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

오십보백보

(다섯 오, 열 십, 걸음 보, 일백 백, 걸음 보)

[ 五十步百步 ]

요약 오십 보 도망간 것이나 백 보 도망간 것이나 같음.
즉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같은 것.

이 말뜻만을 살펴본다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별 것도 아닌 것끼리 서로 자기가 낫다고 다툴 때 많이 쓰지요.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 들어 보셨죠? 그와 같은 의미군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란 속담도 있습니다. 한식(寒食)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 바로 전날이죠. 한식날에는 종묘(宗廟)와 능원(陵園)에 제향을 올리고, 민간에서는 성묘를 하는 날입니다. 청명(淸明)은 24절기의 하나로 4월 5일 또는 6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별 차이 없는 경우를 가리키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한편 오십보백보의 유래를 보면 쓰임새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십보백보 본문 이미지 1

전국시대에 양나라 혜왕이 맹자를 초청해서 부국강병책(富國强兵策)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맹자는 오직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왕도정치를 주장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알아듣지 못한 혜왕이 계속 눈앞에 이득을 가져오는 정치에만 관심을 보이자 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터에서 싸움이 시작되자 한 병사가 백 보를 도망쳤습니다. 그러자 오십 보 도망친 병사가 그를 가리켜 겁쟁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임금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오십 보건 백 보건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 아니오?”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해 베푸는 정치가 아니라면 백성에게 자비를 더 베푸느냐 덜 베푸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속담 가운데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는데요, ‘건더기 먹은 놈이나 국물 먹은 놈이나.’ 하는 말입니다. 건더기를 먹었건 국물을 먹었건 남의 것을 먹은 것은 마찬가지죠.
자, 그럼 걸음이 나온 김에 거리를 표현한 말을 살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