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도라도라~ 승리로 이끄는 전쟁의 암호

도라도라도라~ 승리로 이끄는 전쟁의 암호

주제 수학(통계)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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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호랑이, 호랑이.” 친구의 핸드폰에서 우연히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았다면 우리는 친구에게 무엇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지금으로부터 63년 전 즉, 1941년 12월 7일 새벽 일본 연합함대는 본국에 “도라, 도라, 도라.”(일본말로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라는 뜻.)라는 암호전문을 타전하였다. 이 암호문과 함께 커다란 평화의 바다인 태평양(太平洋)은 2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태평양전쟁은 미국이 그 동안 잘 지내던 일본과 협력 관계를 끊고 석유 수출을 중단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아시아에서의 침략 전쟁을 치르느라 연료를 절실히 필요로 했던 일본은 1939년 미 · 일 무역협정이 결렬되면서부터 원유 수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은 유럽의 2차 대전으로 인해 지배권이 약해진 동남아 점령을 통해 원활한 연료 수급이 될 수 있도록 1940년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3국 동맹을 맺었다. 이후 해상봉쇄를 하고 있던 미국을 압박하여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는 사이 일본 연합함대는 진주만을 공격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는 2주일간의 항해에 들어갔다.

미국과 긴 전쟁을 치를 능력이 없었던 일본으로서는 일단 하와이 전방 배치된 미국의 강력한 태평양 함대를 쳐부수고, 미국 본토를 공격 범위 안에 넣어 평화 협상을 이끌어내 전쟁을 마무리하고 동남아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달할 때 쉽게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글자를 변형하거나 서로 일종의 규약에 따라 단어를 나열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이용한다.

암호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작성 방식으로 나눠보면 크게 문자암호(Cipher)와 어구암호(Code)로 구분된다. 문자암호는 다시 전자(轉字)방식과 환자(換字)방식으로 나누어 지는데 이 중 전자방식은 말 그대로 문장 안의 글자 순서를 서로 바꿔 암호화 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과학향기 웹진을 보세요란 글을 기향학과 을진웹 요세보와 같이 순서를 바꾸는 방식이다.

환자방식은 일정한 규약에 따라 전혀 새로운 글자나 숫자, 기호 등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예전 방공 드라마를 보면 간첩들이 숫자들이 있는 난수표를 라디오나 무전기로 송수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환자방식의 암호를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09 12152205 251521 이란 숫자를 받았다면 쉽게 이 숫자의 의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알파벳 A부터 숫자 1을 대입하면 위의 숫자 배열은 I Love You 라는 근사한 말로 변하게 된다.

어구암호는 어구 하나하나를 일정한 기호로 바꾸어 쓰도록 하는 방법인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어구는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암호를 작성하거나 해독하기 위해서는 큰 사전과 같은 암호책(Code Book)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 소개한 방법은 주로 수작업을 통한 암호 방법들인데 이런 방법들로는 복잡한 암호 전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암호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암호기계를 통해 암호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기계는 2차 대전 중 사용했던 독일군 암호 기계 이니그마(Enigma)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암호는 1970년대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이때부터 정수론, 유한군론, 타원곡선, 가환대수, 대수기하, 조합이론, 그래프이론, 격자이론, 확률론, 수리논리 등 다양한 고급 수학이론들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좀 더 복잡하고 해독이 어려운 암호가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군사목적이나 외교통신 등에 사용되던 암호는 현재에 들어서는 생활 속에서 보다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e-메일을 보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라는 암호를 입력해야 하며 폰뱅킹을 한다던가 은행 업무를 볼 때도 사용자가 지정한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또한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빌딩에 출입할 때도 암호가 들어있는 출입증이 있어야 하며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도 음성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도중 암호화하여 상대에게 전송하고 있다.

이제 암호는 단순히 어떤 내용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다양해지고 중요해짐에 따라 이러한 암호기술은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다. 그 암호 개발의 끝은 과연 무엇이 될까?

끝으로 필자는 독자들에게 암호를 하나 보낼까 한다.

과연 이 암호의 해답은 무얼까? 암호해독가 입장에서 한번 해독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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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1) 영문자와 숫자

힌트 2) 한글과 영문타

  •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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