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스

힙노스

개념이 의인화된 신

[ Hypnos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잠이 의인화된 신이다. 밤의 여신 닉스가 혼자서 낳은 자식이라고도 하고 닉스와 어둠의 신 에레보스의 결합으로 태어난 자식이라고도 한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쌍둥이 형제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을 편드는 헤라 여신의 부탁으로 제우스를 잠들게 만들어 전세를 그리스군 쪽으로 기울게 하였다.
잠의 신 힙노스

잠의 신 힙노스

외국어 표기 Ὕπνος(그리스어)
구분 개념이 의인화된 신
상징 잠, 휴식
어원
로마신화 솜누스(Somnus)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알키오네
가족관계 에레보스의 아들, 닉스의 아들, 타나토스의 형제, 네메시스의 형제

힙노스 인물관계도

※ 관계도 내 인명 클릭시 해당 표제어로 연결됩니다.

힙노스 인물관계도
에레보스닉스모르페우스

힙노스는 밤의 여신 닉스가 홀로, 혹은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결합하여 낳은 아들로 케레스, 모로스, 타나토스, 모이라이, 네메시스, 아파테, 필로테스, 게라스, 에리스, 헤스페리데스 등과 형제다.

힙노스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신 카리테스 자매 중 한 명인 파시테아와 결혼하여 ‘오네이로이’(꿈의 신)이라고 불리는 형제 모르페우스, 포베토르, 판타소스 등을 낳았다. 모르페우스는 꿈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포베르토와 판타소스는 각각 동물과 사물의 형태를 취하여 나타난다고 한다. 힙노스에게는 그밖에도 꿈의 신으로 불리는 자식들이 수천 명이나 있다.

신화 이야기

밤의 여신 닉스의 자녀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태초에 세상을 감싸고 있던 카오스(혼돈)에서 생겨난 밤의 여신 닉스는 마찬가지로 카오스에서 곧바로 생겨난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결합하여 창공의 밝은 대기 아이테르와 환한 대낮 헤메라를 낳은 뒤, 남성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힙노스(잠)를 비롯하여 케레스(죽음, 파멸), 모로스(숙명), 타나토스(죽음), 모이라이(운명), 네메시스(복수), 아파테(기만), 필로테스(우정), 게라스(노화), 에리스(불화), 헤스페리데스(석양) 등 여러 개념이 의인화된 신들을 낳았다.

힙노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쌍둥이 형제로 모든 신과 인간과 동물을 깊은 잠에 빠뜨리는 힘을 지녔다. 힙노스의 거처는 타나토스와 마찬가지로 하데스의 나라다 (호메로스는 힙노스가 렘노스 섬에 산다고 하였다). 힙노스는 망각의 강 레테가 돌아서 흐르고 낮과 밤이 서로 만나는 동굴에서 살았는데, 동굴 입구에는 잠들게 만드는 효능이 있는 풀들이 자라고 있으며 동굴 안으로는 아무런 빛이나 소음도 들어갈 수 없다.

힙노스와 타나토스 형제

힙노스와 타나토스 형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1874년. 개인 소장

눈을 뜨고 자는 엔디미온

힙노스는 엔디미온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너무나 사랑하여 그가 잠들었을 때도 눈을 뜨고 있게 했다고 한다. 신화의 다른 버전에 따르면 엔디미온은 달의 여신 셀레네의 연인이었는데 셀레네가 연인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제우스(혹은 힙노스)에게 부탁하여 그를 잠들게 했다고 한다. 힙노스는 엔디미온이 잠을 자면서도 셀레네를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고 잠들게 하였다.(→‘엔디미온’ 참조)

제우스를 잠재운 힙노스

트로이 전쟁 때 헤라 여신은 자신이 포세이돈과 함께 그리스군을 돕는 것을 제우스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를 잠들게 해달라고 힙노스에게 부탁하였다. 제우스가 모든 신들에게 트로이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싸움에 가담하지 말 것을 명했기 때문이었다.

헤라는 부탁을 들어주면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영원히 멸하지 않는 아름다운 황금 보좌를 주겠다고 했지만 힙노스는 그녀에게 과거의 일을 상기시키며 거절했다. 힙노스는 헤라클레스를 골탕 먹이려는 헤라의 부탁으로 잠시 제우스를 잠들게 했다가 분노한 제우스의 손에 죽을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어머니 닉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면했다.

“그리하여 그(제우스)가 나를 대기에서 바다 속으로 내던져 죽게 했을 것이나
마침 이때 신과 인간을 정복하는 밤의 여신이 나를 구해주었습니다.
그녀에게 내가 달아나 구원을 청하자 그는 화가 났지만 나를 쫓기를
그만두었습니다. 날랜 밤의 여신의 비위를 건드리기가 두려워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노스는 결국 아름다운 카리테스(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신) 자매 중 하나인 파시테아를 신부로 맞게 해주겠다는 헤라의 유혹에 넘어가 제우스를 잠들게 하였고, 그 사이 포세이돈은 전세를 그리스군에 유리하게 바꾸어 놓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헤라와 힙노스는 이번에는 제우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힙노스는 주로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등장하는 데 한 번은 아폴론의 부탁을 받고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한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의 시체를 타나토스와 함께 리키아까지 운반해주기도 하였다.

사르페돈의 시체를 나르는 힙노스와 타나토스

사르페돈의 시체를 나르는 힙노스와 타나토스 아티카 적색상도기, 기원전 515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알키오네의 꿈

헤라는 사랑하는 남편 케익스가 이미 바다에서 죽은 줄도 모르고 날마다 자신의 신전을 찾아와 간절히 기도하는 알키오네가 가여워 잠의 신 힙노스를 시켜 그녀에게 남편 소식을 전하게 하였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로부터 헤라의 지시를 전해 받은 힙노스는 지체 없이 아들 모르페우스알키오네의 꿈속에 들여보냈다. 힙노스의 자식들 중에는 수많은 꿈의 신들이 있었지만 모르페우스는 그들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데 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걸음걸이, 용모, 말씨, 옷차림, 자세에 이르기까지 감쪽같이 흉내 낼 수 있었다.

모르페우스는 소리 없는 커다란 날개로 눈 깜짝할 사이에 알키오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케익스의 죽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익사한 시체답게 창백한 얼굴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케익스로 변한 모르페우스는 알키오네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자신은 이미 죽었으니 이제 그만 헛된 희망을 버리고 죽은 지아비를 애도해달라고 말했다. 잠에서 깨어난 알키오네는 남편이 죽은 줄을 알고 가슴을 치고 옷과 머리를 쥐어뜯으며 애도의 눈물을 흘렸다.

세릭스의 모습으로 알키오네 앞에 나타난 모르페우스

세릭스의 모습으로 알키오네 앞에 나타난 모르페우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