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의 역사

방향의 역사

요약 방향은 중국 양(梁)나라에서 기원한 악기로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고려시대이다. 조선시대에는 방향이 폭넓게 사용되어 종묘제례 및 경모궁제례 등에서 제례악을 연주할 때 사용되었고, 연례악을 연주한 전정헌가 · 전정고취 · 전후고취 등의 악대에도 편성되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궁중음악의 편성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나, 현재는 종묘제례악과 감상용 합주음악에 편종 및 편경과 함께 편성하여 연주하고 있다.

1. 방향의 기원

중국의 방향은 중국 본토에서 기원한 것과 서역으로부터 유입된 것 두 가지가 존재하였다. 중국에서 기원한 방향은 철편의 하단부를 횡철로 받친 형태이고, 서역으로부터 유입된 악기는 철편의 상단부만 끈으로 묶어져 있을 뿐 하단부의 받침이 없어 줄에 매달린 형태이다.

중국에서 기원한 방향은 양(梁)나라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며 연향악(宴享樂)에 주로 사용되었다. 오대십국시대(五代十國時代) 남당(南唐)에서 사용되었고, 송(宋)대와 원(元)대에도 연악(宴樂)을 연주하는데 편성되었으며, 청(淸)대까지 사용되었다. 서역에서 기원한 방향은 북송(北宋)의 진양(陳暘)이 쓴 『악서(樂書)』에 그 형태가 기록되어 있으나 이후의 기록에서 해당 악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반도에 전해진 방향은 중국 본토 기원의 방향으로 송나라로부터 고려에 전승되었다.

2. 방향의 발전

1) 고려시대

중국의 방향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고려시대로 보인다. 문종(文宗) 30년인 1076년에 방향을 지도하던 방향업사(方響業師)가 고려의 음악기관인 대악관현방(大樂管絃房)에 있었음을 『고려사(高麗史)』 식화지(食貨志)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예종(睿宗) 11년인 1114년에 송(宋)나라로부터 신악(新樂)이 들어왔는데, 이때 철(鐵)방향 5틀, 석(石)방향 5틀이 유입되었다. 그러나 『고려사』 악지에는 철방향만이 당악기로 분류되어 기록되어 있어 철방향이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송 휘종(재위 1100~1125)대의 문헌인 진양(陳暘) 『악서(樂書)』의 도설을 통해 당시 방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호악(胡樂)의 방향과 속악(俗樂)의 방향이 각각 전하는데, 호악에서 사용한 방향은 지금처럼 횡철이 철편을 받치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 철편이 끈에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 속악 방향은 율 배치가 기록되어 있는데, 조선전기에 편찬된 『악학궤범』의 율 배치와 동일하므로, 송에서 고려로 전해진 방향은 속악 방향으로 보인다.

진양이 쓴 『악서』의 호부 방향
진양이 쓴 『악서』의 속부 방향

진양이 쓴 『악서』의 호부 방향(왼쪽)과 속부 방향(오른쪽)
[좌]<출처: 『韓國音樂學資料叢書』, 제9집 진양악서(6책-12책), 권125(243쪽)@국립국악원>
[우]<출처: 『韓國音樂學資料叢書』, 제10집 진양악서(13책-19책), 권133(27쪽)@국립국악원>

2) 조선시대

중국 송나라로부터 고려에 전해진 속부 철방향은 조선으로 전승되어 궁중 음악에서 사용되었다. 방향은 종묘제례(宗廟祭禮)의 등가(登歌)와 헌가(軒架), 연향악(宴享樂)의 등가와 전정헌가(殿庭軒架), 전정고취(殿庭鼓吹), 전후고취(殿後鼓吹), 행진하며 연주하였던 전부고취(前部鼓吹)와 후부고취(後部鼓吹)등 향악(鄕樂)과 당악(唐樂)을 연주하는 대부분의 악대에 편성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방향의 제작은 조선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 13년인 1431년에 박연이 방향의 제작을 상소하였고 세종이 이듬해 이를 승낙한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위가 둥근 방향 철편의 형태가 직사각형으로 변화하는데, 변화한 형태가 『제기악기도감의궤』(1624)에 전한다. 이외에도 정조 때 경모궁의 제례에 사용하기 위해 방향을 제작하였음을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1776)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고, 숙종 8년인 1682년에도 종묘와 영녕전의 제사에 사용할 방향을 제작하는 등 조선시대에 여러 차례 방향을 제작하여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방향의 철편은 16개로 동일하나 음정 배열 방식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조선전기의 철편 음정 배치는 일본 호사문고(蓬左文庫)에 소장된 『악학궤범』을 통해, 조선후기의 철편 음정 배치는 임진왜란 이후인 1610년에 복간된 태백산사고본 『악학궤범』을 통해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방향의 철편 음정 배치는 율을 음고순으로 배치하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이는 당악계 음악의 연주에 편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는 방향은 12율 4청성의 16음을 낮은음부터 차례로 배열하는데, 아랫단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윗단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치한다.

방향의 음정 배열 변화

방향의 음정 배열 변화

방향은 궁중의 여러 악대에 편성되어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였다.

조선 역대 왕의 제사를 지내는 종묘의 등가와 헌가에 편종 · 편경과 함께 편성되었고, 연례악을 연주한 전정헌가 · 전정고취 · 전후고취 등의 악대에서도 방향이 연주되었다.

《종묘친제규제도설》 중 <오향친제반차도>의 방향

《종묘친제규제도설》 중 <오향친제반차도>의 방향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유물번호 창덕6530>

<무신진찬도> 중 전정헌가의 방향

<무신진찬도> 중 전정헌가의 방향 <출처: 국립중앙박물관@e뮤지엄. 소장품번호 본관13243>

왕의 행차에서 왕이 탄 수레의 앞뒤에 위치하여 음악을 연주하였던 전부고취(前部鼓吹)와 후부고취(後部鼓吹)에서도 방향이 연주되었다. 이때는 악기를 매단 틀인 가자의 장식을 단순화하고 이를 장대에 꿰어 장대의 양 끝을 두 사람이 매고 움직였다. 연주자는 악기의 뒤에 서서 함께 걸으며 연주하였다.

『[선조]재존호도감의궤』(1604)의 반차도 중 방향

『[선조]재존호도감의궤』(1604)의 반차도 중 방향 <출처: 『[宣祖]再尊號都監儀軌』(74a쪽)@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3. 현대의 방향

1921년 일본의 음악학자인 다나베히사오(田辺尚雄)가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를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을 통해 당시 사용하였던 방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종묘의 등가와 헌가에 각각 편종 · 편경과 함께 한 틀의 방향이 배치되었고, 연례악을 연주하는 전정헌가에는 두 틀의 방향이 편성되었다. 이때의 방향은 지금의 방향과 달리 크기가 작기 때문에 연주자는 악기를 앞에 두고 앉아서 연주하였다.

1921년 종묘제례의 등가

1921년 종묘제례의 등가 <출처: 『韓國音樂學資料叢書』, 제41집 근현대 한국음악풍경(9쪽)@국립국악원>

조선 말기까지도 방향은 다양한 장르의 궁중 음악에 편성되었던 악기였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 왕조의 몰락으로 궁중 음악의 연주는 이왕직아악부를 통해 명맥만 잇는 수준으로 축소되었고, 악사와 악공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반드시 편성되어야 하는 악기들과 음향 효과가 큰 악기들을 위주로 편성악기의 종류가 줄었고, 악기들의 편성 개수도 대부분이 1개만 편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종과 함께 편성되던 방향은 편성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이왕직아악부원양성소를 졸업하고 이왕직아악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악수들의 연주기량 향상을 위해 조직한 단체인 이습회(肄習會)의 공연 사진에서도 편종과 편경이 편성된 것은 확인되지만, 방향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방향의 복원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만영(당시 국립국악원장 겸 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부탁으로 현재 악기장인 김현곤이 1984년에 방향을 제작하였다. 이 때 복원한 방향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연주하기 위한 것으로, 정악곡의 연주에 방향 편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진행된 국립국악원의 제4차 악기개량사업에서 석(石)방향의 제작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재질을 변경하여 새로운 음색을 내고, 음역을 확대하기 위함이었으나 음색의 이질감으로 실제 연주에 사용되지는 않았다.

현재에는 종묘제례악의 등가와 헌가에 사용되고 있고, 당악계통의 감상용 합주음악인 <보허자> · <여민락령> · <여민락만> 등의 연주에 사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 『고려사』
  • 『악서』
  • 『악학궤범』
  • 국립고궁박물관. 『왕실문화도감-궁중악무』. 2014.
  • 국립고궁박물관. 『이왕직아악부 유성기음반 <조선아악>』. 2014.
  • 국립국악원. 『국악기 연구 보고서』. 2010.
  • 국립국악원. 『국악기 연구 보고서』. 2011.
  • 국립국악원. "기사진표리진찬의궤."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11집. 2018.
  • 류둥성. 『그림으로 보는 중국 음악사』. 민속원, 2010.
  • 박은옥. 『중국의 전통음악』. 민속원, 2013.
  • 송방송. 『증보한국음악통사』. 민속원, 2007.
  •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2.
  • 양인리우. 『중국 고대 음악사』. 솔출판사, 1999.
  • 양인리우. 『중국 고대 음악사고』 하1 · 하2. 소명출판, 2007.
  • 장사훈. 『한국악기대관』.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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