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과장

노장과장

가면극의 노장과장은 먹중들과 노장이 티격태격하는 노장춤, 노장과 신장수가 실랑이를 벌이는 신장수춤, 노장과 취발이가 대결하는 취발이춤 등 노장이 파계하는 내용의 여러 가지 삽화로 이루어졌다. 노장과장에서 산에서 내려온 노장은 소무라는 미모의 여성에게 반하여 본분을 망각하고 그녀와 함께 춤을 추며 즐기지만, 한량인 취발이에게 소무를 빼앗기고 쫓겨 나간다. 별산대놀이와 해서탈춤의 경우 노장과장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등장인물도 많다. 특히 양주·송파·퇴계원 등 별산대놀이에는 이밖에도 옴중과장, 연잎·눈끔적이과장, 염불놀이과장, 침놀이과장, 애사당법고놀이과장 등 중이 등장하는 삽화가 계속 이어진다. 반면 야류와 오광대에서는 노장과장이 축소되어 있다.

이와 같이, 노승이 젊은 여자에게 미혹되어 파계하고 젊은 남자에게 여자를 빼앗겨 도망가는 내용은 이미 강이천(姜彛天, 1768-1801)의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1789) 가운데 보인다.

노장스님 어디서 오셨는지. / 석장을 짚고 장삼을 걸치고 / 구부정 몸을 가누지 못하고 / 수염도 눈썹도 도통 하얀데 / 사미승 뒤를 따라오며 / 연방 합장하고 배례하고 / 이 노장 힘이 쇠약해 / 넘어지기 몇 번이던고. / 한 젊은 계집이 등장하니 / 이 만남에 깜짝 반기며 / 흥을 스스로 억제치 못해 / 파계하고 청혼을 하더라. / 광풍이 문득 크게 일어나 /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즈음 / 또 웬 중이 대취해서 / 고래고래 외치고 주정을 부린다.

老釋自何來 拄杖衣袂裕 龍鍾不能立 鬚眉皓如鷺 沙彌隨其後 合掌拜跪屢 力微任從風 顚躓凡幾度 又出一小妹 驚喜此相遇 老興不自禁 破戒要婚娶 狂風忽大作 張皇而失措 有僧又大醉 呼號亦恣酗.

이는 노장춤을 묘사한 것인데, 여기서 노승은 젊은 여자에게 반해 파계하면서 청혼한다. 이때 술 취한 중 즉 취발이(醉僧)가 등장해 주정을 부린다. 가면극의 노장과장에서 노승이 소매를 차지한 후 취발이가 나와서 노승에게서 소매를 뺏기 위해 싸우는데, 이 시에서도 노승이 소매를 차지한 후 술 취한 중 즉 취발이가 등장하고 있다.

1872년 정현석이 엮은 『교방가요(敎坊歌謠)』에 소개된 〈승무(僧舞)〉는 가면극의 노장과장이 독립된 놀이로도 공연되었음을 보여준다.

어린 기생이 절하고 춤추면, 풍류랑이 쾌자를 입고 상대해서 춤추며 장난한다. 잠시 후에 노승이 모퉁이에 엎드려 있는데, 상좌가 나가서 춤을 추고는 노승 앞으로 가서 기생을 보라고 가리킨다. 노승은 머리를 흔들면서 보지 않는다. 상좌가 다시 귓속말을 하자 노승은 조금씩 시선을 든다. 상좌가 석장을 끌자 노승은 두려워 떨면서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려다가 엎어진다. 또 상좌가 끌어내자 이제는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해 점점 기생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서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 상좌가 중간에서 주선을 해 풍류랑이 일부러 자리를 피해준다. 노승은 기생과 상스런 장난을 하면서도 풍류랑이 가까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때마다 피한다. 풍류랑이 비단 가죽신을 기생의 발에 신겨 주고 가자, 노승은 색동 가죽신으로 바꾸어 신겨 준다. 풍류랑이 돌아와서 기생의 허리를 안고는 분을 풀고 간다. 노승이 다시 와서 장난하면서 기생을 업고 가자, 풍류랑이 술에 취해 어지러운 걸음걸이로 들어와서 기생이 없는 것을 보고는 다리를 펴고 앉아서 운다. 기생이 노승을 버리고 돌아와서 풍류랑의 허리를 안고 울자, 풍류랑은 그녀를 때린다. 기생이 흐느끼면서 그치지 않자, 풍류랑이 기생의 허리를 안으며 그녀의 화를 풀어 준다. 그래도 기생이 듣지를 않으므로 풍류랑이 계속해서 화를 풀어 주자, 기생은 다시 일어나서 풍류랑과 춤을 춘다. 풍류랑이 다른 어린 기생을 안으니 먼저 나왔던 기생이 질투해 새로 나온 기생을 때리고 또 춤을 춘다. 기생이 먼저 절하고 나가고, 풍류랑도 나간 후 노승과 상좌의 춤이 끝나니, 이것이 한 토막의 잡희이다.

이상과 같이 〈승무〉는 어린 기생을 사이에 두고 풍류랑과 노승이 삼각관계를 벌이는 내용이다. 상좌도 등장해 노승을 돕는다. 풍류랑이 술에 취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취발이의 모습이다. 또한 나중에 기생이 한 명 더 나와서 기생이 모두 두 명이 등장한다. 이는 양주별산대놀이, 봉산탈춤, 남사당 덧뵈기의 노장과장에서 소매가 두 명 등장하는 점과 일치한다. 〈승무〉에서 신을 가지고 기생을 유혹하는 내용도 양주별산대놀이와 봉산탈춤의 노장과장에서 노장이 신장수에게 신을 사서 소무에게 주는 내용과 유사하다.

또한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誌)』 권1 「성기(聲伎)」 조에 "연극에는 산희(山戱)와 야희(野戱)의 두 부류가 있는데 나례도감에 소속된다. 산희는 다락을 매고 포장을 치고 하는데, 사자, 호랑이, 만석중 등이 춤을 춘다. 야희는 당녀(唐女)와 소매(小梅)로 분장하고 논다"라는 내용에서, 나례도감에 속하는 연극에서 당녀와 소매를 등장시켜 노는 야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야외놀이화한 연극적 놀이에 당녀와 소매가 등장하는 것이다. 양주별산대놀이에도 왜장녀와 소무가 등장하므로, 이 야희는 가면극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양주별산대놀이의 경우 제8과장 파계승놀이, 제9과장 신장수놀이, 제10과장 취발이놀이가 노장과장에 해당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도를 닦았다는 늙은 중인 노장이 파계하는 내용이다. 노장이 등장하면 노장에 대해 먹중들이 그 정체를 확인한다며 희롱한 후 퇴장한다. 혼자 남은 노장은 새롭게 등장한 소무 두 사람을 보고 현혹되어 다가가 유혹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노장은 송낙과 장삼을 벗어 던지고 노름을 해서 돈을 딴다. 그러자 소무들은 노장의 옷을 들고 오라는 손짓을 하며 그를 받아들인다. 노장은 옷을 입고, 소무들에게 장삼띠를 매어주고 염주를 걸어주면서 같이 어울려 춤을 춘다.

신장수는 원숭이를 보자기로 씌우고 등장해 신을 판다. 신장수는 노장과 신발 거래를 하지만, 신 값을 받을 가능성이 없자, 신을 건네주지 않는다. 신장수는 젊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장을 힐난하고, 원숭이에게 소무를 유혹하게 한다. 원숭이는 소무에게 접근해 음란한 몸짓을 하다가 그냥 돌아온다. 신장수는 원숭이를 때리며 야단치고, 원숭이는 놀라 퇴장한다. 이어 신장수도 춤을 추고 퇴장한다.

취발이가 등장해 소무를 빼앗으려고 하자, 노장은 옷을 벗어던지고 결사적으로 취발이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결국 노장은 젊고 힘이 있는 취발이에게 패배한다. 노장은 취발이에게 소무 한 명을 빼앗기고, 남은 소무 한 명만을 데리고 도망간다. 취발이는 소무를 차지한 후 살림을 차린다. 소무는 아이를 갖게 되고 사내아이를 출산한다. 취발이는 태어난 아이에게 마당이라 이름 지어주고, 안고 어르고 글공부까지 시킨다.

송파산대놀이의 경우 제7과장 노장놀이, 제8과장 신장수놀이, 제9과장 취발이놀이가 노장과장에 해당한다. 굿거리장단에 춤사위를 추며 다시 줄지어 들어온 팔먹중들이 타령장단에 춤을 춘다. 이때 노장이 검은 장삼에 송낙을 쓰고 염주를 목에 건 채, 빨간색 가사에 부채와 육환장을 든 차림으로 개복청 입구에 등장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선다. 그러자 팔먹중들이 노장을 살핀다면서 먹중 하나가 타령장단 춤사위로 노장 앞으로 다가간다. 먹중이 노장의 코앞에 다가가자, 노장이 부채로 먹중의 얼굴을 때린다. 얻어맞고 돌아온 먹중이 노장 스님이라고 말한다. 우르르 몰려간 팔먹중은 노장을 모셔온다면서, 그의 육환장을 양쪽에서 네 명씩 움켜잡고 굿거리장단에 춤을 추며 마당의 중앙으로 온다. 그런데 노장은 오지 않고, 육환장만 들려온다. 팔먹중은 다시 나아가 육환장을 노장에게 잡게 하여 모시고서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추며 마당 한 중앙으로 나간다. 마당 가운데에 웅크려 앉은 노장이 부채로 얼굴을 가린다. 먹중들은 노장을 생선이라면서 토막 내어 먹자고 재담을 한다. 그때 먹중 하나가 다가가서 팔을 들어 노장을 친다. 노장은 움찔하고 먹중들은 타령장단으로 화장무와 여닫이, 건드렁춤을 추며 나간다.

먹중들이 퇴장하고 나면, 소무 두 명이 노란색 저고리와 빨간색 치마 차림에 파란색 쾌자를 걸친 위로 빨간색 띠를 두르고, 트레머리를 하고 나와서 마당 양옆으로 갈라서서 염불장단으로 소무자라춤을 춘다. 노장은 웅크린 채 고개만 들어 부채 너머로 소무를 보면서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하고 춤을 춘다. 이어 육환장을 짚고 좌우 소무를 살피더니, 부들부들 떨며 일어서려다가 다시 웅크려 앉는 것을 반복한다. 마침내 일어선 노장이 부채를 펴고 팔을 들어 양쪽 소무를 부채 밑으로 번갈아 살핀다. 그러고 나서 여러 가지 몸짓과 활갯짓으로 화장무·활개꺾기·활개펴기·거드름춤을 차례로 추며 오른쪽 소무에게 다가가면, 소무는 싫다고 몸을 뒤로 돌려 춤을 춘다. 노장이 다시 왼쪽 소무에게 춤추며 다가서자, 왼쪽 소무 역시 몸을 돌려버린다. 노장은 염주를 벗어 소무 목에 걸어 주고, 오른쪽 소무에게 춤추며 다가가면서도 계속 왼쪽 소무를 돌아본다. 이때 왼쪽 소무는 염주를 벗어 땅에 팽개친다. 다가간 노장이 염주를 주어 냄새를 맡다가 화가 나 땅에 팽개친다. 장삼을 벗어 던지고서 앞으로 나가 쪼그려 앉아 양치질과 세수하는 시늉을 한다.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닦고 품속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 다듬는 시늉을 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장삼이 팽개쳐진 곳으로 다가간 소무들이 염주를 주워들고서 오라고 손짓한다. 노장은 주저앉아 투전을 꺼내 표를 떼는 시늉을 하다가, 무릎을 탁 치고 돌아본다. 그러면 소무는 손사래로 오라고 부르고, 노장이 다가가면 장삼을 입혀 준다. 장삼을 입은 노장은 소무를 양 겨드랑이에 끼고, 염주를 함께 목에 걸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아 반대편에 가서 앉는다.

노장이 소무 둘을 데리고 노는 장면

노장이 소무 둘을 데리고 노는 장면 송파산대놀이의 파계승놀이

제8과장 신장수놀이에서 검정색 깃과 끝동이 달린 흰색 광목 반장삼을 입은 신장수가 빨간색 띠를 두르고 목화송이가 달린 패랭이를 썼다. 신장수는 등짐에 원숭이를 업고 채찍을 든 채 굿거리장단에 맞춰 천천히 마당을 돌고 난 다음, 노장이 앉아 있는 반대쪽에다 원숭이를 내려놓는다. 빨간색 옷차림의 원숭이는 그제야 신장수 등짐에서 내려와 고개를 파묻고 땅에 엎드린다. 그러면 신장수는 신을 사라고 외치고, 노장은 오라고 손짓한다. 신의 치수를 물어 본 신장수는 신발 주는 시늉을 하고, 원숭이에게 신 값을 받아오라고 한다. 하지만 원숭이는 소무와 놀아나다가 노장에게 부채로 얻어맞고 그냥 돌아온다. 화가 난 신장수는 채찍으로 원숭이를 쫓으며 함께 퇴장한다.

제9과장 취발이놀이에서 등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반장삼을 입은 취발이가 한삼을 끼고 초록색 고깔을 쓰고 녹음채로 얼굴을 가린 채 취기가 거나하게 등장한다. 비틀거리고 들어와 재담을 한 다음, 타령장단에 맞춰 여닫이와 자진화장으로 춤을 춘다. 그러다 취발이가 노장 있는 곳을 보고 다가가면 노장이 부채로 취발이를 친다. 재담을 하고 난 취발이가 타령장단에 따라 녹음채로 노장을 치면, 노장이 물러나 소무의 가랑이 밑에 숨는다. 취발이가 노장을 쫓으면, 노장은 소무 한 사람을 업고 나간다. 취발이는 남아 있는 소무를 보고, 같이 놀자고 하는데 소무는 싫다고 거부한다. 타령장단에 맞춰 춤으로 소무를 놀리다가 같이 어우러진다. 춤을 추고 나서 상투를 트는 재담을 한다.

이때 소무는 진통이 와서 배를 문지르며 신음을 하는데 이를 본 취발이가 해산어멈을 부른다. 해산어멈은 왜장녀와 같은 차림으로 해산도구인 짚 뭉치를 머리에 이고 나온다. 해산어멈이 엉덩춤을 추며 나와 소무에게 다가가서, 마당쇠를 소무 치마 속에서 꺼내면 취발이가 받아 든다. 짚 뭉치를 챙겨든 해산어멈이 소무를 데리고 나간다. 동자를 앞에 놓은 취발이가 천자풀이·언문뒤풀이로 글을 가르친다. 밥벌이를 위해 각설이타령(장타령)을 가르치다 말고, 동자를 들고서 소무를 부른다. 소무가 나오자 동자를 소무에게 주지만, 소무는 동자를 땅에 내동댕이친다. 취발이는 소무를 꾸짖고, 타령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동자를 안고 나간다.

퇴계원산대놀이의 경우 제7과장 팔먹중과 노장놀이, 제8과장 신장수놀이, 제9과장 취발이놀이가 노장과장에 해당하는데 양주별산대놀이나 송파산대놀이의 경우와 유사한 내용이다.

봉산탈춤 제4과장 노장춤은 3경으로 나누어진다. 제1경 노장춤에서는 먹중들이 노장의 육환장을 어깨에 메고 노장을 끌고 타령곡에 맞춰 개복청에서 탈판으로 들어온다. 노장은 어느 정도 끌려오다가 지팡이를 슬며시 놓고 멈추어 선다. 먹중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대로 지팡이를 메고 가다가 노장이 없는 것을 알고 차례로 노장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노장이 있는 데를 다녀와서는 날이 흐렸다느니, 옹기짐을 벗어 놓았다느니, 숯짐을 벗어 놓았다느니, 대망이 나왔다느니 하다가, 여덟째먹중이 자세히 본즉 노장님이시더라고 하며 함께 백구타령과 오도독이타령을 불러준다. 이어 먹중들이 다시 노장을 모시지만, 노장은 탈판 가운데쯤에서 쓰러진다. 먹중들이 노장을 찾다가 노장이 죽었다고 하여 염불을 외면서 재를 올리자 노장이 다시 살아난다. 그러면 먹중들이 퇴장하고 소무가 남여를 타고 들어온다. 남여에서 내린 소무가 도드리곡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생불(生佛)이라는 칭송을 받던 노장이 소무의 요염한 교태와 능란한 유혹에 빠져, 자기의 염주까지 걸어주는 파계 과정을 춤과 무언극만으로 표현한다.

제2경 신장수춤에서는 노장과 소무가 한창 어울려 춤을 추고 있을 때 신장수가 등장한다. 노장이 신장수를 불러 소무의 신을 사는데, 신짐 속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와 신장수와 수작을 하다가 신 값을 받아 오라는 말에 노장에게 가서 소무 뒤에 붙어 외설스러운 짓을 한다. 원숭이가 신 값 대신 "신 값을 받으려면 장작전 뒷골목으로 오너라"라는 내용의 편지를 갖다 보이자 장작찜을 당하겠다고 여긴 신장수는 도망간다.

제3경 취발이춤에서는 두 손에 푸른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한쪽 무릎에 큰 방울을 달고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등장한 취발이가 노장에게 면상을 얻어맞고 정신을 차려 보니 중이 소무를 데리고 노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꾸짖는다. 취발이가 춤으로 내기를 하여 이기면 소무를 뺏기로 작정을 하고 노장과 춤을 겨루지만, 춤대결에서 이기지 못하자 노장을 때려서 내쫓는다. 취발이는 소무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서 사랑춤을 추고, 그 결과 소무는 취발이의 아이를 낳는다. 취발이는 아이에게 마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천자문과 언문을 가르쳐 준다.

강령탈춤 제6과장 노승·취발이춤도은 제1경 팔먹중춤, 제2경 노승춤, 제3경 취발이춤으로 세분되는데, 그 내용은 봉산탈춤과 유사하다.

은율탈춤 제5과장 노승춤에서 노승은 산간에서 내려와 속세(俗世)를 이리저리 구경하고 나서 광덕산(廣德山) 청룡사(靑龍寺)로 가는 도중에, 국화주를 취하게 먹고 기력이 없어 비틀거리며 놀이판에 당도하여 쓰러진다. 그리고 중중모리장단에 맞춰 중타령을 부르고, 『천수경(千手經)』의 진언을 외면, 말뚝이와 최괄이가 등장하여 노승을 비웃는 시늉을 하고 있다가, 새맥시를 데리고 나와 대꽃타령과 병신난봉가를 부른다. 새맥시는 말뚝이와 최괄이가 대꽃타령을 부르는 동안 교태스런 춤으로 노승을 유혹하려 하나, 노승은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다. 이러기를 여러 번 하다가 노승은 드디어 새맥시의 교태에 도취되어 멍청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대꽃타령 마지막 부분에 일어나 새맥시에게 다가가 안으려고 한다. 이어 말뚝이와 최괄이가 병신난봉가를 부르는 동안 노승은 새맥시의 주위를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새맥시는 노승을 바라보면서 교태스런 춤으로 대무한다. 말뚝이와 최괄이의 노래가 거의 끝날 무렵, "놀아난다 놀아난다. 뒷절 중놈이 놀아를 난다. 별 수 없네, 별 수 없네, 새맥시한테는 중놈도 별 수 없네" 하며, 자신을 모욕하는 노래에 화가 난 노승은 말뚝이의 면상을 장삼으로 후려친다. 그러면 최괄이가 노승을 때려서 내쫓고 새맥시를 차지하여 돔부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다른 가면극에서는 이 대목에서 소무가 취발이의 아이를 낳고, 취발이는 아이를 안고서 아이 어르는 소리를 한다.

노장이 소무의 신발을 사기 위해 신장수와 흥정하는 장면

노장이 소무의 신발을 사기 위해 신장수와 흥정하는 장면 봉산탈춤

노장에게서 빼앗은 소무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뒤,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

노장에게서 빼앗은 소무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뒤,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 은율탈춤의 최괄이

은율탈춤의 최괄이는 경기도의 양주별산대놀이와 송파산대놀이, 황해도의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등에 등장하는 취발이의 본래 이름이다. 취발이는 '체괄이(최괄이)→취괄이→취발이'의 변천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데, 주목되는 점은 은율탈춤에서 이 배역의 인물을 '최괄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며, '체괄이, 최괄이, 취발이' 삼자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자세한 내용은 취발이 항목 참조)

서울·경기의 산대놀이, 황해도의 해서탈춤에는 팔먹중들이 노장의 정체를 폭로하는 장면, 노장이 소매에게 신을 사주는 장면, 취발이에게 두 명 중 한 명의 소매를 뺏기는 장면이 모두 존재하고 있는 반면, 야류·오광대의 경우 파계승에 대한 풍자가 아주 약하거나 없다. 다만 고성오광대 제4과장 승무과장, 가산오광대 제5과장 중과장, 진주오광대 제4과장 중놀음과장에 간단한 내용의 파계승 풍자 장면이 보인다.

고성오광대 제4과장 승무과장은 입산수도 중에 속세의 연정을 이기지 못하고 기생의 유혹에 빠지는 파계승을 풍자하고 있다. 먼저 선녀(소무) 두 명이 손을 잡고 등장하여 무대 양편에 마주 선다. 선녀들은 머리에는 전립을 쓰고, 연분홍색 바탕에 연지곤지를 찍고 눈화장을 곱게 한 탈을 썼으며, 색동 소매의 초록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청색 쾌자를 걸치고 있다.

뒤를 이어 절 만(卍)자가 그려진 고깔을 쓴 중이, 회색 칡베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치고 목에 염주를 걸고 등장하여 두 선녀의 중앙에 위치한다. 중은 이마의 한가운데 큰 점이 찍혀 있고, 듬성듬성 콧수염이 난 누런 탈을 썼다. 두 선녀는 놀이판의 양편에 마주 서서 거의 위치를 이동하지 않고, 시종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적인 춤사위로 춤을 춘다. 중은 두 선녀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한 선녀에게 접근하여 선녀의 어깨에 한삼을 걸치고 치근대다가, 한 번은 어깨, 한 번은 등을 마주대고 희롱한다. 다시 중은 선녀의 양손을 잡고 마주 돌거나, 자기의 긴 소매와 선녀의 소매를 얽히게 하여 춤을 추는 등 선녀를 유혹하는 동작을 한다. 이를 다른 선녀에게도 반복한다. 주로 중은 두 선녀의 중앙에서 늘어진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큰 춤사위로 승무를 추다가, 두 선녀 사이를 오가며 일직선의 동선을 그린다. 이를 몇 차례 반복한 후, 중이 양손에 각각 선녀들의 손을 잡고서, 처음 등장했던 방향으로 셋이 함께 퇴장한다.

가산오광대 제5과장 중과장은 노장이 양반의 애첩인 서울애기를 꼬여 데려갔다가 되돌려 주고, 양반의 대리자인 말뚝이에게 응징당하는 내용이다. 노장은 은가락지를 보여주는 등 온갖 방법을 써서 서울애기를 유혹한다. 양반의 명령에 따라 말뚝이에게 붙들려온 노장은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리고 중신세타령을 부르며 중노릇을 그만두겠다면서 신세한탄을 한다.

진주오광대 제4과장은 중놀음으로, 팔선녀와 양반들이 춤을 추고 있는 동안 노장이 상좌를 데리고 나타난다. 노장은 상좌를 시켜 두 미인과 춤추고 놀다가 사랑에 빠져 파계한다. 생원이 말뚝이를 시켜 노장을 잡아들이게 하니, 노장은 곤욕을 치르게 된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제4과장 파계승마당은 중이 욕정을 이기지 못하여 종교적인 계율과 굴레를 떨치고 세속적인 삶을 즐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부네라는 젊은 여인이 등장하여 고운 자태를 뽐내며 매혹적인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흥에 겨워 춤을 추던 부네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치마를 살짝 들고 소변을 본다. 이때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중이 이 광경을 엿보고, 부네가 오줌을 눈 자리에 가서 양손으로 흙을 긁어모아 부네의 오줌 냄새를 맡는다. 중이 부네에게 다가가 함께 춤을 추면, 이때 초랭이가 등장하여 방정맞게 콩콩 뛰며 놀란 형용을 한다. 그러면 중이 부네를 업고 도망간다.

남사당 덧뵈기의 넷째마당 먹중잡이는 다른 가면극의 노장과장에 해당한다. 재담 없이 모든 행위를 묵극 형식으로 표현한다. 상좌의 뒤를 따라 나온 먹중(노장)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타령장단에 맞추어 피조리 두 명과 함께 춤을 춘다. 피조리는 다른 가면극의 소무에 해당한다. 이때 취발이가 등장하여 먹중과 수작하며 서로 대무하다가 먹중이 취발이에게 밀려나 퇴장한다. 그러면 취발이는 피조리와 더불어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다가 피조리 둘을 얼싸안고 퇴장한다. 피조리춤은 하체는 움직이지 않고 상체만 너울거리는 춤이다.

중이 부네가 오줌을 눈 자리에 가서 양손으로 흙을 긁어모아 부네의 오줌 냄새를 맡는 장면

중이 부네가 오줌을 눈 자리에 가서 양손으로 흙을 긁어모아 부네의 오줌 냄새를 맡는 장면 하회별신굿탈놀이

취발이는 잽이와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취발이는 자신을 가리켜 "여기저기 싸다니며 한푼 두푼 모아다가 갑자거리 취발내고 내새복에 치부하고 중놈 급살탕국 멕이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취발이는 먹중에 대하여 격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한편 취발이와 대결하는 먹중은 춤을 능수능란하게 춤으로써 세속인(世俗人) 이상의 현실성을 드러낸다. 결국 싸움은 취발이의 승리로 돌아가는데, 먹중은 데리고 놀던 피조리들을 그대로 둔 채 달아난다. 취발이는 다시 피조리들과 어울린다.

이상과 같이 〈남성관희자〉, 『교방가요』, 가산오광대, 덧뵈기의 노장과장에서는 상좌 한 명이 노장을 인도하여 등장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등장이 고형(古形)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성관희자〉의 취승이라는 명칭에서 취발이의 의미가 술 취한 중 또는 술 취한 사람임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장의 상대역 여성의 이름이 〈남성관희자〉에서 소매(小梅), 『교방가요』에서 소기(少妓)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소무는 기생이나 술집 여자에 해당하는 배역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장이 신발을 사서 소무에게 주는 것은 성(性, sex)의 상징으로서 노장이 소무와 성적 결합을 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다.

나례의 형식과 취발이, 노장의 관계는 서로 관련된 모습을 보인다. 노장은 가면부터 시커멓고 음흉한 모습이다. 그래서 봉산탈춤에서는 노장이 놀이판에 입장하다 자취를 감추었을 때, 먹중들이 노장을 흐린 날씨, 옹기짐, 숯짐, 대망이(큰 뱀) 등 검고 부정적인 대상으로 비유한다. 이는 곧 노장이 물리쳐야 할 사회적 재앙으로 간주되는 인물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취발이가 노장을 쫓아내는 연극적 형식은 나례에서 귀신을 쫓아내는 구나형식과 대응된다.

특히 취발이는 붉은 가면을 쓰고 술에 취한 모습으로, 손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머리 위로 치켜들고 등장한다. 이는 고려 말 이색(李穡, 1328-1396)의 한시 〈구나행(驅儺行)〉에서 처용무를 "신라의 처용은 칠보장식을 했는데, 머리 위의 꽃가지에선 향기로운 이슬 떨어지네. 긴 소매 이리저리 흔들며 태평무를 추는데, 불그레히 취한 얼굴은 아직도 다 깨지 않은 듯"이라고 묘사한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 붉은색은 벽사할 수 있는, 즉 귀신을 쫓을 수 있는 색이다. 고려 말의 나례에서 처용이 붉은색의 가면을 쓰고 벽사적인 성격을 띤 복숭아나무 가지를 머리에 꽂고 나와 역신을 쫓는 모습이나, 취발이가 붉은색의 가면을 쓰고 역시 벽사할 수 있는 푸른 버드나무 가지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나와서 사회적 재앙인 노장을 쫓아내는 모습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취발이가 다리에 방울을 매달고 나오는 것도 방울 소리를 통해 역귀를 쫓아내려는 사고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고려 말의 나례에 보이는 처용과 역신의 성격과 구나 형식, 처용의 벽사적인 붉은 가면과 소도구(머리에 꽂은 복숭아나무 가지)는 취발이와 노장의 성격과 연극적 형식, 취발이의 벽사적인 붉은 가면과 소도구(버드나무 가지)에 그대로 대응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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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어

노승·취발이춤, 노승춤, 노장놀이, 노장춤, 먹중잡이, 승무과장, 신장수놀이, 중과장, 중놀음, 취발이놀이, 파계승과장, 팔먹중과 노장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