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이빨’이 세상을 지배한다구?

‘파란이빨’이 세상을 지배한다구?

주제 통신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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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들고 허리를 휘감아 돌리면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문근영.

기존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휴대폰 광고에서 탤런트 문근영은 이어폰처럼 생긴 헤드셋을 귀에 걸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MP3 겸용 휴대폰으로부터 댄스 뮤직을 전송 받아 들으면서 학생들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갑자기 전화 벨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그녀는 휴대폰을 가지러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헤드셋으로 통화를 한다. 휴대폰과 헤드셋이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헤드셋 조작만으로도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휴대폰은 바로 작년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삼성전자의 블루투스폰이다. 블루투스는 보통 컴퓨터 광마우스가 소비하는 전기의 1/3수준인 저전력으로 10m~100m정도의 근거리에서 고화질 동영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송수신이 가능한 1 메가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통일한 블루투스 왕 이름 본 따···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IrDA(Infrared Data Association)과 같은 무선 통신 기술에는 명칭만 봐도 무선 기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반해 파란이빨(블루투스, Bluetooth)은 딱히 무선 통신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다. 어떻게 해서 이 블루투스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일까?

스웨덴 에릭슨사는 1994년 기기마다 복잡하게 케이블로 연결돼 있는 것을 무선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저전력, 저가의 무선통신기술을 고안했다. 그런데 막상 그런 무선 솔루션을 개발하고 나니 단순한 케이블 라인 대체효과 이상의 다양한 응용 잠재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모든 기기들을 하나로 무선 통신 기술을 통해 연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에릭슨사는 과거 10세기 경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하나로 통일한 바이킹이자 덴마크 왕 해럴드 블루투스(Harald BlueTooth)의 이름을 따 이름을 짓게 된 것이다. 즉 블루투스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하나로 통일한 것처럼, 지금의 블루투스 기술로 PC, 휴대전화, 및 그 외 디지털 기기 등을 하나의 무선통신 규격으로 통일한다는 상징적인 뜻이 담긴 것이다.

에릭슨사는 블루투스 개념을 잡은 후 1998년에 에릭슨, 미국 IBM과 인텔,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도시바 등 5개 사가 블루투스 그룹(SIG: Special Interest Group)을 결성하면서 블루투스가 세상에 나왔다.

그 이후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러지, 마이크로소프트, 쓰리콤 등이 이 그룹에 가세했고, 전세계 수천 개의 일반회사도 블루투스 패밀리에 가세해 이제 근거리 무선통신 분야에서 가장 확실한 표준규격 후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블루투스 관련업계는 그 옛날 블루투스 왕이 여행가로 명성을 날렸듯이, 호환성을 지닌 블루투스 기술이 전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단일장비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통신환경을 일원화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블루투스 기술, 장애물 투과성 높아···
블루투스는 휴대폰, PDA 노트북과 같은 장치에 블루투스 칩을 탑재함으로 다른 블루투스 칩을 탑재한 정보통신 기기와 무선통신하면서 정보를 송수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각각의 기기들은 블루투스 칩을 통해 근거리에서 하나의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때 전파는 산업이나 과학, 의료 등의 첨단 분야에서 전세계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인 ISM밴드(2.4 기가헤르츠 주파수대)를 사용한다. 따라서 블루투스 칩이 내장된 기기 간에 이뤄지는 통신은 무제한 사용해도 무료인 셈이다. 뿐만아니라 블루투스 제품은 제조회사에 상관없이 호환되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블루투스는 장애물 투과성이 높아 휴대 정보기기를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은 채로 다른 정보통신기기와 통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버스 안에서나 지하철에서 해드셋으로 음악을 들을 때 해드셋 줄이 걸려 불편한 경우를 많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블루투스를 이용할 경우 가방 속에 핸드폰이나 MP3 플레이어를 넣고 해드셋으로만 조작해서 들을 수 있으니 통화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좀 더 편리하게 쾌적하게 관련 기기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블루투스가 왜 처음부터 상용화 되지 못했을까?

블루투스, 정보전송속도 등 문제점 개선 중
초기 블루투스 칩셋의 가격은 1개당 20~30달러로 비싼편 이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사용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가격경쟁력을 맞출 수 없었고 블루투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개발도 그리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블루투스 칩셋 가격은 계속 내려가 2005년 2월 현재 블루투스 칩셋의 가격이 약 3~4달러 선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블루투스의 상용화에 장미빛 전망을 주고 있다.

실제로 2004년 유럽과 미국에서 블루투스 폰이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3년도 처음으로 블루투스폰을 출시되기도 하였으나 시장미성숙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가 지난해 말 음성신호를 스테레오 음질로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블루투스 칩셋 가격이 대폭 떨어져 현재 블루투스가 MP3폰 등에 탑재되어 출시되고 있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도 현재 블루투스를 통한 데이터 전송속도는 1Mbps수준으로, 고화질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10Mbps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관련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속도개선 연구를 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블루투스 왕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일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술이 과연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지배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블루투스 기술 개발자들의 염원을 담은 ‘파란이빨’의 유래를 되새기며 그런 날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서현교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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