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방패를 가진 전함들

제우스의 방패를 가진 전함들

거북선과 이지스함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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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함’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이지스함이 동해에 배치되어 주변국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딸인 아테네에게 준 방패인 ‘아이기스(Aegis)’에서 이름을 따왔다.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아이기스는 위력이 대단해 벼락을 맞아도 부서지지 않으며 방패를 흔들면 무시무시한 폭풍이 일어난다는 강력한 것이었다. 이 방패의 특성처럼 이지스함은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현존하는 최강의 전함이라 불리우고 있다.

기존 전함들이 하나의 레이더를 360도 회전시켜 목표물을 탐지했다면 이지스함은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Phased-Array Radar)’인 ‘스파이(SPY-1)’라는 최첨단 레이더가 동서남북으로 각각 배치 되어 있어 모든 방향의 목표물을 탐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500km 이내의 목표물에 대한 정보수집도 가능하다. 또한 이지스함에는 슈퍼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어 레이더가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대 2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고 24개의 표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이지스함의 무장은 외형상 볼 때 전함의 앞 뒤에 미사일 요격 기관포 각각 하나씩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이 보유한 화력의 대부분은 미사일이며, 상판 하부 수직 발사대를 통해 발사된다. 이지스함은 이 수직발사대를 통해 1초에 한발씩 분당 약 122기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적이 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2 스탠다드(Standard)’미사일과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 미사일,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잠 미사일 그리고 지상 공격을 위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런 레이더와 무장을 통해 이지스함은 ‘전방위 방어(모든 방향에서의 방어)’와 ‘전방위 공격(모든 방향으로의 공격)’이 가능한 바다 위의 거대한 요새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98년 북한의 대포동1호 발사 실험에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일본의 이지스함이 미사일의 발사위치와 그 낙하지점까지 정확하게 계산을 해 그 위력을 증명한바 있다.

그런데 16세기 우리나라에서도 이지스함과 비슷한 전방위 방어와 공격이 가능한 세계 최강의 전함이 존재했다.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이 그것인데, 거북선은 당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가장 강력한 전함이었다.

중세시대 해전의 양상은 ‘전선(戰船)’끼리 서로 포를 쏴 격침시키는 방식이 아닌 전선 위로 수병들이 올라가 육탄전을 통해 전선을 점령하는 방식이 주중을 이루고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사용했던 전투방식은 이와 같은 육탄전이었는데,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통해 이런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전투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거북선이 제작된 형태를 보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어떤 형태로 전쟁에서 사용하고자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거북선은 기존 우리나라의 주력 전선인 판옥선의 선체 위로 나무 덮개를 덮어 선상 위의 병사나 노 젓는 노군들이 적들의 직접적인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제작 되었다. 그리고 덮개 위에 날카로운 창이나 칼을 꽂아 왜적들이 선체로 올라와 덮개를 부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완벽한 방어가 된 상태에서 왜군들과 싸우게 되니 기존 전투 방식으로는 도저히 거북선을 이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거북선의 선체는 두께 12cm이상인 소나무(비중 0.73)로 만들어 삼나무(비중 0.41~0.47)로 만든 왜선과 충돌하면 대부분 왜선들이 부서지고 격침되었다. 이를 위해 노는 거북선 아래로 젓게 만들어 선체가 충돌할 때 노가 부러지는 것을 막았으며, 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앞부분 하단에는 쇠로 만든 귀면(鬼面)을 두어 왜선과 충돌시 그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거북선의 공격력도 동시대의 어떠한 함정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강력했는데, 거북선의 선체에는 사방으로 총 85문의 포문을 설치해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향으로든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거북선에 탑재된 무기는 500m 이상 장거리 전선을 파괴할 수 있는 ‘천자포(天字砲)’와 350m의 사정거리를 가진 ‘지자포(地字砲)’, 300m 이내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현자포(玄字砲)’, ‘황자포(黃字砲)’가 있었으며, 가까운 근접전에 들어갔을 때는 화약이 달린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승자포(勝字砲)’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무기의 특성으로 거북선은 왜선이 어느 곳에 있던지 공격할 수 있었으며 특히, 밀집되어 있는 적함대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강력한 방어력과 85개의 포문에서 뿜어내는 공격력으로 세계 해전 사상 다시 찾아 볼 수 없는 눈부신 전과를 이뤄낸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우리나라는 다른 곳 보다 바다에서 오는 위협에 맞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2010년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이지스함이 선보일 것이라 하니, 그때가 되면 500여년 전 바다를 호령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예들이 그 기상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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