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가 물 위로 간다구?

스케이트가 물 위로 간다구?

주제 물리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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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대표적인 계절 운동의 하나인 스케이트. 요즘은 실내 스케이트장도 있지만, 스케이트란 본래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타는 운동이다. 만일 얼음이 아닌 곳에서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면 어느 계절이든 상관없이 손쉽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단지 표면이 미끄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말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단지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일까? 인테리어 장식을 위해 건물 바닥에 유리를 깔아놓은 곳이 종종 있는데, 이런 곳을 지나보면 의외로 미끄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굳이 스케이트화를 신지 않아도 얼음판 위를 지나가면 몹시 미끄럽다.

그렇다면 얼음판 위가 미끄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얼음은 일정한 압력을 받으면 물로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얼음 위에 올라서면 체중이 발바닥을 통해 집중적으로 얼음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압력을 받은 얼음의 표면은 순간적으로 녹게 되고 녹은 물은 발바닥과 얼음판 사이에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표면의 마찰계수를 떨어뜨린다. 스케이트화의 바닥은 날로 되어 있어 체중의 압력이 작용하는 면이 일반적인 신발보다 더 좁다. 따라서 더 높은 압력을 얼음판에 가할 수 있다.

영하의 기온에 스케이트장 전체가 얼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얼음은 녹을 수 있을까? 높은 압력은 물의 끓는 점과 녹는 점에 영향을 미친다. 1기압일 때 물은 100℃에서 끓고 0℃에서 얼지만, 기압이 높아지면 끓는 점이 높아지고 녹는 점은 낮아진다. 사람의 체중을 담은 스케이트날이 순간적으로 얼음 위에 강한 압력을 주면, 일반적으로 얼음이 녹을 수 있는 기온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에 의해 얼음이 녹는다. 그리고 스케이트 날이 지나간 자리는 압력이 낮아져 다시 순식간에 얼어붙는 버리는 것이다.

물은 빠르게 지나가는 스케이트 날과 얼음판 사이에만 존재하며 극히 미세한 양이기 때문에 스케이트장 전체가 물바다가 될 일은 없다. 그리고 유리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이유는 적절한 마찰력과 윤활제가 없기 때문이다. 유리에 물이나 기름을 뿌려 윤활제를 만들어준다면 어떨까? 분명 더 미끄럽기는 하겠지만 스케이트를 탈 수는 없을 것이다.

유리면과 날 사이에 형성된 수막 또는 유막이 순간 마찰력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날카로운 스케이트날이 평평한 거울면을 스치면서 물과 기름을 밀어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윤활작용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유리에서는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유리도 얼음처럼 압력을 받을 때 적절한 윤활제를 만들 수 있다면 유리에서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케이트를 더 잘 미끄러지게 한다고 얼음판 위에 물을 뿌린다면?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더 나쁠 때가 있는 법. 적정량 이상의 물은 오히려 마찰력을 늘릴 수 있어 스케이트를 타는데 방해가 된다. 또 온도가 지나치게 낮을 때도 스케이트를 즐길 수 없다. 보통 영하 15~20도까지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지만,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이 녹지 않고 바로 얼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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