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조크

요약 로조크는 러시아의 민속 관악기로, 취구에서 벨(Bell) 쪽으로 가면서 지름이 커지는 원추형 악기이다. 마우스피스(Mouthpiece)에 입술을 대고 떨어서 소리내며, 소리의 높낮이는 지공(Finger holes)으로 조절한다.

로조크(1895년경 제작)

분류	관악기 > 금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최초 사용 시기	1600년 이전
주요 사용 지역	러시아
주요 사용 명칭	Рожок(러시아어), Rozhok(러시아어 로마자 표기), Владимирский Рожок(러시아어), Vladimirskiy rozhok(러시아어 로마자 표기)
관련 악기	Cornett(코르넷)

1. 로조크

러시아 민속 관악기 로조크(Rozhok)는 주로 나무를 소재로 하여 만들지만 소리는 금관악기 방식으로 내고, 음높이는 목관악기 방식으로 조절하는 악기이다. 마우스피스(Mouthpiece)를 입 가장자리에 대고 떨어서 소리를 내며, 음의 높낮이는 지공(Finger holes)으로 조절한다.

비르둥(Sebastian Virdung, 1465년경 ~ 1511년 이후)의 『음악개관』(Musica getutscht, 1511)에 실린 직선형 코르넷 그림

악기의 형태는 취구에서 벨(Bell) 쪽으로 가면서 넓어진다. 마우스피스는 몸체에서 분리되는 캡 마우스피스를 사용한다. 지공은 앞면에 4 ~ 5개, 뒷면에 한 개가 있고 음역은 한 옥타브 정도이다. 음색은 콧소리가 섞인 듯한 꽥꽥거리는 소리를 내며, 음량이 큰 편이다.

간혹 싱글 리드 목관악기인 잘레이카(Zhaleyka)도 로조크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발음 구조가 서로 다른 악기이므로 구분하여 부르는 편이 유용하다.

블라디미르 로조크(1975년경)

로조크는 보통 자작나무, 단풍나무, 향나무 등으로 만든다. 악기 외부에 나무껍질을 칭칭 감은 모습이 특징적인데, 특히 과거에 목동들이 쓰던 악기는 두 조각의 나무를 맞붙여 몸체의 형태를 잡은 뒤 자작나무로 동여매어 제작했다고 한다. 이런 구조나 제작법은 15 ~ 17세기에 유럽에서 널리 연주되던 일부 코르넷(Cornett)과 유사하다. 실제로 러시아 블라디미르(Vladimir)와 트베리(Tver’) 지방의 로조크는 직선형 코르넷에서 파생된 악기로 보이며, 로조크는 이 지방의 대표적인 악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로조크는 적어도 1600년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주 카메시콥스키 군(Камешковский район)의 문장(紋章) 주를 상징하는 문장 가운데에 로조크가 그려져 있다.

2. 여러 가지 로조크

독주뿐만 아니라 앙상블로도 연주하는 로조크는, 음역에 따라 길이가 32 ~ 83cm 정도로 상당히 다양하게 제작된다. 가장 짧고 음역이 가장 높은 악기는 비즈구노크(Визгунок: 꽥꽥이)라고 부르는데 F#조나 G조 악기이며, 가장 긴 바스(Ба́с: 베이스)는 음역이 비즈구노크보다 한 옥타브 아래이다. 중간 음역의 폴루바소크(Полубасо́к: 반 베이스)는 보통 C조 악기이다.

이 가운데 폴루바소크가 독주에 가장 많이 사용되며, 로조크 앙상블을 구성할 때는 보통 비즈구노크와 바스의 악기 수 비율을 2:1로 한다.

러시아 목동들의 로조크(6~10번)와 트럼펫(11번) 19~20세기에 제작된 악기. 러시아 민족지학박물관 소장

3. 로조크의 연주

로조크의 기본 연주 자세는 마우스피스를 입술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대고, 악기가 비스듬하게 앞으로 뻗도록 잡는 것이다.

로조크 연주 자세

로조크 연주 자세(옆모습)

로조크는 목동의 신호음악이나 춤곡, 민요 등을 연주할 때 주로 사용되며, 전통적으로는 항상 노래와 함께 연주하기 때문에 ‘목동 로조크’, ‘노래 로조크’(Song rozhok)라고도 부른다.

독주도 많이 하지만 앙상블로 연주하는 전통도 역사가 깊다. 로조크 앙상블은 19세기 말에 블라디미르 지역의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콘드라티예프(Nikolai Vasilyevich Kondratyev)가 지도하는 로조크 연주 합창단이 성공을 거두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들의 유명세가 악기 명칭에도 반영되어 지금은 로조크를 보편적으로 ‘블라디미르 로조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는 모스크바, 블라디미르, 네레흐타(Nerekhta) 등지에서 로조크 앙상블이 활동 중이며, 러시아 전통악기 오케스트라에서도 로조크를 볼 수 있다.

1883년 모스크바에서 재현한 블라디미르 농민 로조크 연주 합창단(Хор крестьян музыкантов Владимирской губернии)

4. 로조크 관련 악기

코르넷(Cornett)

곡선형 코르넷(1550년경) 바사노 가문(Bassano)에서 제작한 코르넷. Musiekinstrumentenmuseum 소장

‘작은 뿔’을 의미하는 코르넷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북유럽 목동들이 사용하던 뿔 모양 악기들을 기원으로 한다. 주로 15세기 말에서 17세기 말까지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주한 관악기이다. 로조크와 마찬가지로 나무로 만들었으며, 마우스피스를 입술 가장자리에 대고 떨어서 소리를 내고, 소리의 높낮이는 지공을 이용해서 조절한다. 특히 곡선형 코르넷의 경우 여러 개의 나무 조각을 맞붙이고 바깥을 가죽이나 양피지로 칭칭 감아 만들었는데, 이런 구조와 제작법이 로조크와 유사하다.

다양한 음역과 크기의 코르넷족 악기들이 있으며, 이들을 앙상블로도 자주 연주한다.

종교음악이나 왕궁의 의식음악, 탑 위에서 연주하는 신호음악, 오케스트라 악기로서 다방면에 사용하였다. 17세기 후반에 들어 다른 악기로 점차 대체되었으나 19세기에도 시골에서는 종종 연주하곤 했다. 20세기에 고음악 연주를 위해 복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