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

말뚝이

말뚝이는 원래 말을 부리는 양반의 하인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봉산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 수영야류, 동래야류,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 진주오광대, 남사당 덧뵈기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면극에서 양반의 하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북청사자놀음에서는 '꼭쇠(꺽쇠)'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수영야류에서는 '막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인의 성격 면에서 북청사자놀음의 꼭쇠와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초랭이는 나머지 탈놀이에 등장하는 말뚝이와 구별된다. 다시 말해서 꼭쇠는 경망스럽고 양반을 골려주기도 하지만, 양반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기 때문에, 장난이 심하고 익살스러운 하인상에 속한다. 초랭이도 양반의 하인으로 항상 양반의 뒤를 따라다니며 까불고 촐랑거린다. 선비가 양반에게 첫인사를 할 때, 양반의 머리 앞에 엉덩이를 대고 선비에게 절을 하면서 "니 왔니껴?"라고 말하여 양반과 선비에게 한꺼번에 모욕을 주고, 양반과 선비의 학식과 지체 싸움에 끼어 들어서는 사서삼경의 패러디인 팔서육경의 육경을 팔만대장경, 중의 바래경, 봉사 안경, 약국의 길경, 처녀 월경, 머슴 쇄경 식으로 패러디화하여 양반과 선비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말뚝이처럼 양반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거나 신분해방에 적극적이지 않다. 꼭쇠나 초랭이는 꾀가 많고 경망스런 하인상이라면, 말뚝이는 상대적으로 강골형(强骨型)이면서 반골형(反骨型)의 하인상인 것이다.

말뚝이의 양반에 대한 행동양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말뚝이는 양반들이 의막(依幕)을 정하라고 시키면, 돼지우리로 양반일행을 몰아넣고(양주·송파·봉산), 과거길의 행장을 차리라고 하면 노생원을 '노새'에 비유하고(강령·고성·마산), 양반의 과거길을 수행해야 하는데 제멋대로 나돌아다니냐고 야단치면, 오히려 양반을 찾으러 서울 장안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고 항변하고서 대부인과 통정한 사실을 자랑하여 양반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양반 스스로 파멸을 선언하게 만든다(동래·수영·거산·마산·진수·김해). 또 취발이·쇠뚝이와 결탁하여 양반에 대항하기도 한다(양주·송파·봉산). 이에 비해 통영오광대는 양반들이 심심풀이로 말뚝이를 불러 수작을 하려고 하면 기세등등하게 근본다툼을 벌여 양반을 제압한다.

말뚝이는 가면극마다 가면, 의상, 춤사위, 연희 내용에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풍자를 일삼는 인물이다. 양반의 하인으로 등장하여 오히려 자신의 상전인 양반을 조롱하는데, 풍자와 신랄한 독설로 중세 신분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폭로하고, 양반계급의 무능과 부패, 허세 등을 야유한다.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에서는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데 반해, 마을굿놀이계통가면극에서는 말뚝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본산대놀이 계통의 가면극에서 말뚝이는 기존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요구하는 민중의식을 보여 주는데, 이것은 중세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역사적 발전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가면극마다 등장하는 말뚝이의 수나 풍자의 정도, 형식 등은 주로 북부, 중부, 남부지역 등 지역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데, 중부지역 가면극에서는 쇠뚝이가 말뚝이와 함께 등장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 내에서도 종목별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해서 지방의 가면극인 강령탈춤에서는 말뚝이가 동시에 두 명 등장하지만, 봉산탈춤에서는 한 명의 말뚝이만 등장한다. 강령탈춤은 경남 지역의 오광대와 유사한 점도 있다. 먼저 양반 삼형제가 나와 양반의 근본을 찾고 말뚝이를 부른 후, 말뚝이와 재담하는 과정은 경남의 오광대와 유사하다. 북부지역의 황해도 탈춤이 중부지역의 산대놀이와 끊임없이 교류했음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처럼 남부지역의 가면극인 오광대와 내용이나 형식의 유사성을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신이 돌아다닌 지명들을 열거하는 말뚝이의 노정기(路程記)가 산대놀이 계통의 가면극에서 공통으로 연행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봉산탈춤, 강령탈춤, 양주별산대놀이, 수영야류, 통영오광대 등 본산대놀이 계통의 가면극들에서는 모두 말뚝이의 노정기가 나온다. 은율탈춤에도 역시 말뚝이의 노정기가 있지만, 첫째먹중의 노정기가 추가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남부지역의 야류와 오광대는 해서탈춤이나 산대놀이와는 다른 유형의 독자성과 고풍스러운 향토성을 짙게 보여 준다. 그리고 가면극 전체가 말뚝이 놀이로 인식될 정도로 말뚝이의 비중이 크게 나타난다.

야류와 오광대에는 비정상적으로 큰 말뚝이 가면, 상상의 괴물인 영노와 비비 가면, 얼굴이 문드러진 문둥이 가면, 병신의 모습이 훨씬 강화된 양반가면 등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야류와 오광대의 가면은 선이 굵고 투박하기 때문에, 가면의 모습이 단순하면서도 풍자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유난히 큰 말뚝이가면은 기존체제에 대한 불만과 반항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코를 남성의 성기 모양으로 만들어 비정상적으로 크게 늘어뜨린 것도 같은 동기이다. 같은 남부지방의 오광대도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고성오광대는 경남지방 가면극에 공통된 향토적 특성과 함께 다른 야류나 오광대와 구별되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고성오광대는 다른 오광대나 야류에 비하여 말뚝이의 대사가 적은 편이고, 양반들의 비루한 모습이 약화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수록된 최치원의 〈향악잡영오수(鄕樂雜詠五首)〉 중 시 〈대면(大面)〉에 나오는 구나 형식은 가면극의 양반과장에서 말뚝이와 양반의 극적 형식과 유사하다. 〈대면〉에서는 가면을 쓴 인물이 채찍을 들고 등장해 귀신을 쫓거나 부리는(役鬼神) 동작을 한다. 나례에서는 12지신이 가면을 쓰고 채찍을 들고 나와 역귀를 쫓는다. 여기에 대부분의 한국 가면극에 등장하는 말뚝이가 왜 채찍을 들고 나오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 야류와 오광대 가면극에 등장하는 말뚝이의 가면이 유난히 크다는 점도 말뚝이를 〈대면〉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근거이다. 즉 〈대면〉에서의 등장인물과 나례에서의 12지신이 가면을 쓰고 나와서 채찍을 휘두르며 귀신을 쫓는 구나의 형식은 가면극의 양반과장에서 말뚝이가 가면을 쓰고 나와서 채찍을 휘두르며 양반들을 함부로 다루다가 쫓아내는 극적 형식과 통한다.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가면극에 등장하는 양반들은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대상이며 사회적 재앙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인물들로서 역귀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양반들이 언청이(대부분의 가면극), 삐뚜루미탈(얼굴이 삐뚜러진 모습, 통영오광대), 홍백가(얼굴의 반쪽은 홍색이고 반쪽은 흰색, 통영오광대), 손님탈(곰보양반, 통영오광대), 흑탈(검은색의 가면, 통영오광대), 조리중(방정맞은 모습인데, 보살첩에게서 난 양반, 통영오광대) 등 한결같이 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부정적이고 적대적이며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에 가면극에서 쫓아내야 할 인물들이다. 그래서 가산오광대에서는 말뚝이가 "옛끼놈, 돼지새끼들" 하면서 채찍으로 양반의 얼굴을 후려갈기고, "두우 두우" 하고 돼지 모는 시늉을 하면서 양반들을 몬다. 이러한 내용에 유의하면, 나례의 십이지신과 역귀의 관계는 바로 가면극에서 말뚝이와 양반의 관계와 대응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양반들은 처음에 놀이판에 나오자마자, 말뚝이를 불러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고 꾸짖는다. 그러면 말뚝이가 양반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두루 다녔다고 변명한다.

말뚝이 : 네이, 서산 나귀 솔질하여 호피 안장 도두 놓아 가지고요, 앞 남산 밖 남산 쌍계동 벽계동으로 해서 칠패 팔패 돌모루 동작일 넌짓 건너 남대문 안을 써억 들어서 일간장, 이먹골, 삼청동, 사직골, 오궁터, 육조 앞으로 해서요, 칠관안, 팔각재, 구리개, 십자각, 아이머리 다방골로, 어른머리 감투전골로 해서요, 언청다리를 건너 소경다리를 건너서 배우개 안내거리 써억 나서서 아래위로 치더듬고 내더듬어 보니깐두루, 샌님의 새끼라곤 강아지 애들 녀석 하나 없길래 아는 친굴 다시 만나서 물어보니깐 떵꿍하는 데로 갔다 하길래, 여기 와서 발랑 발랑 찾아 여기를 오니깐두루, 내 증손자 외아들놈의 샌님을 예 와서 만나봤구려.

양주별산대놀이, 이두현본

이는 '말뚝이 노정기(路程記)'라고 부를 수 있는 대사로,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에는 모두 나온다. 이어 말뚝이는 양반들에게 시중을 들고 복종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양반의 약점을 폭로하고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

말뚝이 : 이제야 다시 보니 동정은 광활하고 천봉만학은 그림을 둘러 있고 ······ 이 어든 제기를 붙고 금각 담양을 갈 이 양반들아 말뚝인지 개뚝인지 제 의붓(義父) 아비 부르듯시 임의로 불렀으니 (허리를 굽힌다) 말뚝이 새로 문안 아뢰오.

동래야류 양반과장

말뚝이는 허리를 굽히며 문안을 아뢴다고 하면서, "제 어미와 근친상간하고 당장 담양으로 귀양갈 양반들아" 하고 양반들에게 욕을 하며 항거하고 있다.

㉠ 양반 :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 말뚝이 : 본댁에 가서 마나님과 하고 하고 재독(再讀)으로 했습니다.
㉢ 양반 : 이놈 뭐야!
㉣ 말뚝이 : 문안을 드리고 드리고 하니까
㉡ 말뚝이 : 좆대갱이 하나 줍디다.
㉢ 양반 : 이놈 뭐야!
㉣ 말뚝이 : 조기 대갱이 하나 줍디다.
㉤ 양반 : 조기 대갱이라네.

봉산탈춤 양반과장

㉠은 양반이 말뚝이를 불러 위엄 있게 꾸짖는 것이다. 그러면 말뚝이는 ㉡처럼 양반의 위엄을 파괴하면서 항거한다. 자신이 양반의 본댁으로 가서 양반의 마나님과 성행위를 두 번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양반은 ㉢처럼 말뚝이를 꾸짖으며 호령한다. ㉣은 형식적으로 복종하는 말뚝이의 변명이다. ㉤은 변명을 듣고 납득해 양반이 안심하는 모습이다. 양반은 상황 판단도 못 하고 일방적으로 만족만 하기에 더욱 우스꽝스럽고, 풍자의 효과는 심화된다. 양반과장은 ㉠-㉤과 같은 방식으로 짜인 단락을 여러 번 반복하며 진행된다.

말뚝이 : 여보 새안님, 새안님이 글짜나 읽었다 하오니 자서히 들으시오. 청천백일에 우소 소도 아니요, 탕건의 부자 소도 아니요. 하락의 치자 소도 아니오, 장량의 옥통 소도 아니요, 문 안에 적을 소 한 자가 무신 잡니까?
작은양반 : 이후후후 ······. (서로 쳐다보며) 씹소, 씹소? (하며 서로 희희덕거린다.)
큰양반 : 어라, 야들아, 가만 있거라, 보자 그것이 저 사서삼경 뒷장에 보면 둔벙 소자 아니냐? 둔벙 소자란 여자의 성기니라.

가산오광대 양반과장

인용문에서 말뚝이가 "문(門) 안에 적을 소(少) 한 자가 무신 잡니까?" 하고 고상한 말로 물으면, 작은양반이 "······ 씹소 씹소?" 하고 대답한다. 여성의 성기를 적은 문이라는 의미로 문(門) 안에 적을 소(少) 한 자라고 하고, 그것의 훈과 음을 '씹 소'라고 해석한 것이다. 말뚝이가 교묘하게 질문을 던져 양반으로부터 이런 대답을 얻어낸 것이다. 양반층에서 한자를 분합해 수수께끼식으로 즐기던 파자놀이를 통해 말장난의 재미를 즐길 뿐만 아니라, 양반층의 문화를 조롱하며 비웃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양반층의 전유물인 문자를 통해 양반층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봉산탈춤의 양반과장에서는 양반이 말뚝이에게 나랏돈을 떼어먹은 취발이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취발이를 잡아온 말뚝이는 양반에게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하오. 돈이나 몇 백 냥 내라고 하여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합시다" 하고 말한다. 그러면 양반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말뚝이 :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거니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요. 개잘양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요.
양반 : 이놈 뭐야아!
말뚝이 : 아아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재상으로 계시는 이생원네 삼 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했소.
양반 : (합창) 이생원이라네에.

봉산탈춤 양반과장

인용문은 양반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점잖게 양반을 소개하다가, 갑자기 개잘양(방석처럼 쓰려고 털이 붙은 채로 손질해 만든 개가죽)이라는 '양'자와 개다리소반의 '반'자를 양반과 연결시켜 조롱하고 있다. 유희(儒戱)에서 유학자를 조롱하듯 양반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진한 : 들어 봐라. "지주불폐(知主不吠)허니 군신유의(君臣有義)요, 모색상사(毛色相似)허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일폐중폐(一吠衆吠)허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요, 잉후원부(孕後遠夫)허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소부적대(小不敵大)허니 장유유서(長幼有序)라."

강령탈춤 양반과장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짖지를 않으니, 군신유의요. 개는 어미와 새끼의 털색깔이 같으니, 부자유친이요.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여럿이 함께 짖으니, 붕우유신이요. 개는 새끼를 가진 후에는 수컷을 멀리하니, 부부유별이요. 개는 덩치가 작은 놈은 결코 큰 놈에게 대들지 않으니, 장유유서라"와 같이, 진한 양반은 양반층에서 중시하던 유교적 도덕 덕목인 오륜(五倫)을 개와 관련시켜 설명하면서 오륜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성호사설』 유선 권5 하(下) 「기예문(技藝門)」 「이유위희(以儒爲戱)」 조의 "다 떨어진 옷과 찢어진 갓을 쓰고 꾸며낸 이야기와 억지웃음으로 온갖 추태를 연출"한다는 기록과 같이, 유희에서 연희자는 유학자로 분장할 때 유학자를 조롱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치장했다. 그런데 가면극의 양반과장에 등장하는 양반들도 대부분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생원 :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글이나 한 수씩 지어서 심심풀이나 하세.
서방님 : 형님 좋은 말씀이요. 형님이 먼저 지으시요.
생원 : 그러면 동생이 운자를 하나 부르게.
서방 : 산자 영자외다.
생원 : 아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고 내가 부를 것이니 들어 보게. (영시조로) 울룩줄룩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천(黃川) 풍산(豊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서방 : 거 형님 잘 지였오. (하며 형제 같이 환소한다.)
생원 : 동생 한 귀 지여 보게.
서방 : 형님이 운자를 부르시요.
생원 : 총자 못자네.
서방 : 아 그 운자 벽자(僻字, 흔히 쓰이지 않는 낯선 글자)로군. (한참 낑낑 하다가) 형님 들어 보시요. (영시조로) 집세기 앞총은 헌겁총이요, 나막신 뒷축에 거말못이라.
말뚝이 : 샌님 저도 한 수 지을 테이니 운자를 하나 불러 주시요.
생원 : 재구삼년(齋狗三年)에 능풍월(能風月)이라드니, 네가 양반에 집에서 몇 해를 있드니 기특한 말을 다 하는구나. 우리는 두 자씩 불러 지였지마는 너는 단자(單字)로 불러 줄게, 한 자씩이나 달고 지여 보아라. 운자는 강자다.
말뚝이 : (곧, 영시조로) 썩정 바자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 바지 구녕에 좆대강이라.
생원 : 아 그놈 문장이로구나. 운자를 내자마자 지어내는구나. 자알 지였다.

봉산탈춤 양반과장

인용문에서 양반들은 양반답게 심심할 때 운자를 내어 글을 짓는다. 하지만 "집세기 앞총은 헌겁총이요, 나막신 뒷축에 거말못이라"처럼 한자의 운자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리말로 글을 지었다. 그러다가 결국 말뚝이마저 운자인 '강'자를 이용해서 "썩정 바자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 바지 구녕에 좆대강이라" 하며, 양반층의 문자놀이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양반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운자를 내자마자 글을 지은 말뚝이를 칭찬하고 있다. 양반층의 문화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한 문자를 이용해 양반층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상 가면극의 인용문들은 모두 말뚝이가 양반이나 유자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유가의 오륜과 경서, 그리고 문자 등 양반층의 문화조차도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반의 가면은 대부분 추한 모습이고 의복도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아서,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조롱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우희·유희와 가면극의 양반과장은 그 형식과 내용이 너무나 유사한 것이다.

이외에도 말뚝이가 펼치는 골계적인 내용의 재담들이 가면극 곳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가) 말뚝이 : 대부인마누라가 하란에 비겨 안자 녹의홍상에 칠보를 단장하고 보지가 재 빨개하옵디다.
제양반 : 이놈 재 빨개라니.
말뚝이 : 보기 다 재 빨개하단 말이요.
원양반 : 허면 그렇지. 내가 전에 대국 사신 드르갈제 홍당목(紅唐木) 아흔아홉 자 샀더니 홍당목저고리, 홍당목치마, 홍당목단속곳 모다 홍당목이라 보기가 모도 재 빨개하단 말이여. 이놈 그래서.

동래야류 양반과장

(나) 말뚝이 : 의막사령(依幕使令), 의막사령아.
쇠뚝이 : 누 네미할 놈이 남 내근하는데, 의막사령 의막사령 그래?
말뚝이 : 내근하기는 사람이 백차일 치듯한데 내근을 해?
쇠뚝이 : 어찌 듣는 말이냐? 아무리 사람이 백차일 치듯 해도 우리 내외(內外) 앉았으니까 내근하지.
말뚝이 : 옳것다. 내외 앉았으니 내근한단 말이렸다.

양주별산대놀이 샌님과장

(가)에서 말뚝이는 대부인 마누라가 치마·저고리·단속곳을 모두 홍색으로 입었기 때문에 '보기가 모두 빨갛다'는 말을, 고의로 유음어를 사용해 '보지가 재(죄) 빨개하옵디다'라고 말함으로써, 수양반의 부인이나 어머니까지도 모욕하고 있다.

(나)에서 쇠뚝이는 내외 즉 부부가 가까이 앉았다는 뜻으로 내근(內近)이란 말을 썼는데, 말뚝이는 이 말을 직장 안에서 하는 근무라는 뜻의 내근(內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재담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말뚝이의 골계적 재담들은 우희의 전통과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나례도감에 동원되던 반인들이 이미 우희를 하고 있었고, 18세기 전반 본산대놀이가 성립될 때 반인들이 그 연희 내용에 우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이다.

양주별산대놀이에서 말뚝이는 제11과장 의막사령놀이에서 샌님, 서방님, 도련님을 모시고 친구인 쇠뚝이를 찾아 사처를 잡아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쇠뚝이는 숙소를 돼지우리로 정해서 양반들을 돼지 몰듯이 인도하고, 샌님은 영문도 모르고 흡족해 한다. 쇠뚝이는 온갖 말로 양반들을 모욕하고 풍자하며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하지만 모욕을 당한 양반들은 하인 말뚝이에게 곤장을 치려 한다. 말뚝이는 쇠뚝이가 곤장을 치려 하자 돈으로 매수한다. 쇠뚝이는 돈을 받아 샌님에게 주고 사면을 얻어낸다. 샌님 일행이 먼저 퇴장한 후, 말뚝이와 쇠뚝이는 서로 맞춤을 추고 퇴장한다. 한편 말뚝이는 애사당 법고놀이에 등장해 애사당에게서 법고채를 뺏어 대신 치기도 한다. 춤사위는 염불장단의 거드름춤과 멋을 풀어내는 타령장단깨끼춤으로 구분되어 몸짓 또는 동작이 유연한 형식미가 있다.

양주별산대놀이의 말뚝이탈은 신장수도끼도 겸용한다. 가면은 바가지, 소나무, 종이로 만든다. 자줏빛 얼굴 바탕에 아랫입술과 이마의 혹, 눈썹과 양 볼의 혹 등을 소나무로 깎아서 붙였다. 이마에는 깊은 주름을 새겼다. 코와 이마에는 금지(金紙)를 붙였으며 턱에는 녹색의 나뭇잎 모양을 그렸다. 탈보는 흰색이다. 말뚝이는 연두색 쾌자에 붉은색 띠를 매고 연두색 행전을 맨다. 손에는 채찍을 들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쓴다. 말뚝이는 양반에 대해 말로 희롱을 하지만, 양반과 상놈의 상하 관계를 완전하게 부정하지는 않는다. 쇠뚝이로부터 모욕을 당한 샌님에게 대신 치죄(治罪)를 당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송파산대놀이에서 말뚝이는 제10과장 샌님·말뚝이놀이에 등장한다. 검은색 등거리에 패랭이를 쓴 말뚝이가 대나무로 만든 채찍을 들고 굿거리장단에 맞춰 나온다. 등거리는 서민층에서 입었던 소매가 짧은 간이복으로 짧은 소매에 진동 밑 옆선을 터 활동하기에 편하게 만든 옷이다. 뒤로는 도포를 입은 샌님이 정자관 차림으로 따르고, 두루마기를 걸친 서방님은 갓을 썼으며, 옥색 도포에 쾌자를 걸친 도련님이 복건을 쓰고 나온다. 마당을 한 바퀴 돈 샌님·서방님·도련님 등이 반대편으로 가서 나란히 서면, 마당 중앙으로 나온 말뚝이는 말뚝이깡총이걸음춤을 춘다. 샌님이 말뚝이를 불러 사처를 정하라고 한다. 그 말에 말뚝이는 툴툴거리다가 자진타령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의막사령인 쇠뚝이를 부른다. 쇠뚝이가 나와서 말뚝이와 재담을 하고 상전을 흉본 다음, 사처를 부탁한다. 말뚝이는 상전에게 돼지우리를 사처로 정했다면서, 채찍으로 돼지 몰듯 상전을 몰아붙이며 타령장단에 춤을 추면서 퇴장한다. 말뚝이는 쇠뚝이와 함께 재담을 주고받으며 양반 풍자에 참여한다.

송파산대놀이의 말뚝이탈은 짙은 갈색 바탕에 이마에 세 줄의 굵은 주름을 가지고 있다. 검은색에 녹색의 줄이 있는 두꺼운 눈썹을 가지고 있다. 좌우로 안정된 눈의 속은 흰색이며 눈가에 검은색 점이 찍혀 있다. 광대뼈가 솟아 있고 주먹코이다. 빨간색 입술에 입가는 둥글게 아래로 내려가 있다. 여덟째먹중탈과 겸하여 사용한다.

퇴계원산대놀이에서 말뚝이는 제10과장 말뚝이놀이에 등장한다. 말뚝이는 과거를 보러 올라가는 샌님 일행을 모시고 한양에 가는 도중에 산대굿 구경을 한다. 샌님 일행은 산대굿 구경에 빠져 해가 저문 줄 모르다가 하인 말뚝이를 통해 거처할 방을 마련하려 한다. 말뚝이는 샌님 일행의 거처를 구하다가 친구인 쇠뚝이를 만나는데, 쇠뚝이는 돼지우리를 거처로 정해준다. 이에 격분한 샌님이 말뚝이와 쇠뚝이를 야단치다가 오히려 말뚝이와 쇠뚝이에게 조롱을 당한다. 말뚝이는 신장수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중부지역 가면극의 특징 중의 하나인 쇠뚝이는 샌님에게 온갖 모욕을 주는 인물인데, 샌님댁의 청지기인 말뚝이를 내쫓고 자기가 샌님의 하인으로 들어간다. 말뚝이 춤사위는 춤선이 매우 굵고 힘찬 특성이 있다.

퇴계원산대놀이의 말뚝이탈은 옅은 주홍색 바탕에 불만이 많아 아랫입술을 쑥 내민 입모양을 하고 있다. 이마에는 두 개의 주름이 잡혀 있고 눈썹과 양쪽 볼이 도드라져 있으며 눈썹, 미간, 콧등, 아래턱에 파란 문양이 그려져 있고, 아랫입술이 코에 접근해 있다. 신장수와 도끼 역시 말뚝이탈을 쓴다. 말뚝이는 흰색 바지저고리에 연두색 더그레를 입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쓰고 오른손에는 채찍을 든다.

봉산탈춤에서 말뚝이는 제6과장 양반춤과장에 등장한다. 양반춤과장은 주로 말뚝이와 양반 삼형제의 재담으로 진행된다. 새처를 정하는 놀이, 시조짓기와 파자(破字)놀이, 나랏돈 잘라먹은 취발이를 잡아오는 과정 등을 통해 말뚝이는 독설과 풍자로써 양반들을 신랄하게 욕보인다. 말뚝이의 양반 풍자를 볼 수 있는 재담의 내용 중에서 양반 등장을 소개하는 "쉬이.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를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요"라는 대목이 유명하다. 이러한 말뚝이의 양반 풍자는 가면극의 희극미(喜劇美)를 창출해내며 성장하는 민중의식을 보여준다.

봉산탈춤의 말뚝이탈은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눈썹을 그리고 눈에는 구멍을 뚫었다. 눈 주변에 흰자위를 그리고 입가에는 흰 점을 많이 찍었다. 말뚝이는 검은색의 패랭이를 쓴다. 검은색 더그레와 흰색 바지를 입고 채찍을 놀리며 등장한다.

강령탈춤에서 말뚝이는 제2과장 말뚝이춤과 제5과장 양반·말뚝이춤 그리고 제6과장의 제1경인 팔먹중춤에 등장한다. 제2과장 말뚝이춤에서는 대사 없이 두 명의 말뚝이가 등장하여 곤장을 들고 추는 곤장춤과 채찍을 이용한 채찍춤, 한삼을 이용한 한삼춤을 염불도드리장단·타령장단·자진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춘다. 제5과장 양반·말뚝이 춤에는 제2과장에 등장했던 두 명의 말뚝이가 함께 등장하는데, 이때는 곤장만 손에 들고 채찍은 허리에 찬다. 하인의 신분으로서 양반의 면상을 치고, 양반의 지시를 무시하며, 언어유희를 통해 양반을 조롱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가면극에서 양반을 풍자하는 말뚝이는 한 명이 등장하지만, 강령탈춤에서는 다른 가면극과 달리 말뚝이 두 명이 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이며 민중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인 말뚝이가 두 명이나 등장하는 것을 '말뚝이'가 양반과의 대립구조 속에 상대적 우위와 강한 힘을 얻는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6과장 제1경 팔먹중춤에서는 타령장단에 맞춰 세 명의 말뚝이가 등장한다. 이때 세 명의 말뚝이는 가면을 얼굴에 쓰지 않고 머리에 올려 써서 연희자의 얼굴을 드러낸다. 취발이 뒤에 첫 번째 말뚝이가 등장하고, 둘째먹중 뒤에 두 번째 말뚝이가 등장하며, 마지막에 세 번째 말뚝이가 등장한다. 여기에서만 등장하는 세 번째 말뚝이는 나머지 두 명의 말뚝이가 입는 복식과는 달리 더그레에 무늬가 없다. 굿거리장단에 맞춰 성주풀이조로 노래를 하고, 노승의 지팡이를 메고 걸어 나오며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백구타령을 부른다. 이 과장에 등장하는 말뚝이는 앞서 등장한 말뚝이와 같은 탈과 의상을 착용하지만, 먹중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팔먹중춤에 두 명의 말뚝이만 등장했으나, 현재는 여덟 번째 먹중으로 남강노인 대신 세 번째 말뚝이가 등장하여 팔먹중의 역할을 한다.

강령탈춤의 말뚝이탈은 바탕이 주황색이고, 턱과 볼에 3개의 누런색 혹이 크게 달린 귀면(鬼面)이다. 눈은 큰 편이고 45도 각도로 위로 치켜뜨고 있으며, 눈초리도 위를 향하고 있다. 눈가에는 검은색과 흰색 선이 그려져 있는데, 코는 오뚝하고 가로로 3개의 주름이 잡혀 있다. 입술 위에는 흰색의 큰 테두리가 그려져 있다. 강령탈춤에는 원래 2개의 말뚝이탈이 있었으나, 팔먹중춤의 마지막에 등장하던 남강노인 대신 세 번째 말뚝이를 등장시켜 근래에는 3개의 말뚝이탈을 사용한다. 현행 연희에서 말뚝이는 머리에는 꽃패랭이를 쓰고, 붉은색 원동에 청동다리 흰색 한삼이 달린 더그레를 입으며, 흰색 바지를 입는다. 허리에는 노란색의 띠를 매고, 좌청우홍의 깃대님을 무릎에 맨다. 허리 뒤에 왕방울을 차고, 왼손에는 곤장을, 오른손에는 채찍을 들고 등장한다.

은율탈춤에서 말뚝이는 제4과장과 제5과장 그리고 제6과장에 등장한다. 제4과장 양반춤에서는 양손으로 머리 위에 채찍을 들어 올리고 등장하고 나서, 타령장단과 돔부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세 명의 양반을 상대한다. 맏양반의 면상을 채찍으로 후려치기도 하고, 둘째양반 머리에 방귀를 뀌기도 하며, 셋째양반을 깔아뭉개고 새맥시를 가로채는 등 차례로 양반들을 조롱한다. 첫째양반의 부름에 말뚝이는 한참 있다가 나오면서 양반의 호통에도 "하도 오래간만에 뵈옵기에 너무나 반갑고 얼떨떨하야 아- 그만 이 채찍으로 대가리를 후려쳤습니다" 하고 계속 양반을 비하하는 말을 한다. 셋째양반이 말뚝이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말뚝이는 팔과 다리가 비틀어진 반신불수의 셋째양반을 올라타서 깔아뭉개고는 "양반님이 넘어지실까봐 다리를 보호했댔습니다" 하고 변명한다. 그러면 셋째양반이 이상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그렇지. 우리 말뚝이지 말뚝아 -" 하는 내용을 통해 어리석은 양반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말뚝이 대사에는 팔도강산, 명기명창판소리 단가의 내용이 많이 삽입된 것이 특징이며, 황해도 민요인 몽금포타령의 가사를 차용한 부분도 있다. 제5과장 노승춤에서는 최괄이와 함께 등장하여 노승을 조롱하면서,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개구리타령이라고도 하는 대꽃타령과 굿거리장단에 맞춰 극 중 상황에 맞게 내용을 창작한 병신난봉가를 최괄이와 함께 부르다가, 노승에게 면상을 맞고 퇴장한다. 제6과장 미얄할미·영감춤에서는 미얄할미와 뚱딴지집이 미얄영감을 사이에 두고 서로 자기의 영감이라고 주장하며 싸움을 할 때, 최괄이와 함께 등장하여 영감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서 누구의 영감인지를 가려주는 판결자의 역할을 한다.

은율탈춤의 말뚝이탈은 마부탈과 겸용하며, 붉은색 바탕에 6개의 혹이 붙은 귀면형 가면이다. 종이탈에 두 눈을 크게 그리고, 이마에 혹 2개, 양 볼에 각각 혹이 하나씩, 턱 양쪽에 혹 2개가 있다. 혹의 맨 위는 황금색이고 그 아래로 녹색·붉은색·회색·검은색의 테를 둘렀는데, 이는 오방색(五方色)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말뚝이는 고의적삼에 검정 더그레를 입고, 머리에는 벙거지를 쓰고, 오른손에는 채찍을 들며, 허리에는 왕방울을 찬다. 윗대님을 좌청우홍으로 치고, 허리에는 노란색 띠를 띤다.

수영야류에서 말뚝이는 제1과장 양반춤에 등장한다. 양반들이 수차 불러도 나타나지 않던 말뚝이가 등장하여 양반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수양반이 도령에게 인사하라고 하자 재담을 하면서 조롱한다. 또 말뚝이는 서방님을 찾으려고 팔선녀집에 갔더니 개아들놈도 없고, 장안을 두루 찾아도 새아들놈도 없고, 전국을 다 찾아도 개아들놈도 없었다고 희롱한다. 마지막으로 서방님 댁에 갔더니, 대부인마누라가 올라오라기에 방에 들어가서 동방화촉을 밝혔다고 말한다. 양반들은 기가 죽어 해산타령과 갈가부타령을 부르며 퇴장한다. 양반과장에서는 하인 말뚝이가 해학적인 풍자와 신랄한 독설로 양반사회의 이면상을 폭로하고 양반계급의 무능과 허세를 야유한다. 춤사위는 채찍을 휘두르면서 두 다리를 껑충껑충 뛰며 땅을 내리찍는 듯한 형식의 춤으로 매우 활달한 도약무라 할 수 있다. 말뚝이춤은 특히 춤 폭이 크고, 남성적이어서 몸을 도약하면서 뛰거나 껑충거리면서 놀이판을 휘어잡는 당당한 멋이 있다. 말뚝이춤은 춤사위 또한 독자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어 수영야류에서 가장 돋보이는 춤이다. 말뚝이춤은 한발뛰기사위, 모둠뛰기사위, 합사위, 앉음뜀사위, 허리돌림사위, 배김사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수영야류 말뚝이탈은 적갈색 바탕이며, 얼굴 전체에 23개의 돌기가 나 있다. 돌기는 여드름이라고 한다. 귀는 한지를 꼬아 8자 형으로 만들고 동그랗게 뚫린 눈과 귀밑까지 찢어진 입 가장자리에는 은색 종이를 발랐다. 코는 그리 높지 않으나 길게 만들어 붙였다. 말뚝이의 탈은 매우 커서 양반을 압도한다. 말뚝이의 의상은 흰색 바지저고리에 화사한 마고자를 입었다. 머리에는 노란색·붉은색·녹색의 3색 조화(造花)를 단 패랭이를 썼다. 짚신에 감발하고 오른쪽 무릎 아래엔 붉은색 윗대님을 매고, 손에는 붉은색 술이 달린 채찍을 들었다. 말뚝이는 향도군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등장한다.

말뚝이

말뚝이 송파산대놀이

말뚝이

말뚝이 은율탈춤

말뚝이

말뚝이 수영야류

동래야류에서 말뚝이는 제2과장 양반과장에 등장한다. 차양반, 셋째양반, 넷째양반, 종가도령의 순서로 장단에 맞춰 덧배기 춤을 추며 등장하여 각자 개성 있는 독무와 대무로써 어울린다. 바보스런 종가도령이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세 양반이 꾸중한다. 양반들은 춤을 추고 나서 말뚝이를 불러 재담을 주고받는다. 이 과장에서는 하인 말뚝이가 무능하고 허례허식에 찬 다섯 양반들을 갖은 야유와 모욕으로 신랄하게 풍자한다.

동래야류의 말뚝이는 흰색 바지에 붉은색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연두색의 화사한 덧저고리를 입었다. 머리에는 노란색·붉은색·보라색의 3색 조화(造花)를 단 큰 가면을 썼다. 짚신에 감발하고 오른쪽 무릎엔 노란색의 다리띠를 매고, 손에는 채찍을 들었다. 말뚝이탈의 재료는 바가지이다. 1930년대 사용하던 말뚝이탈에 대해 최상수는 "붉은 면에 검은 혹이 처처에 있고, 두 눈알과 상하 이빨에는 은지를 오려붙였으며, 입술은 불그스름한데 커다란 코는 높게 두드러져 나왔다. 양쪽 귀가 또한 크다. 동래야류의 경우 말뚝이는 본래 거만하여 양반들이 개별적으로 부를 때에는 나타나지도 않고, 양반 넷이 어깨를 짜고서 합창을 해서 불러서야 겨우 나타나며, 또 말뚝이가 채찍을 휘두르면 양반들은 겁을 먹고 물러선다. 이미 시대는 바뀌어 무력해진 양반들이 반항적인 말뚝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라고 했다.

통영오광대에서 말뚝이는 제2과장 풍자탈놀이에 등장한다. 검은색 쾌자에 더그레를 걸치고 등장한다. 손에 채찍을 들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쓴다. 가면은 대바구니, 종이, 검은 털, 모피편(毛皮片), 밧줄 등으로 만든다. 대바구니에 밧줄을 꼬아 테를 두르고 나서, 눈과 입을 만들고, 그 위에 검붉은 종이를 발랐다. 노란색 눈썹털과 검은색 콧수염을 달고, 양쪽 볼에는 혹을 달았다. 통영오광대에서는 말뚝이의 양반에 대한 조롱이 매우 심하며, 파계승에 대한 풍자는 통영지역의 불교신앙이 강해서인지 약한 편이다. 여러 양반들이 등장하는 양반·말뚝이놀이에서 양반끼리 분열과 대립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갈등구조의 주축은 양반과 말뚝이 사이의 신분갈등이다. 이처럼 말뚝이는 인물구성과 갈등구조의 중핵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서 양반과의 싸움을 통해 양반의 권위를 근원적으로 파괴하고 신분의 해방을 꾀한다.

고성오광대에서 말뚝이는 제2과장인 오광대놀이에 등장한다. 오광대놀이는 다른 가면극의 양반과장에 해당하는데, 양반사회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가면극에 비해 양반의 바보 같은 모습이 약화되어 있다. 오광대의 구분은 가산오광대나 진주오광대의 오방신장무와 같이 동(청색)·서(백색)·남(적색)·북(흑색)·중앙(황색)의 오방위에 따른 분류이다. 원양반은 중앙의 황제양반에 해당한다. 백제양반은 청제양반, 적제양반, 흑제양반과 함께 젓양반(원양반을 중심으로 볼 때 곁다리의 양반이라는 의미)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원양반을 도와서 극을 진행한다. 현행 연희에서는 원양반이 가운데 서면, 젓양반들은 주위에 둘러 모였다가 말뚝이의 등장과 함께 놀이판 가장자리로 물러나와 서서 춤을 추는 동작을 한다. 말뚝이가 가운데서 춤추는 동안 양반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고 돈다.

이때 말뚝이는 젓양반들 가장자리에 서서 원양반을 때릴 듯이 겨누면서 배긴다. 그리고 젓양반들은 다시 일어나서 방향을 바꿔 자기 위치로 돌아온다. 원양반의 개인춤이 끝나면 말뚝이가 쏜살같이 놀이판 가운데로 들어가서 잠깐 개인춤을 춘다. 이는 춤으로써 말뚝이가 원양반과 겨루는 것을 뜻한다. 말뚝이의 춤은 양반에 대한 반감과 모욕을 나타내므로 격렬하다. 말뚝이가 춤을 끝낸 후 놀이판의 가장자리로 나오면, 원양반이 다시 놀이판 가운데로 들어가서 잠시 춤을 춘다. 원양반이 지팡이로 땅을 끌다가 바깥쪽으로 돌며 "쉬이-" 하면 춤과 음악이 멈춘다. 이어서 말뚝이가 양반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대사와 양반들의 엉뚱한 대답이 반복되는 해학적이고 비판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과장의 끝 부분에서 말뚝이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청노새 청노새" 하며 춤을 추면, 양반들이 모두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다가 덧배기장단에 맞춰 비비에게 위협을 받으며 하나하나 퇴장한다.

고성오광대의 말뚝이탈은 코가 몹시 튀어나온, 다른 탈보다 약간 큰 검은색의 나무탈을 착용한다. 바탕색은 갈색이고 코는 칠하지 않아 나무의 색깔 그대로다. 눈 주위는 회색으로 칠했는데, 구멍을 크게 뚫은 입의 가장자리에는 이가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입가에는 팔자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고, 이마에는 주름이 세 줄 깊게 파여 있다. 말뚝이는 검은색의 긴 더그레를 입고 머리에는 패랭이를 쓰는데, 붉은색과 흰색의 줄을 꼬아 만든 띠를 패랭이 아래로 드리웠다. 한쪽 다리에는 붉은색 대님 그리고 허리에는 붉은색 허리띠를 맨다. 오른손에는 채찍을 들고 등장한다. 고성오광대의 말뚝이는 다른 가면극에 등장하는 말뚝이에 비해 대사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말뚝이(중앙)

말뚝이(중앙) 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에서 말뚝이는 제4과장 양반과장과 제5과장 중과장에 등장한다. 가산오광대의 말뚝이는 가장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풍자의 주체로 나타나고 있다. 말뚝이는 검은색 쾌자를 입고 말채찍을 휘두르며 껑충껑충 뛰어들어 양반들이 춤추는 곳에서 한참 어울려 함께 춤추면서 양반들을 희롱한다. 말뚝이가 갑자기 양반의 얼굴을 채찍으로 후려갈기면서 "옛끼놈, 돼지새끼들"이라고 욕을 하면 양반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며 코를 만지면서 "엥, 코야. 이놈 말뚝아, 그러면 우리를 돼지새끼로 본단 말이냐?"라며 말뚝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말뚝이가 "여보 새안님, 새안님이 글자나 읽었다 하오니 자사히 들으시오. 청천백일에 우소 소도 아니요, 탕건의 부자 소도 아니요. 하락의 치자 소도 아니오, 장량의 옥퉁 소도 아니요, 문門 안에 적을 소 한 자가 무신 잡니까?"라고 묻자, "사서삼경(四書三經) 뒷장에 보면 나오는 둔벙(여성의 성기) 소자 아니냐?"라며 자신의 무지를 보여준다. 양반들은 말뚝이에게 일방적인 희롱만 당하지 않고 말뚝이의 허벅지를 때릴 거라며 까불면서 말뚝이를 꾸짖기도 한다.

그러나 말뚝이는 중과장에서 서울애기가 없어진 것을 알고 격분한 양반의 호령에 따라 노장상좌를 잡아들여 혹독하게 매질하는 하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도 한다. 덧배기장단이 울리면 큰양반을 선두로 작은양반 넷이 함께 춤을 추며 등장하여 계속 춤춘다. 이들 뒤에 말뚝이가 오른손에 채찍을 들고 크게 머리 위로 휘두르면서 탈판 중앙으로 와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펼친다. '둥둥캥캥' 하는 빠른 장단에 맞춰 양반들이 춤추는 동안, 말뚝이도 검은색 쾌자를 입고 말채찍을 휘두르며 껑충껑충 뛰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가산오광대의 말뚝이탈은 바가지로 만들고 크기는 양반탈과 비슷하나 조금 작다. 바탕을 검붉은 색으로 칠해 음흉하게 보인다. 눈은 위로 찢어졌는데 눈썹은 돼지털로 달고 눈구멍을 뚫었다. 코는 둥글넓적하다. 눈 밑 뺨에 작은 구멍을 뚫고 구멍 언저리에는 검고 붉은 점을 찍었다. 코 밑에는 수염을 짧게 3개, 길게 양쪽으로 팔자형으로 달았으며 턱밑에는 검은 돼지털로 5㎝ 정도의 수염을 달았다. 말뚝이는 흰색 바지와 흰색 저고리 위에 검은색의 더그레를 입었는데, 길이가 허벅지까지 내려온다.

가산오광대의 말뚝이는 머리에는 흰 끈을 두르고 두건을 썼으며, 그 위에 검은색·갈색·녹색·노란색으로 층층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테두리를 한 형태의 패랭이를 썼다. 패랭이 위에는 상모처럼 긴 막대기와 술이 달렸다. 이 술은 양반과장에서 말뚝이가 말채찍을 휘두르며 껑충껑충 뛰어들어 양반들과 춤을 출 때 사용하고, 중과장에서는 서울애기와 놀아난 노장을 징계할 때 사용된다.

초랭이광대는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양반의 하인 역으로 경망스럽게 까불어 대는 인물이다. '초랭이 걸음한다'는 말이 하회 지역에 전하는데 이는 초랭이처럼 경망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방정맞다 초랭이걸음', '바쁘다 초랭이걸음'과 같은 말 역시 초랭이의 경망스러운 성격을 드러낸다. 초랭이광대는 주지마당을 비롯하여 파계승마당, 양반·선비마당 등에 등장한다. 주지마당에서는 끝 대목에서 까불거리며 등장하여 주지들을 쫓아내고 마당을 돌아다니며 경망스럽게 춘다. 파계승마당에서는 중과 부네가 어울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놀려대기도 하고, 함께 등장한 이매의 흉내를 내며 놀리기도 한다. 양반·선비마당에서는 양반을 데리고 나와 놀려대면서 무식함과 가식을 들추어낸다. 초랭이는 일관되게 방정맞고 경망스러운 모습으로 중이나 양반 등의 허위와 가식을 폭로하는 익살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초랭이광대는 벙거지를 쓰고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는다. 그 위로 흑색 쾌자를 입고, 행전을 치고 미투리를 신는다.

초랭이탈의 얼굴빛은 중탈이나 선비탈과 마찬가지로 주홍색 바탕에 갈색이 덮였다. 눈썹은 검게 칠했고 둥글고 조그만 눈이 톡 튀어나오게 새겼다. 그리고 눈시울은 흰 테를 둘러 튀어나와 보이는 효과를 노렸고 뚫려 있다. 입도 뚫려 있고 약간 벌린 입에는 아래윗니가 드러나 보인다. 턱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되어 있는 대신, 입이 반쯤 벌어져 있다. 양쪽 볼에 약간의 주름살이 새겨져 있다. 짧고 빨간 수염을 달아 희극적 효과를 낳고 있다. 초랭이탈은 입이 비뚤어져 있어서 익살꾼의 역할과 잘 어울린다. 중국 구이저우성(貴州省) 더장현(德江縣)의 나당희에 등장하는 진동(秦童)의 가면도 입이 비뚤어진 모습으로서 익살꾼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하인이라는 점도 공통되어 흥미롭다. 초랭이탈은 오리나무로 만들어졌으며, 1964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남사당 덧뵈기의 말뚝이는 셋째마당 샌님잡이에 등장한다. 영감과 노친네(영감의 처)가 등장하여 서로 재담을 주고받다가 영감이 하인인 말뚝이를 부른다. 말뚝이는 자신을 찾는 샌님의 소리를 듣고 등장하여 샌님이 하는 말에 토를 달고 말장난을 하며 샌님을 조롱한다. 이에 샌님이 말뚝이에게 절을 가르치려 하자 우스꽝스럽게 대꾸하거나 샌님 말에 꼬투리를 잡으면서 절을 배운다. 그러다 도리어 샌님과 노친네로부터 절을 받는다. 결국 샌님은 말뚝이에게 절 받기를 포기한다. 이어서 샌님과 노친네, 말뚝이가 어우러져서 굿거리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이때 말뚝이는 노친네를 유혹해 얼싸안고 퇴장한다. 말뚝이는 예의를 차리고 대접받으려 하는 샌님을 조롱하고 마지막에는 오히려 양반의 부인까지 꼬여내는 역할로, 양반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장 첨예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남사당 덧뵈기의 말뚝이탈은 자주색 바탕에 눈썹과 주름살은 검은색이고 입술은 붉은색이다. 이마에 혹이 있으며 먹쇠탈로도 쓰인다. 말뚝이는 흰색 바지저고리에 반소매의 검은색 더거리를 입고 짚신을 신는다. 머리에는 전립을 쓰고 말채찍을 손에 들고 등장한다.

북청사자놀음의 꼭쇠는 양반의 하인 역으로서 양반을 데리고 등장하여 사자놀이를 소개하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꼭쇠가 양반을 놀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다른 가면극의 말뚝이와 유사하기도 하다. 그러나 꼭쇠와 양반은 마당돌이과장에서 등장하여 마지막 과장이 끝날 때까지 계속 놀이판에 머물면서 놀이 내용을 소개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또 꼭쇠와 양반은 사자놀이의 주역은 아니다. 이들은 놀이의 진행을 돕는 보조역이다.

사자놀이마당의 마을돌이뒤풀이과장에서 영감과 노친이 사자놀이패가 자신의 집을 방문하여 한바탕 놀아주는 것에 대한 답례로 쌀과 엽전을 준다. 꼭쇠는 이 쌀을 쌀포대에 담아간다. 양반은 도포의 허리에 매는 술띠처럼 멜끈을 착용하고 나오는데, 꼭쇠가 이 멜끈을 잡아당기면서 양반을 데리고 등장한다. 마치 양반을 포박하여 끌고 나오는 듯하여 포승줄과 유사하다.

북청사자놀음의 꼭쇠탈은 밤색이다. 눈썹은 양쪽 끝이 매우 치켜 올라가 있고, 두 눈초리도 많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긴 콧수염과 약간 긴 턱수염을 달았는데, 현재는 턱수염만 달고 있다. 꼭쇠는 붉은색의 술이 달린 전립을 쓰고 절반은 흰색 나머지 절반은 진청색인 바지를 입는다. 붉은색의 어깨띠와 노란색 허리띠를 착용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 강릉관노가면극 등과 같은 마을굿놀이 계통의 가면극들은 그 연희 내용과 등장인물들이 본산대놀이 가면극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이들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에는 말뚝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파계승마당이나, 양반·선비마당에서 유학과 유학자를 조롱하는 내용, 강릉관노가면극의 소매각시라는 명칭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후대에는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도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의 영향을 일부 받은 흔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강릉관노가면극에서는 양반광대가 소매각시를 차지하고자 일어나는 내용으로 변이되어 있는 점도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본산대놀이계통의 가면극에서는 양반의 권위에 대한 풍자가 주로 말뚝이가 이루어내는 데 반하여, 관노가면극에서는 소매각시가 양반 권위의 상징인 수염에 목을 맴으로써 그 권위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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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어

막득이, 초랭이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