 콘크리트만 분리해 낼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있다. 식재료를 자를 때 철제 칼을 사용하면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는데 깨끗한 물을 사용할 경우, 세균의 감염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물칼의 장점이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비록 약한 힘이라도 끈질기게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비록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시간의 벽을 뛰어 넘어 물을 물칼로 변화시킨 것이다.

모 스포츠 제품 광고 카피중에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카피가 있다. 이 광고 카피처럼 인류는 자연계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하나둘씩 가능한 것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현재 SF 영화나 소설에서 볼수 있지만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타임머신이나 물질전송장치들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기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 인류가 불가능하다고 한계를 느끼는 것들은 어떤것들이 될까?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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