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No! 여자는 오래 산다

주제 생명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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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수명에 관해서는 이 말이 전혀 설득력이 없어진다. 오히려 남자들은 억울하다. 평균수명 통계를 보면 비애가 느껴질 지경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남녀간의 평균수명은 7~10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자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돌파했지만, 남자는 72세에 머무르고 있다. 의학 발달의 혜택을 여자만 누리는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럴까?

학설 1. 두터운 피하지방층 때문에?
여자가 남자 보다 오래 사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우선 해부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췄다. 여성은 노소를 불문하고 아무리 마른 체형이라도 피부 아래 피하지방층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체온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를 덜 쓸 수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설 2. 적혈구가 남자 보다 적어서?
또 여성은 남성 보다 적혈구 수가 15~20% 정도 적다. 남성은 말초혈액 1mm3에 약 500만개의 적혈구가 있는데 반해, 여성은 약 400만개 수준이다. 적혈구의 기능이 산소운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산소를 덜 쓰고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은 보통 남성보다 체구가 작고 발휘하는 힘이 약하지만,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적기 때문에 효율적인 구조를 갖춘 셈이다.

적혈구 수의 차이는 노화이론인 ‘유해산소이론’과도 연관이 깊다. 유해산소이론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호흡하면서 불가피하게 유해산소(활성산소)가 생성되는데, 이들이 세포 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과정에서 항산화단백질이 만들어져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산소의 생성이 적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학설 3. ‘원초적 본능’ 때문에?
더불어 남성의 몸은 질병에 취약한 구조라는 견해도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경쟁행동을 촉발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해 사건, 사고에 의한 사망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수컷은 번식, 암컷은 양육과 생존을 중시하는데 이러한 특성때문에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의 영역싸움을 벌인다. 이에 비해 암컷은 수컷의 일정 영역권 아래에서 안전한 보호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도 역시 암컷이 수컷보다 생존에 대한 본능이 더 강할 것이라는 견해다.

학설 4. X 염색체를 두 개나 갖고 있어서?
한편 유전자 차이에 의한 결과라는 학설도 있다. 여자는 XX 성염색체로, 남자는 XY 성염색체로 구성되어 있다. X염색체에는 전체 인간 게놈 중 약 4%에 해당하는 1천9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반면, Y염색체에는 지금까지 약 21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X염색체들처럼 서로 바람막이를 해줄 수 있는 유전자 짝이 없는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색맹이나 혈우병 등 각종 유전적 장애에 훨씬 더 시달린다고 한다. 즉 남성은 하나뿐인 X염색체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질병에 더 노출된다는 것이다.

학설 5. 사회 환경적 인식 및 생활 습관 차이?
물론, 위의 학설들도 평균수명의 차이가 남녀간의 본질적인 차이 때문인가, 오랜 역사를 통해 생겨난 인습적인 결과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남녀간의 수명 차이를 사회적인 환경과 생활 태도 때문으로 보는 견해들은 보다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가장 유력한 것은 남성의 생활 습관이다. 돈, 지위, 명예, 이성에 대한 경쟁적인 생활태도와 음주 · 흡연 등 건강에 좋지 않은 환경에 여성 보다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 UCLA의대 에스트롬 교수는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몰몬교 사제 부부 1만 여명을 대상으로 8년간 조사한 결과, 남성 평균 수명이 88.5세, 여성은 89.5세로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남녀 모두 동일한 환경에서 생활할 경우 수명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항상 여성의 수명이 남성 보다 길지 않았으며, 1950년대 이전에는 남성이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이런 견해를 지지한다.

학설 6. 오래 살려면 잘 울어라?
음주 · 흡연 외에도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교육이나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등이 남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되기도 한다. 게다가 남성은 여성보다 병원에 덜 가고, 사고 위험은 3배에서 6배까지 높다. 한편, 미네소타주 램지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에서는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는 ‘울음’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성인 남성은 월 1.4회 우는 반면, 여성은 3.5회 운다고 한다. 결국 남성은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인 울음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평생 3번만 운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더 가혹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평균수명은 평균수명일뿐 나 개인의 수명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평균수명에 연연해 체념하는 것도,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말 대로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도 부질 없는 일일지 모른다. 남녀를 불문하고 항상 낙천적이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누구나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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