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대금

[ Daegeum , 大笒 ]

요약 대금은 대나무로 만든 가로저(횡적, 橫笛)이다. 한국의 대금은 취구와 여섯 개의 지공이 있으며, 갈대 속청(막)을 붙여 세게 불 때 특유의 노이즈를 내는 청공이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전통대금은,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시나위젓대)으로 구분된다.
정악대금(위)과 산조대금

정악대금(위)과 산조대금

분류 관악기 > 목관악기 > 리드가 없는 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s, 氣鳴樂器)
팔음 분류 죽부(竹部)
음악 계통에 따른 분류 향부(鄕部)
최초 사용 시기 신석기시대
주요 사용 지역 한국과 한국음악 진출 지역
주요 사용 명칭 대금(大笒, 한국어), 젓대/저(한국어), 저대(북한어), 대함(大笒, 북한어), 적(笛, 한국어), 횡적(橫笛, 한국어), 횡취(橫吹, 한국어)

1. 대금

대금(大笒, 젓대)은 한국의 전통 목관악기 중 가로로 뉘어 부는 가로저(횡적橫笛, transverse flute)를 대표하는 악기이다. 대나무로 만든 죽부(竹部)악기이고, 한국 고유음악에 두루 사용하는 향부(鄕部)악기이다. ‘대금’은 특정 악기의 이름이고, ‘젓대’는 좁은 뜻으로는 대금을 가리키지만 넓은 뜻으로는 가로저 전반을 가리키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저대’ 또는 ‘대함’이라 부른다. 대금은 거의 모든 전통음악 합주곡에 편성되며, 현대 창작곡과 퓨전음악에도 흔히 쓰이는 매우 대중적인 전통악기이다.

대금을 포함한 목관악기를 일상에서는 그냥 ‘피리’라고 총칭할 때가 많지만, 대금은 세로로 세워 부는 피리와는 엄연히 계통이 다른 악기이다. 옛 한문을 번역한 글에서 ‘피리를 분다’는 말이 나올 때도 원문을 확인해 보면 십중팔구 가로로 부는 관악기를 뜻하는 ‘적’(笛)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비전문적인 글이나 말에서 ‘피리’라고 하면 사실은 대금 종류의 가로저를 뜻할 가능성이 크다.

예로부터 대금 계통 가로저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새나 짐승의 다리뼈로 만든 뼈젓대(골적骨笛, 골제적骨製笛)가 선사시대에 있었고, 역사 기록에는 대나무 외의 나무로 만든 목적(木笛), 옥돌을 가공해 만든 옥적(玉笛), 금속제의 철적(鐵笛), 대금보다 조금 작으며 지금은 쓰지 않는 중금(中笒) 등도 등장한다. 조선중기의 악서인 『』(樂學軌範)에는 소관자(小管子)라고 하는 작은 가로저(지공 세 개, 취구 한 개이며, 큰 새의 뼈로 만들기도 했던 목동의 악기라고 기록됨)의 존재가 확인되기도 한다. 현재 사용되는 악기 중에는 대금보다 크기가 작은 소금(小笒)이 있고, (雅樂)에만 쓰는 지(篪)는 대금처럼 가로로 뉘어 불지만 취구는 세로저(종적縱笛) 모양으로 따로 만들어 붙인 악기였다.

삼국시대 초기의 사정을 전하는 한문 문헌들에 ‘적’(笛), ‘횡적’(橫笛), ‘횡취’(橫吹) 등의 명칭으로 등장하는 가로저들이 대금의 기원일 것이다. 그러다 통일신라의 삼현삼죽(三絃三竹: 삼현은 거문고・가야금・향비파, 삼죽은 대금・중금・소금) 이래 조선시대까지 여러 문헌에서 대금을 으레 중금, 소금과 묶어 언급해 온 것으로 보아, 7세기 무렵부터 가로저를 크기에 따라 세분해 불렀음을 알 수 있다.

대금에는 숨을 불어넣는 한 개의 취구(吹口, Blow hole)와 손가락으로 여닫아 음높이를 조절하는 여섯 개의 지공(指孔, Finger holes) 외에, 비슷한 종류의 다른 악기들에는 없는 여벌의 구멍이 많다. 셀로판같이 얇은 갈대 속청(막膜)을 붙인 ‘청공’(淸孔)은 세게 불 때 대금 특유의 노이즈 섞인 음색을 낸다. ‘칠성공’(七星孔)은 이름과 달리 보통 두 개가 있는데, 제작 단계에서 대금의 전체적인 음정과 미세한 음높이 조절을 위해 뚫는 구멍이다.

전통대금은 정악(正樂)에 쓰는 정악대금과 민속악에 두루 쓰는 산조대금(일명 ‘시나위젓대’)으로 구분하며, 현대 들어 악기의 크기와 음역, 재질, 운지를 돕는 장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량이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윤복(申潤福, 1758~19세기 초반)의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 강에 배 띄우다, 18세기 말)

신윤복(申潤福, 1758~19세기 초반)의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 강에 배 띄우다, 18세기 말) 기생인 듯 보이는 여성들을 데리고 뱃놀이 나온 양반 일행에 젓대잽이(대금 연주자)가 따라와 흥을 돋우고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

2. 여러 가지 대금

1) 정악대금(正樂大笒)

정악대금은 대금의 가장 표준적인 형태로, 여섯 개의 지공을 다 막고 편안하게 불었을 때의 음높이는 탁임종(imagefont, B♭3)이다. 궁중의 의식음악, 민간의 풍류방음악, 성악인 과 의 반주음악은 모두 이 정악대금으로 연주한다. 정악대금은 산조대금에 비해 규격이 크고 지공 사이의 간격도 넓다. 현대 국악 관현악에서 연주에 앞서 악기들의 조율(tuning)을 점검할 때, 바로 이 정악대금의 탁임종에 맞춘다.

가곡 관현악 반주

가곡 관현악 반주 왼쪽부터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장구, 거문고이다.

정악대금 연주<유초신지곡> 중 ‘상령산’

출처: 악기백과

2) 산조대금(散調大笒, 시나위젓대)

산조대금은 ‘시나위젓대’라고도 한다. 독주곡인 산조뿐 아니라 굿판의 기악합주인 시나위, 노래와 춤 반주 등 민속악 전반에 산조대금을 쓴다. 산조대금은 통일된 규격이 없으나 전체적으로 정악대금보다 크기가 조금 작고 지공 사이의 간격도 좁아, 빠른 연주와 복잡한 기교를 구사하기에 수월하다. 합주할 때는 다른 악기들의 조율에 맞춰, 독주 때는 연주자의 편의나 선호에 따라 몇 개의 산조대금 중에서 골라 쓰거나, 같은 악기라도 운지법을 달리해 음높이를 조절한다. 그래서 전문 연주자들은 정악대금 하나, 기본 산조대금 하나 외에 여벌의 산조대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춤추는 아이》(18세기 말)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춤추는 아이》(18세기 말) 악기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북, 장구, 피리 둘, 대금, 해금인데, 이런 편성을 삼현육각(三絃六角)이라 한다. 그림의 대금은 산조대금(시나위젓대)일 것이며, 악기를 잡은 방향으로 보아 연주자는 왼손잡이이다.

산조대금 연주한주환류 대금산조 중 중중모리

출처: 악기백과

3) 개량대금

대금의 개량은 20세기 후반 북한에서 먼저 시도되었다. 북한의 대금(저대) 개량은 재질을 대나무 대신 박달나무나 자단, 흑목 등 단단한 목재로 바꾸고, 지공의 수를 늘려 반음이 포함된 음계를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지공에 (Flute)처럼 구멍덮개(키, Keys)를 달아 정확하고 손쉬운 운지를 가능케 하고, 악기의 규격을 고음용, 중음용, 저음용으로 다양화하는 등 다방면에서 이루어졌다. 서양식 오케스트라에 저대를 포함한 이들 개량 ‘민족악기’를 혼합 편성한 형태를 ‘배합관현악’이라 한다.

남한은 전통대금의 선호도가 높아, 대금 개량 시도는 다른 국악기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2003년 대금 연주자 임재원은 정악대금의 기본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 개의 지공을 추가하고 선택형 키를 일부 도입하여 7음 음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개량을 시도했으며, 2006년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는 전통대금의 주재료인 의 희소성을 극복하기 위해 (合竹) 소재를 사용한 대금을 실험했다. 2015년 경기도립국악단은 북한의 저대와 남한의 대금을 조합한 ‘통일대금’을 선보였다. 그 밖에 여러 학교와 연주자, 연주단체, 악기제작자 등이 다양한 대금 개량 실험을 하고 있으나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는 적다.

3. 대금 관련 악기

대금을 포함한 가로저는 대롱에 취구와 지공만 뚫으면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되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비슷한 악기를 볼 수 있다. 그중 대금과 비교적 가까운 악기로 한국의 소금과 당적, 북한의 저대(대함), 이웃나라인 중국의 디쯔와 일본의 세 가지 가로저(고마부에, 가구라부에, 류테키)를 살펴본다.

1) 소금(小笒)과 당적(唐笛)

소금은 대금과 중금처럼 가로저이며 이미 신라 또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대금, 중금과 함께 삼죽(三竹)으로 묶여 언급되어 왔다. 정규악기 소금은 취구 한 개와 지공 여섯 개가 있어 기본 구조는 대금과 같으며, 규격은 대금의 절반 정도로 작고, 칠성공이 하나뿐이고 청공은 없다.

소금은 전통악기 중 가장 음역이 높은 악기로, 합주에서는 대금보다 한 옥타브 높은 선율을 연주한다. 소금이 편성되는 전통 합주곡은 “”, “” 등 손꼽을 정도이나, 악기의 휴대와 연주가 간편하여 한국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단소(短簫)와 함께 널리 배운다.

당적(唐笛)은 이름 그대로 중국[唐]의 젓대[笛]이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의 ‘당악’(唐樂) 항목에 “적, 구멍 8”(笛, 空八)이라 소개한 악기가 바로 당적일 텐데, 아마 신라의 삼국통일 전후 한반도에 주둔한 당나라 군대를 통해 당악을 처음 들여올 때 당적도 함께 들어왔을 것이다.

소금과 당적은 서로 다른 악기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었으나, 실제 두 악기는 구조와 음역이 거의 같아서 현재는 1950년대에 기존의 악기를 개량한 것 한 종류를 사용하며 주로 소금이라 부르고 당적이라는 이름을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2) 저대(大笒, 대함)

북한에서는 남한의 대금에 해당하는 악기를 주로 저대라 부르고, 한자어로는 ‘대함’이라 읽는다. 한자 ‘笒’의 본래 뜻과 음이 ‘속 찬 대나무 함’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음악에서는 전통저대가 쓰이지 않고, 음역별로 차별화된 저대(저음저대), 중음저대, 고음저대의 세 가지 개량저대가 쓰인다.

북한 저대의 몸체는 전통대금의 황죽이나 쌍골죽 대신 박달나무, 자단, 흑목 등과 같은 단단한 재질의 나무로 만들고, 종류별로 크기를 통일하고, 한 옥타브를 열두 반음으로 나누어 낼 수 있도록 지공을 더 뚫어 구멍덮개를 달았다. 청공은 없애고, 플루트와 같이 취구 부분과 지공 부분의 관을 분리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북한의 저대는 서양식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및 (Piccolo)와 크게 다름이 없게 되었다. 서양악기와 개량 민족악기를 혼합한 배합관현악에 편성된다.

저대

저대

3) 디쯔(笛子 혹은 橫笛, Di 혹은 Dizi)

디쯔는 특정 악기 명칭이기도 하고, 한국어 ‘젓대’처럼 가로저를 두루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의 디쯔는 그 종류가 많고, 특히 수많은 소수민족이 저마다 갖가지 재질과 크기와 이름의 디쯔를 갖고 있다.

중국의 디쯔는 크게 남방과 북방의 디쯔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디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전해진다.

1. 취디(曲笛, 곡적): 중국 남동부 쑤저우(蘇州) 지역 전통극인 쿤취(崑曲, 곤곡)의 반주악기로 쓰이는, 비교적 크기가 큰 디쯔
2. 방디(垹笛, 방적): 중국 북부 전통극 방쯔창(垹子腔, 방자강) 반주에 쓰이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디쯔
3. 그 밖에 위핑디(玉屛笛, 옥병적), 치쿵디(七孔笛, 칠공적), 스이쿵디(十一孔笛, 십일공적) 등

이들 디쯔류 악기는 우리나라 대금과 같이 취구 한 개에 보통 여섯 개의 지공이 있으며, 대금의 청공에 해당하는 ‘막공’(膜孔)이 있다. 종류에 따라 대금의 칠성공처럼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구멍이 있는 것도 있다. 한국의 대금과 퉁소(洞簫)는 청공이 발달했고, 일본의 가로저 및 세로저에는 청공이 아예 없는 반면, 중국 디쯔의 막공은 모양만 남았을 뿐 실제 막공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점이 비교음악학적으로 흥미롭다.

현대 들어 음역에 따라 다양한 조(keys)의 개량 디쯔가 제작되고 있다.

디쯔

디쯔

4) 고마부에(高麗笛), 류테키(龍笛), 가구라부에(神樂笛)

일본의 가로저는 한국이나 중국에서처럼 한자로 ‘笛’이라 쓰고, 뜻(훈독)으로는 ‘후에/-부에’, 소리(음독)로는 ‘데키/-테키’라 읽는다.

일본 전통음악에 사용하는 가로저는 음악의 계통에 따라 고마부에, 류테키, 가구라부에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세 악기는 쓰이는 음악이 각각 따로 있으나, 기본 구조는 같아 한 개의 취구와 여섯 개의 지공이 있으며, 대금의 청공이나 칠성공에 해당하는 구멍은 없다.

고마부에(高麗笛고려적, こまぶえ)는 일본 궁중음악인 (雅樂) 중 한반도계 음악인 (高麗樂, 고려악)에 사용한다. ‘고마-’라는 접두어에서 보듯 고대 한반도의 문화가 일본에 전해질 때 들어가 정착한 것으로 본다. 이때 ‘고마’는 고려왕조가 아니라 고구려를 가리킨다. 고려왕조 성립 이전부터 일본은 ‘고마가쿠’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류테키(龍笛용적, りゅてき)는 일본 가가쿠 중 중국계 음악인 도가쿠(唐樂, 당악)에 쓰이며, 고마부에보다 조금 더 길고 장2도쯤 낮은 소리를 낸다.

가구라부에(神樂笛신악적, かぐらぶえ)는 일본 전통신앙 신토(神道)의 음악인 가구라(神樂)에 쓴다.

고마부에

고마부에

류테키

류테키

가구라부에

가구라부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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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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