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만트론

세만트론

[ Sēmantron ]

요약 세만트론은 주로 정교회 수도원에서 연주하는 긴 직사각형 형태의 나무 타악기나 여러 가지 판 형태의 금속 타악기이다. 한두 개의 채로 두드려서 소리 낸다.
세만트론

세만트론

분류 타악기 > 무율타악기(無律打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몸울림악기(Idiophone, 體鳴樂器)
최초 제작시기 6세기 이전
주요 사용 지역 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러시아, 체코, 러시아 일부 등 정교회 지역
주요 사용 명칭 Sēmantron(그리스어 로마자 표기), Sēmandron(그리스어 로마자 표기), Xylon(그리스어 로마자 표기), sēmantēr, sēmantērion, sēmanthron, simandron, σήμαντρον(그리스어), σημαντήριον(그리스어), ξύλον(그리스어), Toacă(루마니아어), Toaca(루마니아어 로마자 표기), било(러시아어), Bilo(러시아어 로마자 표기), клепало(불가리아어, 마케도니아어, 세르비아어), Klepalo(불가리아어, 마케도니아어, 세르비아어 로마자 표기)

1. 세만트론

정교회 신도가 국민의 10% 이상인 지역

정교회 신도가 국민의 10% 이상인 지역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등 정교회 국가에서 주로 연주되는 세만트론(Sēmantron)은 채(말렛, Mallet)나 망치로 치면서 연주하는 길쭉한 나무판이나 다양한 형태의 금속판 악기로, 주로 (The Orthodox Church) 교회와 수도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려주고 신도들을 불러 모으는 데 사용되지만 지역사회의 행사나 전쟁, 적이 나타났을 때, 장례식 등 교회 밖에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연주되었다.

세만트론은 소재와 연주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 번째 형태는 나무로 만들어진 긴 판자를 나무 채로 연주하는 경우로, 걸어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커다란 나무판자가 벽에 고정되어 있거나 사슬로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연주자가 하나 혹은 두 개의 채 또는 망치로 연주하는 형태이다. 마지막으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세만트론은 살짝 구부러진 금속판 모양이나 말굽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며 금속 채나 망치로 연주한다.

2. 세만트론의 명칭

세만트론은 사용 지역의 언어, 연주 상황, 소리, 소재 등에 따라 토아카(Toaca, Tuaka, Touka), 시만데르(Simander), 시만드럼(Simandrum), 탈란트론(Talantron, Talanton), 클레팔로(Klepalo), 빌로(Bilo) 등등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토아카’(투아카)는 ‘이쪽으로’라는 뜻으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이 악기의 역할을 반영하고 있는 명칭이라는 설이 있으며, ‘탈란트론’은 수도승들이 신에게 받은 자신의 재능(talent)을 사용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그리스 성가에 나오는 단어들과 관련지어 붙인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그리스어로 ‘talanton’은 재능이라는 뜻이다).

또한 세르비아어로 ‘클레팔로’라고 부르는 경우는 영어로 닭이 우는 것을 ‘cock-a-doodle-doo’(꼬끼오)라고 묘사하는 것처럼, 악기의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세만트론은 세르비아어로 클레팔로, 그리스어로 탈란트론이라 하며, 러시아어로는 빌로라고 부른다.

3. 세만트론의 역사

정교회 역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세만트론의 기원은 적어도 (330~1453년) 시기인 6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만트론은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수도원에서 열리는 집회의 중요한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리드미컬하고 울림이 강한 세만트론 연주는 사람들에게 청각적으로 각인되기에 적합했다.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이 있는 레반트 지역과 이집트에서 기원한 이 악기는 그리스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그리스 정교의 영적 중심지로 여겨지는 아토스 산이 중심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어떠한 악기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기득권층의 박해로 인해 은밀하게 활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교회 수도승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교회 의식을 치르기 위해 다양한 의미로 이 악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의 시나이 산에 있는 수도승들은 의사소통을 하고 교회 의식에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 트럼펫을 불기도 했으며 세르비아인들은 몇 백 년 동안 종(Bell)을 쳐서 먼 곳의 사람들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팔레스타인의 수도원 공동체들은 교구의 문을 나무로 만든 망치로 두드림으로써 의식에 참여하도록 하는 관습도 있었다. 세만트론은 이러한 트럼펫이나 종, 문의 역할을 대체하기도 하면서 독립적으로 사용되었다.

세만트론은 어떤 나무로나 만들 수 있으므로 종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저렴한 편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에서 세만트론을 사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악기는 신도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소규모의 여러 교구들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도구로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세만트론에 대해 연구한 12세기의 교회법 학자 테오도르 발사몬(Theodor Balsamon)은 이 악기가 비잔티움 제국 시기 동유럽 지역에서 종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종은 특히 비잔티움에서는 제4차 십자군 전쟁(1202~1204) 이후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콘스탄티노플이 몰락할 때까지 세만트론이 종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악기가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도 동남부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슬람 교리를 따르던 오스만 제국(1299~1922년)이 수도원에서 종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수도원들이 종 대신 세만트론을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관습이 관례로 자리 잡게 되면서 점차 세만트론의 역할은 명확해졌다.

시리아 정교회는 노아가 세만트론을 만들었다는 설을 기반으로 하여 세만트론을 매우 숭배한다. 노아가 신의 부름을 받아 방주에 동물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 악기가 최초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신이 그에게 말하기를 “쉽게 썩지 않는 회양목으로 너 자신을 위한 종을 만들어라. 3큐빗(대략 135cm) 정도의 길이에 1\\frac { 1 }{ 2 } 큐빗(대략 70cm) 정도의 폭으로 만들되, 채도 동일한 목재로 만들어라. 그리고 이 악기를 매일 다른 시간대에 연주해라. 아침에 한 번은 방주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기 위해서, 정오에는 그들을 점심식사에 부르기 위해서, 저녁에는 그들을 휴식에 초대하기 위해서 연주하라”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시리아 정교회 신자들은 예배 시작을 알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는 목적으로 세만트론을 쳤다. 그들은 이 악기의 소리가 에덴동산의 성스러운 무화과나무와 예수 그리스도가 못 박혔던 나무처럼 신성하고 신비로운 것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세만트론 연주 기법이 종 연주 규정 속에 남아 있었는데, 혁명기까지만 해도 시골 지역에서 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나온 분리교파들과 더불어 시베리아와 알타이 지방에서만 세만트론을 사용한다.

4. 세만트론의 구조

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연주하는 나무 세만트론은 단풍나무나 너도밤나무로 만드는데, 길이 3.7m, 너비 46cm. 두께 23cm 정도가 일반적이다. 악기 중간 지점을 다른 부분보다 가늘게 만들어서 연주자가 악기를 잡기 쉬우며, 한 손으로 연주하면서 악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을 수 있다.

악기의 끝 부분은 V자로 살짝 파거나 둥글게 다듬거나 장식을 하기도 하지만, 직사각형 모양의 긴 판자를 그대로 가져다가 쓰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폭이 좁은 직사각형 형태인데, 불가리아에서 사용되는 세만트론은 다소 넓은 편이다. 악기의 울림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많은 구멍을 뚫어 놓은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루마니아의 시나이아 수도원에서 세만트론을 들고 있는 수도승

루마니아의 시나이아 수도원에서 세만트론을 들고 있는 수도승

끝부분이 장식된 세만트론

끝부분이 장식된 세만트론 가운뎃부분은 가늘게 다듬어서 들고 다니기 쉽게 만들었다.

고정형 나무 세만트론은 일반적으로 152~183cm 정도 크기이며 직사각형 형태다. 들고 다니는 세만트론처럼 끝부분이 둥글게 다듬어진 것도 많다.

루마니아의 한 수도원에 있는 철제 토아카

루마니아의 한 수도원에 있는 철제 토아카

철이나 황동으로 만드는 금속 세만트론은 나무로 된 것보다 더 형태가 다양하지만, 흔히 납작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굽어진 모양이 많다. 나무 세만트론보다는 크기가 작은데, 주로 수도원 본당과 같은 중심 건물의 입구나 혹은 식당 문 밖, 마당의 나무 같은 곳에 걸려 있다. 한번 만들어진 세만트론의 음높이를 변화시킬 방법은 없다. 음색은 어떤 목재나 금속을 사용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5. 세만트론의 연주

고정되어 있는 세만트론의 경우, 세만트론 앞에 서서 양손 혹은 한 손에 채나 망치를 잡고 쳐서 리드미컬하게 연주하는데, 주변에 종이 달려있는 경우에는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금속 세만트론을 연주하고 있는 러시아 수도승

금속 세만트론을 연주하고 있는 러시아 수도승

들고 다니는 세만트론의 경우, 기본적으로 바르게 선 자세에서 왼손으로 악기를 비스듬히 들고, 오른손에 채를 잡고 연주하고자 하는 부분을 치면 된다. 연주자는 악기의 여러 부분을 다양한 각도에서 치면서 수도원 주변을 돌아다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본적으로는 악기의 중앙 부분을 치는데 좀 더 높은 음을 내고 싶다면 양쪽 끝부분을 치면 된다.

연주법이 단순해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채로 때리는 지점의 두께나 힘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음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연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만트론은 조과(Matins: 수도원의 성무일도 중 가장 처음에 해당하는 저녁 기도 의식으로 새벽에 끝이 난다.)와 같은 저녁 전례를 위해 매일 자정에 연주된다.

전통적인 수도원 의식에 따르면, 지정된 기도자는 예배 전에 나무로 된 이동식 세만트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앙예배당의 서쪽 방향 끝에 서서 세만트론을 채로 강하게 세 번 친다. 이후 교회 바깥을 한 바퀴 돌면서 \\frac { 1 }{ 4 } 지점 정도가 되면 불규칙한 간격으로 악기의 여러 부분을 다양한 강도로 치면서 연주한다. 마지막에는 시작했을 때와 유사한 강도와 크기로 3회 치면서 마무리한다. 크기와 소재가 다양한 여러 개의 세만트론이 있을 경우에는 작은 세만트론을 치고 난 후 큰 세만트론을 치며, 나무 세만트론을 연주하고 난 후에 금속 세만트론을 치는 것이 관례이다.

루마니아 커푸시네니Căpuşneni 교회의 세만트론

루마니아 커푸시네니Căpuşneni 교회의 세만트론 종과 함께 달려 있다.

세만트론을 들고 걸어 다니며 연주하는 수도승

세만트론을 들고 걸어 다니며 연주하는 수도승

도브리 팔리에브(Dobri Paliev)에 따르면 세만트론의 기본 리듬 패턴은 사람들에게 모이라고 하는 말이나 악기의 명칭과 관련된 특정 어구의 말리듬에 기초한 것이 많다고 한다.

6. 세만트론 관련 정보

미국의 유명한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Vincent Price, 1911~1993)가 출연한 《드라큘라》(1958)에서 세만트론을 볼 수 있다. 프라이스는 투아카(Tuaka)라고 불리는 작은 모형을 보여주는데, 루마니아의 사제들이 실제 악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간다.

도브리 팔리에브(Dobri Paliev)가 쓴 『영국의 민족지적 음악 속의 옛 불가리아 민속 악기』(Old Bulgarian Folk Instruments Book In English Ethnography Music, 1985)에는 불가리아의 수도원에 있는 세만트론의 쓰임에 대한 글이 있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팔리에브는 세만트론 연주의 기본적인 리듬 프레이즈와 그것의 변형에 대해 언급한다. 몇몇 수도원에서는 리듬 변형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팔리에브의 글을 참고로 연주자들은 예술적, 기술적으로 더 높은 완성도를 얻을 수 있다.

세만트론이 등장하는 현대음악 작품으로는 존 태버너(John Tavener, 1944~2013)의 철야예배를 위한 모음곡 “The Veil of the Temple”(2003)이 있다.

참고문헌

  • Ivanova, Vera. 2015. Russian Tradition of Semantron, aka Slavic Flat Bells, Part 1. 9 June.
  • Jarvinen, Art. 2006. In Search of the Simantron. 13 April.
  • “Semantron.” (Grove Music Online).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Simantra.” (Grove Music Online).

참고자료

  • John Meckley. 2014. [online].
  • MB T. [online].
  • Nono H. 2012. [online].
  • PopescuFromRomania. 2013. [online].
  • Ves Lucian. 2011. [online].
  • WildArt Channel. 201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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