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빌 테면 덤벼! 나 쌈짱 방패연이야!!

덤빌 테면 덤벼! 나 쌈짱 방패연이야!!

주제 물리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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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빌 테면 덤벼! 나 쌈짱 방패연이야!! 본문 이미지 1

때는 고려 말엽. 탐라국의 반란을 정벌하기 위해 나선 최영 장군이 해안에 도착했다. 그러나 높은 절벽 때문에 군사를 상륙 시키기 어려웠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최영 장군은 연을 이용하였는데, 군사를 연에 매달아 병선(兵船)에 띄워 절벽 위에 상륙시키고, 불덩이를 매단 연을 적의 성안으로 날려 보내 성을 함락 시켰다고 한다.

이밖에도 연이 군사적인 목적과 통신수단으로 사용된 역사적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연이 언제부턴가 일반인들이 즐기는 민속놀이로 널리 유행하게 됐는데 그 배경에는 연날리기에 대한 영조대왕의 사랑이 숨어 있다.

그 시절 음력 정월 보름이 되면 서울의 광교와 수표교, 청계천 등지에서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연꾼들이 모두 모여 연날리기 시합을 자주 벌였는데, 영조가 이를 친히 구경하고 장려하면서 연날리기가 대중화 된 것이다. 연날리기는 세계 곳곳에서 널리 즐겨온 놀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즐겼는데 일종의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연을 즐기는 많은 나라에서는 예부터 연을 높이 날리는 것과 함께 연 모양을 중시했다. 그만큼 연의 모양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연 중앙에 구멍이 뚫린 방패연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니 의아한 일이다. 왜 우리 선조들은 연에 구멍을 뚫었을까?

공기보다 무거운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한데 바람으로 연을 날리게 되면 연은 바람에 밀려 위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하여 연은 양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모든 연은 바람, 즉 ‘공기의 저항’을 그 원동력으로 하지만 바람이 너무 셀 때는 문제가 된다. 바람이 너무 세면 연이 그 저항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센 바람에도 끄떡없이 날 수 있는 연을 고안해 냈으니 바로 방패연이다. 방패연 중앙에 뚫린 구멍을 방구멍이라고 하는데, 이 방구멍이 바람 조절 역할을 한다. 바람이 약할 때는 연 표면에 모인 공기가 이 방구멍을 통과하면서 상승하는 에너지를 발생시켜 연이 위로 올라가게 하고, 바람이 강할 때는 이 방구멍으로 남는 바람을 내보내 바람에 대한 저항을 줄여서 연줄이 끊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방패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의 표면이 되는 화선지와 그 토대를 이루는 대나무 살이 필요하다. 대나무 살은 총 5개로, 윗부분의 머릿살, 중간의 허리 살, 위아래로 가르는 중살, 그리고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장살 2개 등이다. 맨 아래에는 대나무 살을 대지 않는데, 아래쪽에 살을 둘 경우에 아래쪽이 저항을 많이 받아 연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연줄을 묶을 때는 머릿살의 양끝을 실을 이용해 뒤로 당겨 타원형을 만드는데, 이는 바람을 많이 받아도 그 저항을 부드럽게 상쇄해 상승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꽁수라고 불리는 곳과 양 머릿살 부분을 삼각뿔 형태로 묶어 바람을 아래로 흘리지 않도록 하고 평형력을 키워 연이 뒤집히는 것을 방지한다. 양 머릿살과 꽁수와 연결된 연줄은 전체 연길이의 1/3지점에서 삼각뿔 형태로 묶어야 날리는 사람의 손놀림에 따라 연이 상승과 하강, 좌우로 빙빙 돌기, 급상승과 급강하, 전진과 후퇴 등이 가능하게 된다. 즉, 방패연의 방향조절은 방구멍과 방패연의 독특한 구조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오리연은 방구멍이 없고 대신 꼬리를 길게 붙여 바람이 꼬리를 타고 흐르게 하여 쉽게 띄울 수 있고,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쉽다. 즉,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꼬리를 통해 균형을 잡는 방식을 취한다. 방패연이 대나무 살을 5개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가오리연은 2개만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워 공중으로 올라가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가오리연이 대부분인 이유는 연을 높이 날려 액운을 쫓고 행운을 기원한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연 놀이에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연 날리기는 이러한 주술적인 목적 외에 연 싸움이라는 목적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연 싸움은 연줄에 유리가루를 묻혀 상대의 연줄을 먼저 끊는 쪽이 이기는 경기를 말한다. 만약 가오리연이나 방향전환이 불가능한 기타 다른 연이라면 이렇게 방향전환이 필요한 연 싸움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주술적 목적일 때는 가오리연을, 방향전환 등 보다 다양한 놀이를 할 때는 방패연을 선택적으로 사용해 왔다.

‘연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발상의 전환이며, 이 발상의 전환속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과 선구자적 정신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이 지나고 병술년 새해가 다가온다. 예전부터 연날리기를 ‘액연(厄鳶) 띄운다’라고 했듯, 방패연에 깃들인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생각하며 모두들 송액영복(送厄迎福), 송액영신(送厄迎新) 하시길 기원해 본다.

방패연을 만들어 보자~
준비물 : 대나무 살 5개, 한지(가로 세로 비율 2:3), 실, 풀, 연필, 자, 가위, 컴퍼스

만드는 법 :
1. 종이를 마름질하고 윗부분을 조금 접어 머릿살 붙일 공간을 만든다.
2. 연필과 자를 이용해 장살을 붙일 대각선과 허릿살과 중살을 붙일 선을 그린다.
3. 컴퍼스를 이용해 연의 가운데에 구멍을 낸다.
4. 대나무살을 해당 위치에 풀을 발라 붙인다.(머릿살, 장살, 중살, 허릿살 순서)
5. 머릿살 두분을 반타원이 되게 실로 묶는다.
6. 머릿살의 두 끝부분을 실로 묶는다.
7. 연의 가운데 부분을 실로 묶는다.
8. 꽁수에 실을 묶고 위의 세 지점의 줄을 모두 하나로 묶는다.
9. 얼레의 실과 연의 실을 연결한다.
10. 연의 수평을 맞춘다.

참고 URL

  • http://www.kite21.com/kite/home.html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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