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큼 똑똑한 문어의 다리

강아지만큼 똑똑한 문어의 다리

주제 농림/수산(축산/임업)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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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2에 등장하는 악당 ‘닥터 옥토퍼스’는 사람 척추에 자유 자재로 움직이는 4개의 기계 촉수가 결합된 괴물이다. 긴 기계 촉수의 유연함 움직임은 물론, 그 이름 옥토퍼스(Octopus)도 문어(Octopus)를 떠올리게 한다. ‘닥터 옥토퍼스’와 문어의 공통점은 이름의 철자나 다리가 여럿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닥터 옥토퍼스’의 기계 촉수는 스스로 적을 알아보고 공격한다. 중앙의 지시 없이 제각각 움직일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촉수마다 뇌와 눈이 달린 셈이다. 문어의 다리도 이와 유사하다. 전적으로 뇌의 제어 하에 움직이는 사람의 팔, 다리와 달리 문어의 다리는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사람의 경우 팔 다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이리저리 꼬이기만 할 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어는 8개의 다리를 다양한 각도로 자유 자재로 움직인다. 게다가 문어 다리는 잘린 후에도 꿈틀거리는데, 이는 단순한 반사작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 온전히 문어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문어도 ‘닥터 옥토퍼스’처럼 다리마다 뇌가 있는 것일까?

문어의 뇌는 하나이며, 머리와 다리 사이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문어의 다리는 어떻게 잘린 다음에도 살아있을 때처럼 움직이는 것일까? 이는 문어 다리에 뇌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이스라엘 히브루대학과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문어 다리가 사고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리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문어의 다리와 뇌를 분리한 뒤 다리에 전기 자극을 준 결과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문어의 다리가 뇌로부터 명령을 받기는 하지만 뻗고 구부리는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다리가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다리에 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운동 신경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 뇌와 분리되어도 일정 시간동안 독자적인 움직임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문어 다리는 약 5천만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 조직에 의해 통제되는데, 먹이를 잡거나 헤엄칠 때와 같이 모든 다리를 한꺼번에 사용할 때를 제외하면 이 신경 조직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문어 다리는 뇌의 명령 없이도 미각과 촉각 활동을 하고, 뇌가 방향을 지시하지 않아도 유연하게 구부려 움직인다.

그렇다면 문어의 지능은 어느 정도 일까?

일반적으로 무척추동물은 무뇌동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어는 뇌가 있을 뿐 아니라 무척추동물계의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지능이 높다. 문어는 보통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다리로 병 뚜껑을 열 수도 있고, 반복에 의해 학습하거나 흉내내는 능력도 있다. 심지어 포유동물의 특권이라고 여겨지는 ‘장난’도 친다. 어쩌면 돌고래 쇼에 이어 문어쇼를 준비하는 수족관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강아지만큼 똑똑한 문어가 애완동물로 각광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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