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탈출, 가능할까?

음치탈출, 가능할까?

주제 생명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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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있는 코미디 코너 <고음불가>. 완벽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말쑥한 두 남자 사이에, 요란한 의상의 싱어(?) 하나가 노래의 클라이맥스만 되면 절대저음을 내지르며(?)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런 느닷없는 음역의 소유자들을 음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음치는 정말 병일까?

병이라는 말로 음치들을 위안(?)해 주고 싶지만, 사실 음치를 병이라고 한다면 진짜 병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다. 음치는 보통 감각적 음치와 운동적 음치, 심인성 음치 등으로 나뉘는데 감각적 음치는 청각능력에 관계된 것으로 음의 높낮이, 박자, 리듬, 음량 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없거나 불완전한 경우를 말한다.

청각기관 중 달팽이관 안에는 소리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3천 여개의 내유모 세포와 음량에 반응하는 1만5천여개의 외유모 세포가 있는데 이들 세포의 배열이 비정상적이거나 혈류 기능 장애로 주파수 해상도가 낮아질 때 이 같은 음치가 발생한다. 감각적 음치의 경우 음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음정을 들어도 어떤 음정인지 자신이 어떤 음을 내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운동적 음치는 청각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이나 잘못된 발성, 박자 등으로 인해 음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쌍으로 되어 있는 성대의 어느 한쪽이 길다든지 두께가 차이가 나는 사람 역시 아무리 정확한 음성 정보를 뇌에서 내려 보내도 그 음을 재생할 수 없다.

심인성 음치의 경우 음치 유형 중 가벼운 증상으로 음악적 능력은 있는데 열등감이나 수치심이 음악적 표현을 가로막는 경우로 음악과 동떨어진 성장환경을 갖고 있거나, 자신감 부족(소심한 성격 등), 정신적인 요인(어릴 적 호된 망신 등) 등에서 비롯된다.

다행스럽게도 자의든, 타의든 음치로 불리는 사람 중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후천성 음치로, 노력만 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음치 클리닉까지 등장하여 마이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음치들의 구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 회복 가능성 때문이다.

“세상에 음치가 어딨니? 반복적 연습과 노력으로 안되는 일이 어딨니? 겨우(?) 노래 하나도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세상 어떻게 사니?” 뭐 대충 이런 엄포와 협박으로 시작되는 음치 클리닉의 음치치료는 대개 많은 연습과 반복청취, 발성법, 호흡법 등을 강조한다. 호흡은 배에 힘을 주는 복식호흡으로, 바른 자세로 서서 턱을 들지 말고 입을 크게 벌리며 배에서 소리가 나간다는 느낌으로 발성하도록 주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감과 끈기를 가질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음치를 신경과학의 측면으로 접근, DLP 지수(청각신경세포의 주파수 해상도)를 측정해 특정 주파수의 정현파(定弦波), 즉 싸인파(sine wave)를 일정 기간 들려줘 청(聽)세포를 복구하면 굳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서도 음치를 고칠 수 있다는 치료법도 등장했다.

꼭 세상 사람들이 모두 노래를 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음치로 살기엔 세상엔 흥얼대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순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음치 클리닉을 만나도 마음과 입을 닫고 있으면 결코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느끼고 그 세상을 찬양하는 노래들을 들을 줄 아는 가슴이 있다면 입은 저절로 열리게 되어 있다. 감성이 넘치는 당신, 음치의 산에서 그만 하산하라. 다만 그대는 입만 열면 되느니라!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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