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론

요약 사론은 인도네시아의 타악기 중심 전통 합주인 가믈란(Gamelan)에서 주선율을 담당하는 악기로, 화려하게 장식한 울림통 위에 6~9개의 금속 건반을 얹은 형태이다. 사론 파느루스(Saron panerus), 사론 바룽(Saron barung), 사론 드뭉(Saron demung)의 세 종류가 있으며, 악기를 바닥에 놓고 망치처럼 생긴 채로 건반 중앙을 두드려서 연주한다.

사론 파느루스

분류	타악기 >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몸울림악기(Idiophone, 體鳴樂器)
최초 제작지역	인도네시아
주요 사용 명칭	Saron(자바어 로마자 표기), Saron panerus(자바어 로마자 표기), Saron barung(자바어 로마자 표기), Saron demung(자바어 로마자 표기), Peking(자바어 로마자 표기)
관련 악기	Slento(슬른토), Gambang gangsa(감방 강사)

1. 사론

사론(Saron)은 인도네시아의 타악기 중심 전통 합주인 (Gamelan)에 사용되는 악기이다. 화려하게 장식한 울림통 위에 금속 건반을 얹은 형태이며, 악기를 바닥에 놓고 망치처럼 생긴 채로 건반 중앙을 두드려서 연주한다. 건반은 보통 6~7개이고 음역은 한 옥타브 정도이다.

동물의 모습을 본뜬 사론 파느루스

자바(Java) 섬과 발리(Bali) 섬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가믈란은 연주의 목적이나 지역에 따라 편성이 다양한데, 사론은 자바 섬의 가믈란 편성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악기이며 주선율을 담당한다. 오늘날 발리 섬에서는 사론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발리의 오래된 가믈란 양식에는 사론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론은 크기와 음역에 따라 사론 파느루스(Saron panerus), 사론 바룽(Saron barung), 사론 드뭉(Saron demung)의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기원과 역사에 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역시 가믈란 악기인 근데르(Gendèr)나 슬른틈(Slenthem)의 음색이 상대적으로 여리고 몽환적인 반면, 사론의 음색은 뚜렷하고 날카로운 편이다.

가믈란이 연주되는 인도네시아 지역

2. 사론의 구조

사론은 나무 속을 파내 만든 울림통 위에 윷가락 모양의 건반들을 얹은 단순한 구조의 악기이다. 가믈란의 중심지인 자바 중부에서는 사론의 건반을 청동으로 제작하지만, 자바 동부나 발리 지역의 오래된 가믈란에는 건반을 쇠로 만든 사론도 있다. 울림통은 꽃문양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많으며 높이는 약 20cm이다.

사론의 건반 아래에는 라탄을 접어서 만든 건반 받침이 있다.

건반은 양끝에 작은 구멍을 뚫어 쇠못으로 울림통에 고정시킨다. 쇠못을 박기 전에 건반과 울림통 사이에 (Ratan)을 접어서 만든 건반 받침을 끼우는데, 이는 건반과 울림통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서 연주할 때 건반이 잘 울릴 수 있게 해준다.

건반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음이 점차 높아지도록 배열된다. 개수는 보통 6~7개로, 한 옥타브 정도의 음역을 연주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을 때도 있는데,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인형극인 (Wayang kulit)에 사용되는 사론 중에는 건반이 아홉 개인 것도 있다.

3. 여러 가지 사론의 조율

왼쪽부터 사론 파느루스, 사론 바룽, 사론 드뭉

사론은 크기와 음역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된다. 크기가 가장 작고 음역이 가장 높은 것은 사론 파느루스 또는 프킹(Peking)이라고 부르며, 중간 크기의 사론은 사론 바룽, 크기가 가장 크고 음역이 낮은 것이 사론 드뭉이다. 음역은 각각 한 옥타브씩 차이가 난다.

사론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음계인 (Pelog) 음계와 (Slendro) 음계에 맞춰 조율한다. 인도네시아 음계는 숫자로 음을 나타내는데, 7음 음계인 펠록 음계는 낮은 음부터 1, 2, 3, 4, 5, 6, 7로 표기하고, 5음 음계인 슬렌드로 음계는 1, 2, 3, 5, 6으로 표기한다. 사론은 보통 건반이 6~7개이기 때문에 펠록 음계용 사론은 1, 2, 3, 5, 6, 7 또는 1, 2, 3, 4, 5, 6, 7음으로 구성되고 슬렌드로 음계용 사론은 1, 2, 3, 5, 6, 1 또는 6, 1, 2, 3, 5, 6, 1 등으로 건반이 배열된다.

그러나 음계가 달라질 경우 숫자가 의미하는 구성음도 달라지므로, 같은 숫자로 표기했더라도 펠록 음계의 1음과 슬렌드로 음계의 1음은 전혀 다를 수 있으며, 다른 음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사론 건반 배열의 예시이다. 숫자 위에 점이 있으면 한 옥타브 위의 음이라는 뜻이다. 숫자 아래에 점이 있는 것은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이라는 뜻이다. 두 옥타브 위나 아래의 음은 숫자 위나 아래에 점을 두 개 찍어서 표시한다.

펠록용 사론 건반 조율

슬렌드로용 사론 건반 조율

대규모 가믈란은 펠록 음계로 조율한 사론과 슬렌드로 음계로 조율한 사론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연주자는 음악에 따라 악기를 바꿔가며 사용한다. 이렇게 두 종류의 악기를 연주하는 이유는 슬렌드로 음계와 펠록 음계의 공통음이 1~2개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펠록 음계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가믈란 합주단에 따라 구성음들 사이의 간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조율이 똑같은 가믈란 합주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악기라도 서로 다른 가믈란 합주단에 속해있다면 조율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사론이라는 악기의 표준 조율이나 구성음을 서양의 음에 정확하게 대응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4. 사론의 연주

1) 연주 자세와 연주법

사론은 바닥에 놓고 앉아서 연주하는 악기이다. 연주자는 책상다리를 하고 악기 앞에 앉아서 망치처럼 생긴 채로 건반 중앙을 두드린다.

사론 바룽과 사론 드뭉의 채는 단단한 나무 재질이고 사론 파느루스의 채는 물소 뿔을 소재로 한다. 나무 채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물소 뿔로 만든 채는 보다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사론의 채 사론 바룽과 사론 드뭉에 사용하는 나무 채.

사론의 건반은 채로 쳤을 때 울림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손으로 건반을 잡아서 인위적으로 울림을 멈춰야 한다. 그래서 사론 연주자는 오른손에는 채를 쥐고, 왼손으로는 계속해서 앞서 연주한 건반을 잡아 소리를 멈춘다. 이때 건반의 끝 부분을 잡으며, 엄지손가락이 건반 위로 올라와야 한다.

가믈란 합주를 하고 있는 사론 연주자들

원칙적으로는 다음 음을 연주함과 동시에 앞서 연주한 건반을 잡아야 하지만, 같은 음을 연속적으로 연주하는 경우에는 연주 직전에 건반을 잡아 울림을 멈춘다. 이렇게 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하면 모든 건반이 동시에 울려서 음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2) 연주 형태

가믈란에서 사론은 발룽안(Balungan)이라는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군에 속하며, 사론 드뭉과 사론 파느루스는 펠록용과 슬렌드로용 각각 1~2대씩, 사론 바룽은 음계별로 2~4대씩 사용된다.

가믈란에서 음역이 낮은 악기는 단순하고 느린 음악을 연주하고 음역이 높은 악기는 복잡하고 빠른 음악을 연주하는데, 그래서 사론 바룽과 사론 드뭉은 주선율을 거의 그대로 연주하는 한편, 사론 파느루스는 선율을 간단히 장식함으로써 더 많은 음을 연주한다.

사론은 음역이 한 옥타브이기 때문에 주선율의 음역이 한 옥타브보다 넓은 경우에는 악기의 음역에 맞춰 해당 음을 한 옥타브 올리거나 내려서 연주한다. 그러나 사론 바룽과 사론 드뭉이 주선율을 동시에 연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발룽안의 모든 음이 빠짐없이 울리게 된다.

발룽안 선율(위)과 사론 바룽과 사론 드뭉의 연주(아래) 서로 다른 음역을 담당하는 사론들을 동시에 연주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발룽안의 모든 구성음이 연주된다.

사론 파느루스로 선율을 장식하는 방법은 주로 발룽안의 음을 반복하거나 선율을 조금 변형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연주할 수 있다.

발룽안 선율(위)과 사론 파느루스의 선율 장식 연주(아래)

5. 사론 관련 악기

1) 슬른토(Slento)

슬른토

슬른토는 사론과 구조와 건반의 수가 흡사한 악기로, 사론 드뭉보다 음역이 한 옥타브 낮다. 사론과 달리 슬른토는 건반 중앙이 볼록하게 돌출되어 있다.

슬른토는 원래 가믈란 악기였지만 후에 슬른틈이 슬른토의 역할을 대체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가믈란 합주에서 슬른토를 보기 어렵다.

2) 감방 강사(Gambang gangsa)

건반이 18개인 감방 강사 가장 작은 건반은 소실되었다.

‘감방 강사’는 인도네시아어로 청동(Gangsa) 실로폰(Gambang)이라는 뜻이다. ‘강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방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사용되는 실로폰 형태의 유율타악기로, 건반을 대나무나 여타 목재로 만든다. 감방 강사는 감방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건반을 청동이나 금속으로 만들고, 건반의 개수도 보통 15개 정도로 더 적다. 감방 강사는 이후 사론족 악기로 대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