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관련 악기

요약 바순(Bassoon) 관련 악기로는 베이스 둘시안, 파고툼, 바송 다무르, 바스 드 뮈제트, 테노룬, 바소노레, 사뤼소폰 등이 있다. 바순의 선조격인 베이스 둘시안은 르네상스 시대에 사용했던 악기이다. 파고툼은 악기 명칭의 유사성 때문에 오랜 기간 바순의 전신이라 여겨졌으나, 바순과는 전혀 다른 악기이다. 바송 다무르와 바스 드 뮈제트는 개신교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에 사용했던 매우 독특한 겹리드 악기이다. 테노룬은 사이즈가 작아 어린이들의 바순 입문용 악기로 주로 사용된다. 바소노레와 사뤼소폰은 19 세기 중반 야외에서 보다 큰 소리를 내기 위해 고안된 악기들이다.

1. 베이스 둘시안(Bass dulcian)

둘시안은 바순의 전신이다. 16 세기 중반경에 존재한 음역대별 여덟 종류의 둘시안 가운데 가장 흔하게 사용된 악기가 베이스 둘시안이다. 코리스트파곳(Choristfagott)이라고도 부른다. 베이스 둘시안의 관의 길이는 약 1m 이고, 관에는 손가락으로 조절하는 여덟 개의 소리 구멍(tone hole)과 키(key)로 조절하는 두 개의 소리 구멍이 있다. 음역은 C2(도)음부터 C4 음까지 두 옥타브이다.

베이스 둘시안 MIMO, Inventory Number 0989>

베이스 둘시안은 종교 제전, 도시의 행렬, 왕실의 행사나 군대 열병식 등에서 다른 관악기들과 함께 사용되었고, 합창단의 베이스 성부를 보강하는 역할을 했다. 17세기에는 교회음악 연주 이외에 오페라와 콘서트 음악 연주에도 편성되었다.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체스티(Antonio Cesti, 1623~1969)가 작곡한 오페라 <Il pomo d'oro>(1668)는 베이스 둘시안을 오케스트라에 최초로 편성한 작품이다.

베이스 둘시안은 베이스 리코더(bass recorder)보다 음량이 컸고, 베이스 숌(bass shawm)인 포머(Pommer)보다 길이가 짧고 더 가벼워 다루기가 편했으며, 색벗(Sackbut)보다 더 민첩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포머 MIMO, Inventory Number 0986>

베이스 리코더 MIMO, Inventory Number 1039>

2. 파고툼(Phagotum)

파고툼(이탈리아어 fagoto)은 악기 모양이 '막대기 묶음' 혹은 '나뭇단'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18 세기 중반 이후 바순은 독일어권 나라에서는 파곳(Fagott), 이탈리아에서는 파고토(Fagotto)라고 불렸는데, 이러한 악기 명칭의 유사성 때문에 파고툼은 오랜 기간 바순의 전신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파고툼과 바순은 두 개의 관이 나란히 놓인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악기이다.

파고툼은 백파이프(Bagpipe)의 일종으로, 1515 년경 이탈리아의 성직자 알보네시(Afranio degli Albonesi)가 제작한 악기이다. 길이가 약 45cm 에서 55cm 인 두 개의 원통형 선율관이 나란히 놓여 있다. 두 선율관 앞쪽에는 순전히 장식이 목적인 관이 있고, 뒤쪽에는 풀무(bellows)로부터 유입된 공기를 선율관으로 전달하는 짧은 관이 있다. 홑리드를 사용하며, 두 선율관에는 지공(fingerholes)과 키(key)가 부착되어 있다. 주로 교회음악 연주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16세기 익명의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우물가의 야곱과 라헬》
왼편 아래쪽에 파고툼이 놓여 있다.

16세기 익명의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우물가의 야곱과 라헬》 파고툼을 확대한 모습

3. 바송 다무르(Bassoon d'amour)와 바스 드 뮈제트(Basse de musette)

바송 다무르와 바스 드 뮈제트는 매우 독특한 겹리드 악기이다. 1760 년대 스위스에서 제작되어, 19 세기 초까지 스위스의 개신교 교회에서 찬송가 반주를 맡았다. 바송 다무르는 구 모양의 금속 벨(bell)을 제외하면, 바로크 바순(baroque bassoon)과 유사하다.

바송 다무르 <출처: Wikimedia Commons>

바스 드 뮈제트는 보컬(bocal)이 둥글게 감겨 있고, 관 너비가 넓은 편이다. 테너 음역의 숌(Shawm)과 유사하다.

바스 드 뮈제트 MIMO, Inventory Number 0979>

4. 테노룬(Tenoroon)

테노룬은 테너 바순(tenor bassoon), 파고티노(fagottino), 혹은 미니 바순(mini bassoon)이라고도 불린다. 르네상스 시대 테너 둘시안(tenor dulcian)에서 비롯되어, 바로크 시대와 고전 낭만 시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20세기에 이르러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잘 알려진 레퍼토리는 없다. C 조인 바순과는 달리 조옮김 악기로, F 조와 G 조 테노룬이 가장 흔하다. 바순보다 몸체의 길이가 더 짧고 가벼워, 어린이들의 바순 입문용 악기로 주로 사용된다.

테노룬 MIMO, Inventory Number 336>

5. 바소노레(Bassonore)

바소노레는 1834 년 파리의 목관악기 제작자 장 위넨(Jean Winnen, 1795~1867)이 제작했다. 군악대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보다 큰 음량을 내기 위해 제작한 악기이며, 관 내부가 넓은 편이다. 운지법은 바순과 다소 차이가 있고, 바순보다 네 배 더 강렬한 소리를 낸다는 기록이 있다.

바소노레 MIMO, Inventory Number E.660>

6. 사뤼소폰(Sarrusophone)

사뤼소폰은 원뿔형의 관을 지닌 겹리드 목관악기이다. 1856년, 프랑스의 군악대 지휘자였던 피에르 오귀스트 사뤼스(Pierre-Auguste Sarrus, 1813~1876)가 야외에서 연주할 때 음량이 작은 오보에와 바순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했다. 기보된 음과 실제로 연주되는 음이 다른 이조악기로, 주로 E♭조와 B♭조이다. 소프라니노 음역부터 콘트라베이스 음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역의 사뤼소폰이 존재한다. 소프라니노와 소프라노 사뤼소폰의 관은 직선형이고, 이 외 음역이 낮은 다른 사뤼소폰은 관이 여러 번 감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