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왜 새벽마다 일어나서 울까?

닭은 왜 새벽마다 일어나서 울까?

주제 생명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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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시 [광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닭은 동 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액을 막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새벽녘 동트기 전 먼저 일어나 높은 곳에 올라가 목을 빼고 길게 우는 닭의 생태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2005년은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다.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닭과 새해, 참으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을유년을 맞이하며 닭은 왜 항상 새벽에 일어나서 우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어스름한 새벽, 초가 지붕 위에 올라 꼬끼오 하고 길게 목을 빼는 닭 울음 소리는 자명종이 없던 시절 농가의 아침을 알리는 시계 역할을 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고 듣기 힘든 소리지만 생활 곳곳에 관습적인 표현으로 남아있다. 닭은 보통 새벽 4~5시 동트기 직전에 운다. 닭은 어떻게 동트는 시간을 알고 울까?

기본적으로 닭은 오후가 되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닭의 생리 주기는 25시간 가량으로 매일 알을 낳는 시간이 한 시간씩 늦어진다. 몇 일이 흐르면 알 낳는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후를 싫어하는 닭들은 하루 알 낳기를 거르고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알을 낳는다. 닭은 뼈 속까지 ‘아침형’ 생물인 것이다.

수탉이 아침 일찍 높은 곳에 올라가 우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개 2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문화적인 요인이다. 닭은 군집 생활을 하며,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이 함께 산다. 자기 영역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수탉이 하루가 시작된 시간에 요란하게 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히 새벽에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류는 빛에 민감하다. 조류의 뇌 속 ‘송과체’는 피부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수한다. 송과체는 간뇌 위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하루나 연 단위로 움직이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한다. 조류는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 주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빛에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있는 자명종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실제로 빛이 차단된 공간에 닭을 두면 새벽이 되어도 울지 않는다. 양계장에서는 닭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알을 낳는 횟수를 조절하는데 사용한다. 외국을 여행할 때 시차 때문에 생기는 피로나 낮에 많이 자도 밤에 자지 못하면 피곤하다든가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생체 시계가 작용하는 것이다.

닭 뿐 아니라 참새, 까마귀 등 다른 조류들도 모두 빛에 민감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우는데, 닭은 사람과 함께 살고 울음소리가 커서 그러한 특성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 것이다.

닭을 키워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닭이 새벽에만 우는 것은 아니다. 또 암탉은 울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닭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교회당 지붕에 닭을 장식하고 불교에서는 닭 우는 시간에 항시 참선한다는 의미로 ‘계명정진’이란 용어를 쓴다. 을유년 새해에는 닭처럼 부지런하게 하루를 열겠다는 새해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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