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미래 군인은 ‘반(半)로봇 반(半)인간’

천하무적 미래 군인은 ‘반(半)로봇 반(半)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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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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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미래 군인은 ‘반(半)로봇 반(半)인간’ 본문 이미지 1

SF영화 에일리언 2에는 주인공 시고니 위버가 로봇 안에 들어가 거대한 집게 팔로 외계 생명체를 한방에 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 몰리던 여전사가 날린 일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로봇을 자기 몸처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옷을 입듯이 로봇을 입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덕택이다. 감독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러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이미 비슷한 ‘로봇 다리’가 나와 있다. 금속 재질의 로봇 다리와 컴퓨터가 들어있는 배낭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인데, 배낭을 짊어지면 로봇 다리가 사람의 보폭과 맞춰서 걷게 되어 있는 구조다.

배낭 안에 동력장치와 컴퓨터가 들어있는 탓에 총 무게가 82kg이나 되지만, 이것을 장착한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중량은 2kg 남짓하다고 하니 꽤 쓸만한 로봇 다리인 셈이다. 더구나 미국 국방첨단연구기획청(DARPA)이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좀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로봇 다리를 개발한다고 하니 실제 전장에서 ‘입는 로봇’을 보게 될 날도 그리 멀지는 않는 것 같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입기만 해도 힘이 세지는 ‘근육 군복’이다.

근육이 힘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근육은 몸이 보내는 전기신호에 따라 적절하게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힘을 만든다. 사람의 경우, 이러한 근육의 수축 비율은 20% 정도다. 만약 10cm의 근육이라면 2cm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셈인데, 이 동작을 반복하면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근육원리를 안다는 것은 인공 근육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근육처럼 전기신호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현재 고분자 안에 탄소나노튜브 조각 등의 불순물을 넣어 변화율을 300%로 높이는 획기적인 물질이 개발됐다. 이론적으로라면 약간의 전기만 흘려줘도 사람 근육의 15배에 해당하는 힘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초강력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 3월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처음 선보인 인공 근육의 힘은 여고생과 팔씨름을 해도 1분을 견디기 힘든 정도였다. 하지만 미군의 ‘나노테크놀로지 포 솔저스(nano technology for soldiers)’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사람의 10배에 이르는 힘을 낼 수 있는 인공 근육 군복을 개발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공 근육은 첨단군복의 화려한 변신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 동안 군복의 기능이라고 해야 잘 찢어지지 않고 열에 잘 견디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나노 소재가 본격적으로 이용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방탄기능에 물에서는 방수가 되고 육지에서는 보통 옷감으로 변하는 것은 기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카멜레온처럼 군복 색깔이 변하면서 주인을 보호하게 되는 군복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군복 스스로 환경에 맞게 순간순간 보호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 앞에 웅크리면 몸의 일부가 자갈과 벽돌 모양으로 바뀌게 되고, 알록달록한 꽃무늬 벽지로 된 방 안에 들어간다면 몸이 벽지처럼 알록달록 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자신의 색깔을 바꾼다면 적군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것이다.

그 뿐 아니다. 군복 스스로가 병사의 상태를 진단하고 응급처치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전투복 안에 생체 센서가 들어 있어 지휘관이 병사의 피로도, 체온, 맥박 등을 모니터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전투에서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자동으로 지혈하는 기능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휘관은 마치 축구나 야구 감독이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작전을 지휘하듯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첨단기능이 탑재된 헬멧이 한몫 단단하게 할 것이다.

헬멧에는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GPS 수신기, 360도 관측 비디오 카메라, 야간투시장비, 헤드폰과 음성인식 마이크 등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휘통제본부는 병사의 헬멧에 붙은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와 관성항법장치를 통해 모든 병사의 위치와 이동상황을 전자 지도상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헬멧에 붙은 카메라에 촬영되는 전장(戰場)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보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투능력은 극대화 될 수 있다.

우선 지휘본부에서 첩보위성이 촬영한 내용, 그리고 전장의 상황정보를 바탕으로 전투현장을 입체영상으로 촬영해 개별 군인들에게 보내주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현장을 훤하게 꿰뚫어 보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모든 병사는 모두 무선식별장치(RFID)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해 오인사격을 하는 일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이러한 첨단 기능을 가진 미래형 군복세트가 무거워질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지금의 개인 장비들을 합친 무게의 절반도 안될 수도 있다. 현재 36~54kg에 달하는 개인 군 장비의 무게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화학 회사인 듀폰, 군납업체인 레이시온 등이 공동으로 군나노기술연구소(ISN)을 만들어, 총 9천만 달러가 투자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연구가 완료되면 첨단 장비들을 모두 갖추고도 전투장비의 무게를 18kg 이하로까지 떨어뜨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99년부터 ‘입는 컴퓨터 군복’을 연구해온 미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기능의 경우 이미 야외에서 테스트를 마치기도 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군은 루이지애나주의 ‘포트 폴크’라는 습지대에서 1주일 동안 새로운 전투복을 시험하기도 했는데, 모의 전투결과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거의 노출시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첨단 장비들을 장착한 군복이 모든 군인들에게 지급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는 4~5년 안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꿈의 전투복’이 지급될 수도 있지만, 전체 군인들에게 지급되기 까지는 20년 가까이 더 시간이 걸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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