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기상재해 과연 가능할까

영화속의 기상재해 과연 가능할까

주제 지구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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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는 스펙터클한 기상이변의 양상을 자못 뛰어난 현실감으로 묘사하여 대단한 화제를 몰고 왔다. 근년 들어 첨예한 이슈가 된 지구온난화 문제에다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덧붙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환경운동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이 영화의 관람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재선을 노리고 있는 부시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는 석유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온실가스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도 가입하지 않는 등 환경정책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구온난화의 경고는 <투모로우>보다는 영화 <워터월드>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즉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점점 올라가 결국에는 대부분의 육지가 물에 잠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투모로우>에서는 반대로 빙하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설정이 나온다. 과연 어느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과연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는 할까?

지질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지구에는 최소한 네 번의 빙하기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 1만년 전에 끝난 것으로 짐작되는데, 앞으로 새로운 빙하기가 언제 또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들의 온실가스 배출로 말미암아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이제 더 이상의 빙하기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한 것이다. 인류가 과학적으로 기상데이터를 축적해 온 것은 겨우 최근 10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단기간의 자료만을 가지고 수 천, 수 만년 이상의 단위로 기후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의 지구과학적 지질자료만을 놓고 생각해보면 빙하기는 언젠가 다시 닥칠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다만 <투모로우>에서 처럼 불과 한두달 사이에 북반구 전체가 얼음에 휩싸이는 식의 급격한 진행은 좀 과장된 묘사라고 봐야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력으로는 빙하기의 도래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그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여 대비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를 보면 근미래의 미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도시가 물에 잠겨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다시 2천년 정도가 흐른 뒤에는 빙하기가 닥쳐 인류 문명이 아주 두꺼운 얼음층에 완전히 파묻혀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마도 <투모로우>의 급격한 기후변동 보다는 (A.I.)의 전망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에게 긴급한 문제는 결국 빙하기보다는 지구온난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투모로우>에서도 사실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를 불러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이 둘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한반도가 온대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돌 만큼 최근 몇 년 간의 평균 기온은 확실히 상승하고 있다. 흔히 ‘엘니뇨’나 ‘라니냐’를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하곤 하지만, 이들은 원래 몇 년 주기로 늘 나타나는 ‘정상적’이고 ‘단기적’인 기상현상일 뿐이다. 지구온난화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20세기 들어 인류는 대량으로 연료를 소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이 지구 대기권에 계속 두텁게 쌓이고 있다. 이 연료는 대부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서, 오랜 옛날에 죽은 유기물들이 땅 밑에 쌓여 압축된 뒤 한 번도 대기와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100여년 사이에 인간들에 의해 파헤쳐져서 다시 연소된 뒤 대기권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구상의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내뱉어 정화가 되고 있지만, 아마존 밀림과 같은 녹색지대의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그 극단적인 예는 바로 지구의 이웃 행성인 금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성은 수성보다 태양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 온도가 섭씨 약 900도 정도로 태양계 행성들 중 최고이다. 이 정도면 납도 녹아버릴 엄청난 고온이다.

그 이유는 금성의 대기가 아주 짙을 뿐만 아니라 거의 100% 이산화탄소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강력한 온실효과 때문에 금성 표면의 열이 우주공간으로 달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지구는 금성과는 여러 조건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금성이 곧 지구의 미래상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에 지구에는 얼음이라는 변수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점점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결국 육지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지구상의 얼음은 90%가 남극에 모여 있다. 북극의 얼음은 물에 떠 있지만, 남극의 얼음들은 남극대륙 위에 평균두께 3km정도로 두꺼운 층을 이룬 채 오랜 세월동안 같은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 얼음이 다 녹으면 해수면은 90m가까이 올라가게 된다. 이 정도면 전세계 인간 거주지역의 절반 이상이 물 속에 잠겨버릴 것이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필연적으로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게 되는데, 학자들마다 상승의 속도에만 이견을 보일 뿐 해수면 상승 그 자체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면 상승의 위협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남태평양의 투발루라는 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 대부분이 해외탈출에 나선 지 오래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는 우리의 후손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세대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불길한 가능성들이다. 일상에 쫓겨 정신적 여유가 없더라도 이제 환경문제만큼은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작은 실천에 나서보자.

  • 박상준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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