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의 구조

요약 라켓(Racket)은 리드, 피루에트, 스테이플, 관, 지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켓의 관 안에는 길고 가느다란 보어 아홉 개가 위아래로 연결되어 겹쳐 들어가 있다. 따라서 겉에서 보기에는 짧아 보이지만 총 길이는 매우 길기에 낮은 음을 낼 수 있다. 연주자의 입술을 지지하는 피루에트는 리드의 중간 아랫부분을 덮고 있으며 리드와 관은 스테이플이라는 금속침으로 연결된다. 스테이플은 중앙에 있는 첫 번째 보어에 꽂힌다. 관에는 12개의 지공이 뚫려 있으며, 관 안의 물기를 제거하는 워터홀(water hole)이나 통풍구(vent hole)가 추가로 뚫려있다. 지공 중 일부에는 돌출된 짧은 금속관인 테티네(tetines)가 있어 편리하게 지공을 여닫을 수 있게 해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라켓을 개량한 바로크 라켓은 피루에트 대신 크룩이 달려 있으며 겹쳐 놓인 보어가 10개라는 점, 원기둥 모양의 개별 보어들이 갈수록 넓어져 전체적으로는 원뿔 모양을 이룬다는 것이 전 시대의 라켓과 차이점이다.

일반적으로 ‘라켓’이라고 명명하는 경우는 르네상스 라켓을 가리킨다. 바로크 라켓은 르네상스 시대에 쓰이던 라켓을 개량한 것인데 (basoon)과 비슷한 구조로 인해 ‘포켓 바순’(pocket bassoon), ‘소시지 바순’(sausage bassoon) 등 바순과 관련된 명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바로크 라켓은 굵은 관(pipe) 안에 원기둥 모양의 긴 관이 여러 겹으로 겹쳐 들어간 구조는 동일하지만 크룩이 달린 점, 보어의 개수와 모양 등 르네상스 라켓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1. 르네상스 라켓의 구조

라켓은 매우 치밀한 구조로 되어 있다. 굵은 관(pipe) 안에 원기둥 모양의 긴 관이 여러 겹으로 겹쳐 들어가 있다. 굵은 관에는 아홉 개의 보어(bore)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계속 연결되어 있다. 관의 내부에 똑같은 모양의 보어가 여러 겹으로 겹쳐 놓여 있기 때문에 마치 거울을 비춘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드의 중간부분에는 연주시 입술을 지탱해주는 피루에트(pirouette)가 있으며 관의 중앙에는 (staple)이 꽂혀 있어서 관과 리드를 연결해준다. 입술을 대는 피루에트의 아랫부분에는 가늘고 긴 모양의 슬릿(slit)이 뚫려 있다. 관에는 12개의 지공이 있다.

예를 들면, 빈에 소장되어 있는 디스칸트 라켓의 경우 몸통의 길이는 12cm 정도이며 지름은 4.8cm이다. 몸통 안에 아홉 개의 작은 관이 있으며 각 관의 지름은 6mm이다. 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관들을 연결한 총 길이는 1m 정도에 달한다. 관 내부에는 17개의 구멍이 다양한 방향으로 뚫려 있으며 이것들은 손가락으로 막는 외부의 11개 구멍과 만나게 되어 있다.

라켓에는 또한 첫 번째 관의 아랫부분과 연결된 워터홀(water hole)이 있다. 지공을 막기 위해, 연주자는 두 손을 같은 높이에 두고 라켓의 양쪽 편을 잡는데 이는 손가락 끝뿐 아니라 손가락의 중간 마디도 지공을 막는데 이용되기 때문이다. 라켓의 양쪽 끝은 상아판으로 덮여 있다. 상판(upper plate)의 중앙에 리드가 고정되어 있는 금속 스테이플이 꽂혀있다. 그 소맷자락 모양으로 생긴 피루에트 주위로는 장식을 위한 구멍이 뚫려 있다. 타원형의 슬릿(slit)은 리드의 끝이 돌출되어 있는 곳까지 뚫려있다.

라켓의 구조

1) 리드(Reed)

라켓의 리드는 겹리드이며 보통 아룬도 도낙스(Arundo donax)라는 학명의 ‘케인’(cane, 갈대)을 자른 후 납작하게 만들어 그 틈으로 공기를 불어 넣을 수 있게 한다. 물에 일정 시간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제작한다. 리드의 아래 부분에는 실을 감아 두 날을 고정시킨다.

라켓의 리드

2) 피루에트(Pirouette)와 슬릿(Slit)

피루에트는 라켓을 연주할 때 연주자의 입술을 지지해주는 받침대이다. 라켓에 있는 피루에트는 (crumhorn)처럼 윈드캡(wind cap)이 달린 악기에서 몇 단계 발전하여 라켓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크룸호른의 리드는 윈드캡으로 싸여있기 때문에 연주자가 리드를 전혀 제어할 수가 없게 되어 있는 반면, 숌(shawm)이나 라켓의 리드에는 피루에트가 있어 연주자가 여기에 입술을 대고 연주할 때 입 안에서 자유롭게 리드를 진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라켓의 피루에트와 슬릿

특히 라켓의 피루에트는 낮은 음역을 연주할 때 요구되는 느슨한 앙부셰(embouchure, 취구를 무는 입모양)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피루에트는 또한 음의 공명(resonance)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피루에트가 달린 겹리드 관악기들에서 피루에트는 대부분 얇은 원반 모양으로 생겼으나 라켓의 경우에는 아랫부분까지 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리드의 중간 아랫부분부터 스테이플 까지를 덮는 보호막의 역할을 한다. 가늘고 긴 구멍인 슬릿(slit)이 있어 통풍을 용이하게 해준다. 피루에트의 주위에 장식 목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도 있다.

윈드캡이 달린 크룸호른

3) 스테이플(Staple)

스테이플은 리드를 고정시키며 리드와 관을 연결해주는 원뿔형의 금속침이다. 라켓의 스테이플은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스테이플을 덮고 있는 피루에트의 내부는 아래의 그림처럼 되어있다. 관에 있는 여러 개의 보어 중 가장 중앙에 있는 보어와 연결된다.

라켓의 스테이플

4) 관(Pipe)과 보어(Bore)

르네상스 시대에 쓰이던 라켓의 관과 피루에트는 상아로 제작되었다. 굵고 짧은 관 안에 원기둥 모양으로 된 아홉 개의 보어가 빽빽하게 겹쳐 들어간 치밀한 구조로 되어있다. 관 내부에는 통풍구(vent hole)를 포함한 16~17개의 구멍이 다양한 방향으로 뚫려 있으며 이것들은 손가락으로 막는 외부의 11~12개의 지공과 만나게 된다. 이 외에 네 개 정도의 통풍구가 있다. 첫 번째 관은 관 안의 물기를 제거하는 워터홀(water hole)과 연결된다.

아래의 그림은 라켓의 관 안에 있는 보어의 도해이다. 총 아홉 개의 관에 그럼과 같이 구멍이 뚫려 있다.

라켓 관의 내부 도해

아래의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 본 보어의 배열이다. 첫 번째 보어가 가장 중심에 위치하며 나머지 보어들이 첫 번째 관을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다. 첫 번째 관에 스테이플이 꽂힌다.

라켓 관 내부 보어의 배치

5) 지공(Fingerhole)과 테티네(Tetines)

라켓의 관에는 11~12개의 지공이 있다. 다른 목관악기들처럼 위에서 아래로 일렬로 뚫려 있지 않고 옆면에 다소 불규칙한 모양으로 뚫려있다. 손가락의 수보다 많은 지공을 여닫기 위해 집게손가락의 가운데 마디도 지공을 여닫는 데 사용된다.

라켓의 지공

라켓의 지공에는 테티네(tetines)가 달려 있기도 하다. 테티네는 돌출된 짧은 금속관으로, 효과적으로 지공을 여닫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엄지나 집게손가락의 가운데 마디로 지공을 여닫을 때 편리하게 쓰인다.

테티네가 달린 라켓

아래의 사진은 라켓 아랫부분의 마개를 떼어 낸 모습니다.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은 구멍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막힌 구조로 되어있다.

라켓의 관 아랫부분

2. 바로크 라켓의 구조

르네상스 라켓을 개량한 바로크 라켓은 크룩(crook)이 달려 있다는 점과 보어가 전체적으로 유사 원뿔 모양이라는 것이 르네상스 라켓과의 차이점이다. 각각의 보어는 원기둥 모양이지만 하나의 보어에서 그 다음 보어로 연결될 때 보어의 지름이 약간씩 넓어져서 전체적으로는 원뿔 모양을 이룬다. 관 안에 모두 10개의 보어가 겹쳐 놓여 있다. 또한 분리가능한 벨이 달려있다.

바로크 라켓의 구조

바로크 라켓(왼쪽)과 그 내부(오른쪽)

아래의 그림은 바로크 라켓의 보어이다. 첫 번째 보어에서 뒤로 갈수록 점차 지름이 넓어진다. 지름이 가장 넓은 열 번째 보어가 중앙에 위치한다.

바로크 라켓의 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