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뿔연장

뼈뿔연장

여러가지 뼈뿔연장

여러가지 뼈뿔연장

뼈·뿔·이빨·조개껍질 같은 동물성의 단단한 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도구로서 일상용구, 연장, 농기구, 무기, 어구, 악기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제품이 모두 포함된다. 전기 구석기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후기 구석기시대에 들어와서 뼈를 다루기에 알맞은 새로운 기술들이 발명되면서 비로소 다양한 종류가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후빙기로 접어들며 자연환경이 크게 변화하자 인류의 생활양식도 달라졌으며, 청동기시대에는 신석기시대의 전통을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새롭고 다양한 뼈제품들이 제작된다. 곳에 따라 금속 연장이 뼈뿔연장〔骨角器〕 제작에 사용되어 더욱 새롭고 정교한 뼈뿔연장들이 출현하기도 했다. 뼈뿔연장 역시 재료, 형태, 종류 및 기능 등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갖게 되었는데, 형식분류, 기능 연구와 함께 연모감의 해부학적 기원과 제작기술의 분석이 뼈뿔연장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바, 이는 두 부분이 형식 분류의 기본 요소가 되고 시기와 문화의 특성과 차이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뼈뿔연장 제작에 쓰인 동물성의 단단한 재료들은 일반적으로 유기질과 무기질이 배합된 독특한 물성과 함께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며 저항력, 탄력성, 유연성과 함께 견고성을 갖추고 있어 연모감으로 뛰어나다. 뼈의 특성을 파악한 선사인들의 뼈뿔연장 재료 선택은 의도적이며 계획적이었는데,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에 다양한 용도로 가장 흔히 쓰인 뼈대는 사슴과 소의 팔다리뼈이며 사슴뿔도 다양하게 이용된 것으로 나타난다. 팔다리뼈 중에서 발등뼈와 손등뼈가 특히 많이 쓰였는데, 이는 이 뼈들이 곧고, 길고, 단단하며 앞·뒷면에 깊은 홈이 있어 쪼개기 유리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사슴 뒷팔뼈의 이용도 두드러지는데 끝을 간단히 손질하여 송곳〔錐〕이나 찌르개〔尖頭器〕로 만들었다.

뼈숟가락〔骨匕〕은 그 크기로 보아 소와 같이 큰 짐승의 팔다리뼈의 몸통 부분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멧돼지 송곳니는 낚싯바늘〔釣針〕, 칼〔刀〕, 치레걸이〔裝身具〕를 만드는데 주로 선택되었으며, 조개껍질로는 흔히 치레걸이를 만들었다. 독수리나 황새와 같은 큰 새의 날개와 다리뼈로 만든 바늘통 또는 피리도 눈에 띤다. 새뼈는 작은 토막으로 가로 잘라 치레걸이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신석기시대에도 이미 나타난 것이지만 청동기시대에 보다 전문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뼈뿔연장은 일반적으로 연모의 기본꼴과 원하는 크기의 몸체를 마련하는 마름질과 마련된 몸체에 연장의 고유 기능을 부여하는 다듬기 단계를 거쳐 완성되며, 기능을 보강하거나 장식을 하는 끝손질이 따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제작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다. 뼈뿔연장 제작기술은 뼈가 깨지고 갈리는 돌의 성질과 깎이고 켜지는 나무의 성질을 고루 가지고 있어 이 두 물질에 쓰이는 기술이 선택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다. 대표적인 마름질 기술로는 때려깨기, 켜기, 썰기, 갈기, 깎기가 있으며, 다듬기 기술로는 잔손질, 긁기, 갈기, 깎기, 새기기, 구멍뚫기 등이 있다.

때려깨기는 순간적으로 작업 대상물에 충격을 가함으로서 이루어지며, 직접때려깨기와 작업면의 정해진 자리에 쐐기를 대고 쐐기 위 끝 부분을 망치로 내려쳐 쪼개는 간접때려깨기가 있는데 후자는 흔히 켜기의 마무리 기술로 쓰인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뼈뿔연장감은 대부분 모루 위에 놓고 망치로 때리는 직접때려깨기에 의해 마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켜기는 도구를 이용하여 길이 방향으로 길고 깊은 홈을 파서 연모감을 쪼개거나 추출하는 기술로 경제성이 높다. 새기개, 자르개, 격지 같은 석기 또는 금속제의 톱, 칼 따위가 켜기에 쓰일 수 있다. 켜기는 후기 구석기시대 뼈뿔연장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신기술로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까지 매우 드물게 관찰되나 초기철기시대에는 활발히 쓰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썰기는 힘의 적용방식이나 전개된 행위가 켜기와 같지만 가로 자를 목적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신석기시대와 초기철기시대 유적에서 자주 관찰된다.

갈기는 대표적인 다듬기 기술로 숫돌〔砥石〕 위에 연장감을 문질러서 이루어진다. 갈기는 거의 모든 종류의 연장에서 관찰되는데, 꼴 잡기, 겉면 다듬기, 홈파기, 구멍뚫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중기 구석기시대 말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기술은 전 시기에 걸쳐 매우 폭넓게 쓰였으며,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에도 가장 흔히 쓰인 다듬기 기술이다.

잔손질(Retouche)은 뗀석기〔打製石器〕의 기본적인 다듬기 기술로 청동기시대 뼈뿔연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은 모룻돌〔臺石〕 위에 대고 내리쳐 마주보는 두 곳을 동시에 떼는 양극떼기에 의한 잔손질이다. 갈기에 의해 다듬어진 면과 주변에 남아 있는 연속적이며 규칙적인 뗀자국들로 보아 잔손질은 갈기나 다른 기술을 베풀기에 앞서 때려깨기에 의해 마련된 뼈뿔연장감의 불규칙한 가장자리를 일차 다듬을 목적으로 쓰인 것 같다.

긁기는 연장의 날이나 모서리를 이용하여 표면을 긁어 다듬는 기술이다. 후기 구석기시대에는 뼈뿔연장 전면을 다듬는데 쓰인 기술이었으나 이후 사용예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주로 바늘같이 가는 종류의 연장에서 관찰된다. 깎기는 돌끌 또는 칼, 돌날 같은 연장을 써서 연장 감을 연속적으로 깎아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뼈의 일부분에 홈파기 또는 사용 부위 다듬기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구멍뚫기는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발달하여 온 기술로 매우 다양하다. 송곳을 이용한 전통적인 돌려뚫기 이후, 갈기, 썰기, 깎기, 간접때리기에 의한 구멍뚫기 또는 눌러 구멍뚫기 등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 청동기유적에서는 주로 바늘과 치레걸이에 적용된 돌려뚫기가 관찰된다. 조개껍질 팔찌 제작의 초기 단계에서는 간접때리기에 의한 구멍뚫기가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뼈뿔연장이 출토되는 청동기시대 유적의 수는 많지 않다. 야외 유적의 대부분이 산성토양으로 보존 조건이 나쁜 탓이다. 야외 유적으로는 동북지방의 라진 초도, 선봉 굴포리, 무산 호곡동, 회령 오동 유적이 대표적이며, 안면도 고남리, 제주도 상모리 유적에서도 뼈뿔연장이 발굴되었다. 동굴유적으로는 의주 미송리, 덕천 승리산 그리고 최근 발굴된 영월 연당 쌍굴 유적 등이 있다.

특히 동북지방에서 보고된 뼈뿔연장들은 송곳, 찌르개, 양끝찌르개, 찔개살, 화살촉, 창끝, 바늘, 삯바늘, 낚싯바늘, 단검, 칼, 끌, 톱날, 예새, 비늘갑옷〔札甲〕, 손잡이, 바늘통, 숟가락, 치레걸이(팔찌, 고리구슬, 납작구슬 등) 그리고 피리 등으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수도 많다. 이를 보아 청동기시대에 들어와서도 뼈뿔연장이 폭 넓게 사용되었으며 생활도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송곳, 찌르개 등의 연모 중 일부는 아래 부분의 다듬은 모습으로 보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루나 손잡이에 끼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삼룡)

참고문헌

  • 조선고고학개요(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편, 1977년)
  • 한국사 3-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국사편찬위원회 편, 1997년)

동의어

골각기(骨角器)

참조어

골기(骨器), 각기(角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