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

[ 文化 ]

인류학에서 주로 연구되는 개념으로, 고고학에서도 고고학적 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개념이다. 영국의 고고학자 타일러(E.B.Tylor)에 의하면 “문화란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된 지식, 신앙, 예술, 법, 도덕, 관습 및 인간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획득한 어떤 다른 능력이나 습관 등을 포함한 복합총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그의 정의에 문화가 인간 고유의 소유물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그 정의 속에 암시되고 있었고 이와 같은 개념은 오랫동안 인류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문화의 개념은 문화와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고 몇 가지 특성으로 정의되었다. 첫째, 문화는 학습된 행위이다. 즉 인간이 유전인자를 통해 선조로부터 얻어지는 체내적인 것이 아니라 언어, 풍습 등 신체와는 다른 체외적인 경로를 통해 얻어지는 지식을 말한다. 둘째, 문화는 인간에게 유일한 것이다. 이 말은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부 동물들도 어떤 형태의 행위를 배운다. 그러나 인간이 유일하게 환경과 경쟁하는 수단으로서 문화를 이용한다. 즉 문화는 인간의 환경에 대한 적응체계이다. 셋째, 문화는 유형화가 이루어진다. 일련의 습관과 관습은 그것을 사용하는 집단을 통합한다. 인류학자들은 문화를 편리한 방법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연구하게 된다. 넷째, 사회가 문화의 매개체(媒介體)이다. 문화와 사회의 구분은 쉽지 않다. 사회는 상호 작용하는 조직의 집단이고, 인간은 유일한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경우 사회는 문화의 저장소이고, 문화를 전달하며, 그 구성원이 문화에 참여한다. 문화는 사회행위의 지배적인 결정요인이다.

수십 년간 인류학자는 이상의 정의에 만족하였으나 몇몇 학자들에 의해 문화란 행위로부터 끌어낸 추상(抽象)이라고 주장되기 시작하였다. 즉 크루버와 크락혼(Kroeber and Kluckhohm)에 의해 문화는 “그 자체가 행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행위로부터 끌어낸 추상”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정의되어온 행위는 심리학자들의 연구영역으로 보고 인류학자는 행위에서 도출된 추상만을 문화로 보았다. 또한 화이트(L.A.White)는 문화란 “신체외적인 맥락에서 고려된 상징행위(象徵行爲)로 이루어진 사물과 사건들에 붙인 이름”으로 정의하였다.

한편 고고학에서 문화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고고학자들이 직접 볼 수 없으며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제도, 언어, 종교적 신념 등은 유물로 남겨지지 않는다. 고고학자들은 물질적인 자료를 통해 과거 문화를 복원할 수밖에 없다. 고고학적 자료의 성격상 고고학에서의 문화란 인류학에서 연구되는 문화와 달리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고학에서 연구되는 문화를 ‘고고학적 문화(archaeological culture)’라 부른다.

처음으로 고고학에 문화의 개념을 접목시킨 고고학자로는 차일드(G.Childe)를 들 수 있다. 그는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유럽의 문화를 해석하는 데 노력함으로써 문화가 고고학의 연구대상이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동일한 형식유물복합체들(assemblages)이 여러 지역에서 나타날 때 이를 문화”라고 불렀다. 즉 특정한 고고학적 자료의 분포 영역은 특정 집단의 영토로 간주하고, 시기적인 분포영역의 변화양상을 이들 민족집단의 확산과 이동양상을 해석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이미 독일 고고학자 코시나(Kossina)에 의해서 제시된 바 있었다. 코시나는 몬텔리우스(G.O.A.Montelius)의 형식학적 방법에 의거해 고고학적 영역을 뚜렷하게 경계지워 정의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영역을 민족 혹은 종족의 거주영역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관점은 에거스(Eggers)에 의해서도 계승된다. 이러한 고고학적 문화의 개념은 인류학보다도 역사학으로부터 온 개념이라고 지적되었다.

그리고 현재 사용되는 고고학적 문화의 개념은 디츠(J.Deetz)에 의해 잘 제시되었다. 그는 고고학적 자료에 나타나는 인간행위를 네 단계로 나누었는데 그 중 마지막 단계로 고고학적 문화를 언급하였다. 즉 유물복합체들의 유형은 사회행위의 유형을 반영하는데 이를 ‘고고학적 문화(archaeological cultures)’라 정의하였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고고학적 문화를 “특정사회에 해당하는 일련의 유형화된 유물복합체들”로 혹은 “어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행해졌던 일련의 행위를 보이며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유물복합체들” 등으로 각각 정의하고 있어 고고학적 자료에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

클라크(D.Clarke)는 “문화는 인간행위와 그 산물로 이루어져 있고, 분명히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일련의 변수”로, 화이트의 영향을 받은 빈포드(L.Binford)는 문화를 “사회와 그의 환경 및 사회·문화적 체계와의 통합에서 채용된 체외적인 적응체계”로 각각 정의하였다.

이러한 고고학적 자료를 ‘물질적 문화(material culture)’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물질적 문화는 호더(I.Hodder)가 “인간의 행위가 반영된 자료”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물질적 자료를 총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고고학적 문화는 물질적 문화와 달리 단순히 고고학적 자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부터 연구되고 복원되는 문화를 말한다. 디츠가 정의하였듯이 유물복합체들의 배경에는 사회라는 인간의 집단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당시의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유물복합체들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가 유물복합체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를 유추하고 이를 기초로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결국 문화는 고고학자들이 직접 볼 수 없으며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특히 정치제도, 언어, 종교적 신념 등은 유물로 남겨지지 않는다. 고고학자들은 물질적인 자료를 통해 과거 문화를 복원할 수밖에 없다. 고고학에서의 문화란 이와 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고학적 자료에 의해 복원되는 문화를 ‘고고학적 문화(archaeological culture)’라 부른다.

참고문헌

  • 한국고고학의 방법과 이론(최성락, 학연문화사, 1998년)
  • In the Beginning(B.Fagan, HarperCollins, 1991년)
  • 문화인류학개론(한상복 외, 서울대출판부, 1985년)
  • 문화의 개념(L.A.White 著, 이문웅 譯, 일지사, 1978년)
  • Invitation to Archaeology(J.Deetz, The Natural History Press, 196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