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도마뱀에 가까울까? 새에 가까울까?

공룡은 도마뱀에 가까울까? 새에 가까울까?

주제 농림/수산(축산/임업)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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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겉 모습만 보면 도마뱀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공룡은 새에 더 가깝다고 한다. 과연 정말일까? 지난해 중국 랴오닝 성에서 공룡화석 발굴사에 큰 획을 긋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신종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에서 새의 깃털과 흡사한 섬유조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1억3천900만~1억2천800만년 전 사이에 살던 이 티라노사우루스류의 공룡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1.6m 정도의 작고 날씬한 체형이며, 6천500만년 전 공룡 멸종과 함께 사라졌다. 거대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강력한 두 뒷다리와 살코기를 물어뜯기 좋은 이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랴오닝 성에서 발견된 신종 티라노사우루스는 일반적인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팔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었고 용처럼 긴 주둥이가 있었으며 비늘 같은 피부가 아닌 섬유조직으로 덮여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7일 영국 네이처 지에 실려 전 세계 공룡학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이 발굴로 그간 육식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사실 육식공룡의 얼굴 생김새로만 보면 새 보다는 도마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간 영화를 통해 본 육식공룡의 피부는 새처럼 털이 난 모양보다 미끈한 도마뱀에 가깝게 그려져 일반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육식공룡은 매끈한 피부가 아니라 깃털을 달고 있었다는 사실이 화석을 통해 속속 밝혀져 왔다. 우선 깃털의 초기형태인 ‘병아리 솜털’과 같은 원시깃털을 가진 공룡화석이 1996년 랴오닝 성에서 발견됐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일명 중화용조)라는 1m 길이의 육식공룡은 하나의 뿌리가 여러 가닥으로 나뉘는 모양의 털을 온 몸에 두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발견된 카우딥테릭스 등과 같은 공룡은 이런 원시깃털과 함께 새처럼 긴 깃털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깃털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모양은 아니었다.

깃털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모양이 되려면 가운데 깃대를 중심으로 깃털이 비대칭을 이뤄야 한다. 왜냐하면 한쪽 방향으로 바람을 받아야 양력(유체 속의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받는 힘)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의 날개도 날개 축을 중심으로 비대칭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카우딥테릭스 공룡의 깃털을 보면 중심 깃대를 기준으로 양쪽 깃털이 대칭이다. 이는 깃털은 있어도 날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칠면조 크기 육식공룡인 마이크로랩터 화석이 발견되면서 이런 고민이 해결된다. 마이크로랩터의 비대칭 깃털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대칭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티라노사우루스의 공룡에서도 깃털이 발견됨에 따라 앞으로의 공룡영화는 깃털 달린 공룡이 푸른 들판을 달리는 형태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더욱이 1993년에는 공룡이 도마뱀처럼 냉혈동물이 아니라 온혈동물일 수 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나온 테스킬로사우루스 공룡의 가슴 부위에서 불그스레한 돌덩어리 하나가 발견된 것이다.

이 돌덩이를 CT촬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공룡의 심장으로 밝혀졌고, 형태도 사람이나 새와 같은 2심방 2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는 1심방 2심실 구조다. 그렇다면 하늘을 날지 못하는 육식공룡의 몸에서 원시깃털이나 깃털의 기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학자들은 이 털이 공룡의 몸을 외부의 온도변화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육식공룡이 사람과 같은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의 옷처럼 털이나 깃털로 몸을 감쌌다는 것이다.

특히 공룡의 솜털인 원시깃털은 아주 좋은 절연체로 알려졌는데, 몸 가까이에 공기층을 형성해 피부가 차갑거나 더운 외부공기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몸의 체온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따라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땅에 사는 공룡에게도 깃털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편 알 모양을 보아도 공룡이 도마뱀 보다 새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마뱀이나 악어 등 파충류의 알은 동그랗다. 반면 공룡 알이나 새 알을 보면 크기만 다를 뿐 위아래로 길쭉한 타원형이다.

그리고 육식공룡과 새는 인간이 속한 영장류를 제외하면 모두 두발로 꼿꼿이 서서 걷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또한 새처럼 일부 육식공룡도 둥지를 만들고 알을 돌보는 것으로 화석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트로오돈이라는 키가 2m, 체중 50kg 정도 되는 이 육식공룡은 땅에 지름 1m 크기의 흙 둥지를 만들고 여기에 알을 낳아 직접 손으로 흙 속에 절반을 박은 뒤 그 위에서 알을 품었다고 한다.

또한 새의 날개와 가슴을 이어주는 Y자형 뼈(차골)를 공룡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1991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벨로시랩터의 화석을 통해 증명됐다.

그 밖에도 육식공룡 중에는 닭이 모래집에 모래를 축적한 뒤 이를 이용해 먹이를 소화하는 것처럼, 주먹만한 모가 난 돌을 삼킨 뒤 먹이를 위에서 소화할 때 이 돌을 이용해서 잘게 부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이 공룡이 새에 가깝다는 여러 가지 이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겉 모습만 보고 공룡은 새보다는 도마뱀과 비슷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처럼 작은 나라에 거대한 공룡이 떼를 지어 대규모 서식 했다고 하면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만화나 영화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경상북도 의성군 탑리라는 곳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의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이 생각하는 상식을 뒤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끔은 상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서현교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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