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무강

만수무강

(일만 만, 목숨 수, 없을 무, 지경 강)

[ 萬壽無疆 ]

요약 끝없이 오래도록 장수함.

글자의 뜻만 본다면 만 년 동안 끝이 없이 오래 산다는 뜻이니, 과장이 심하군요. 그 백분의 일인 백 년만 살아도 한없는 축복일 테니 말이죠.
작자를 알 수 없는 우리나라 시조 가운데 이런 작품이 있습니다.

천세(千歲)를 누리소서, 만세(萬歲)를 누리소서.
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드리도록 누리소서.
그 밖에 억만세(億萬歲) 외에 또 만세를 누리소서.

중국인들 못지않게 우리 조상님들도 글을 쓰실 때는 과장법을 즐기셨나 봅니다. 무쇠 기둥에 꽃이 피어 열매 열리면 따드릴 때까지 사시라니!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억만 년 더하기 만 년을 더? 그에 비하면 다음 작품은 이름을 걸었기 때문인지 과장법이 조금 덜하네요.
조선 전기 서예가와 정치가로 활동했던 김구(金絿, 1488~1534)가 지은 시조입니다.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에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에
향복무강하사 억만 세를 누리소서.

그렇지만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오리 다리가 학의 다리가 되는 것은 고사하고 인간의 짧은 다리를 한 뼘만 늘여도 롱다리가 될 수 있을 텐데요, 그것도 불가능하잖아요. 게다가 까마귀가 하얀 해오라기가 되다니! 말이 안 되죠.
무강(無疆)이란 끝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만수무강이 끝없이 오래도록 사시라는 뜻이라면 향복무강(享福無疆)은 끝없이 복을 받으라는 표현입니다. 둘을 합하면 더 이상이 없겠군요. 그러니 이런 뜻을 가진 표현이 없을 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