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마음 먹기 나름이라구?

우울증은 마음 먹기 나름이라구?

주제 보건/의료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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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영화배우가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뒤 우울증에 대해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고, 명확한 발병 원인을 알지 못하는 감기 같은 병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그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의지력을 가지면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기분이 우울한 걸 병원에 간다고 낫겠느냐는 생각도 팽배하다. 이런 반응은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을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단순한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나타나는 병이며 전세계 1억여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엄연한 질환이다. 과학자들은 우울증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분투 중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산후우울증, 주부우울증, IMF 우울증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울증의 발병은 사회, 심리적인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호르몬이다.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세로토닌(Serotonin)’. 세로토닌은 뇌척수액에서 발견되는 신경대사물질로, 뇌를 순환하며 신경전달 기능을 한다. 세로토닌은 감정 표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부족하면 감정이 불안정해서 근심걱정이 많아지고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70년대 이미 과학자들은 세로토닌 결핍이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재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에는 세로토닌이 재흡수 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더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는 것들이 많다.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여성은 세로토닌의 농도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여성이 남성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월경 주기를 전후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이 뇌를 자극하여 세로토닌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살 시도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은데, 다만 성공률은 남성이 더 높은 편이다. 남성이 더 과격한 자살방법을 택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멜라토닌 역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잠과 연관되어 있어 부족할 경우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많은 환자들이 멜라토닌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멜라토닌은 잠 외에도 식욕, 성욕 등 생리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에 부족할 경우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충격이 멜라토닌 생성 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뿐 아니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호르몬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이 단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질환이라는 것은 해부학적으로도 증명된다. 미국 워싱턴 대 이베트 셀린 교수에 의하면 만성 우울증을 앓은 사람들의 뇌의 경우,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해마 부위가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10% 정도 작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우울제를 4주 이상 투여할 경우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투여하지 않은 쥐들에 비해 60% 이상 더 많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호르몬 분비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문제이고 몸의 기능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질병임에 분명하다. 즉 기분의 문제가 아니고 생리적인 문제인 것이다.

뇌가 세로토닌이나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을 제대로 생산하지 않으니 일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를 인공적으로 투여하는 것. 의학자들은 중증이 아닐 경우, 우울증은 약물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체의 호르몬 생산 체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완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체의 기능을 깨어나게 하기 위해 뇌에 일정한 충격을 가하는 전기요법이 사용되기 한다.

북구의 선진국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항우울제라고 한다. 경제 능력과 생활 여건은 좋아지지만,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정할 수 없게 되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다. 해마다 우울증과 자살 환자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우울증 문제는 국민 건강을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 과제가 되었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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