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루돌프 띄우기 대작전

크리스마스 루돌프 띄우기 대작전

주제 전기/전자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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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웠다. 선물을 받을 착한 아이들의 목록은 이미 정리됐고, 선물도 ‘세계산타협회’의 후원으로 모두 마련됐다. 이제 썰매에 선물을 싣고 루돌프에게 썰매를 끌게 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아뿔싸!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루돌프가 날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대 문명의 발달로 산타와 하늘을 나는 루돌프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루돌프의 나는 힘은 아이들의 믿음에서 나오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날 수 없게 된 것이다. 긴급 산타회의가 열렸다. 아이들의 믿음을 단번에 키울 수는 없으니 올해는 ‘과학의 힘’을 빌려 루돌프를 날게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커다란 기구에 루돌프를 매달아 봤다. 루돌프의 몸무게가 200kg(핀란드에서 썰매를 끄는 순록의 몸무게는 60~300kg)이니 기구의 부력이 최소한 200kg은 돼야 할 것이다. 수소 가스를 쓰려다 폭발할 우려가 있어 안전한 헬륨 가스로 기구를 만들었다. 헬륨의 밀도는 1리터당 0.1785g, 공기는 1.293g이니 200kg을 감당하려면 약 180m3 부피의 풍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반지름 3.5m 정도의 구에 헬륨을 채우면 루돌프를 띄울 수 있다. 루돌프의 등에 모터를 달아 프로펠러를 돌리면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기구에 매달려 떠다니는 루돌프를 상상해 보니 별로 멋있지 않다. 고민 끝에 다른 방법을 고안했다. 새에 매달아 날려보면 어떨까? 통상적으로 새들은 자기 몸무게만큼의 짐을 매단 채 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새인 콘도르의 체중이 10kg 정도니, 200kg의 루돌프를 매달고 가려면 콘도르 스무 마리가 필요하겠다. 그런데 스무 마리의 콘도르가 머리 위로 날며 새똥을 뿌려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빠진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오랜 옛날에는 익룡이 있었다. 가장 큰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는 날개를 폈을 때 폭이 12미터에 체중이 무려 100kg으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날짐승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이다. 케찰코아틀루스도 자기 몸무게만큼 매달고 날 수 있었을 거라고 가정하면 두세 마리 정도의 케찰코아틀루스만으로 충분히 루돌프를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케찰코아틀루스가 썰매를 끌도록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단번에 묵살됐다. 썰매는 루돌프가 끌어야 제 맛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먼저 멸종된 익룡을 되살려야 하는데 새끼 익룡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크리스마스 루돌프 띄우기 대작전 본문 이미지 1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궁리했다. 사실 루돌프가 무언가에 매달려 가는 것은 영 폼이 안 난다. 풍선이나 새에 매달린 루돌프가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는 한 장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무 곳에도 매달리지 않고 루돌프 스스로 날 수 있는 비장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예전에 과학자들은 날지 못하는 생물을 공중에 띄우려고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지난 1997년 네덜란드 네이메겐대 만 교수팀이 시행한 개구리 공중 부양 실험이다. 강력한 전자석으로 16테슬라(지구 자기장의 32만 배, 보통 막대자석의 100~1000배 정도) 정도의 자기장을 걸어주니 개구리가 공중에 떠올랐다고 한다. 바쁘긴 하지만 왜 그럴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잠시 설명을 하겠다.

우리가 평소에 자기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던 물질도 사실 자기력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물체는 외부의 자기장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강자성체, 상자성체, 반자성체 등으로 나누는데 이 중에서 반자성체는 외부 자기력과 반대 방향으로 자성을 띈다. 생물의 몸속에 들어 있는 물 분자나 유기물질들도 사실은 반자성체라서 자석을 밀어낸다. 다만 그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자석이 필요하다.

루돌프를 띄우려면 개구리에게 썼던 자기장의 100배는 필요할 것이다. 160테슬라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전자석을 자동차에 장착했다. 그런데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들이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못쓰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말이 끄는 마차에 전자석을 장착하고 전원을 켜니 루돌프가 떠올랐다. 만세!

마차를 이동시키면 떠오른 루돌프를 천천히 이동시킬 수 있다. 물론 추가적인 계산과 보조 장비가 필요했지만 그건 설명하기 복잡하니 생략이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아다녀야 세계 모든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텐데 심히 걱정된다. 그래도 루돌프를 날아다니도록 한 것이 어디인가. 부모들이여! 제발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루돌프가 힘차게 날 수 있도록 어린이들에게 산타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바란다.

  • 김흥진 -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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