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차이나의 역사와 관련 악기

돌차이나의 역사와 관련 악기

요약 돌차이나(Dolzaina)는 14세기경부터 17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사용되었다가 돌연 사라졌다. 돌차이나를 언급한 문헌은 남아있으나 그 용어가 일관된 의미로 쓰이지 않았기에 과거의 돌차이나에 대한 연구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1980년대에 들어서 영국의 군함 로즈메리호의 잔해에서 돌차이나로 추정되는 스틸숌을 발굴하였다. 여기에서 발굴된 악기의 파편들이 현대의 돌차이나 복원에 큰 도움을 주었고 현대에는 복원된 돌차이나가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한 유럽 지역에서 사용된다. 한편 둘시안은 돌차이나와 비슷한 어원을 가진 악기이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우나 서로 다른 악기이며 생김새가 비슷한 코르나뮤즈와 돌차이나도 혼동하기 쉬운데 이 둘을 동일한 악기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1. 돌차이나의 역사

돌차이나는 14세기경 등장해서 사용되다가 17세기 이후에 갑자기 사라졌다. 이에 따라 돌차이나에 대한 세부적이고 정확한 기록과 그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또한 ‘돌차이나’라는 단어가 사용된 문헌은 있으나 그것이 일관된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 즉 문헌에 기록된 돌차이나가 돌차이나를 지칭한 것인지, 다른 악기를 돌차이나라고 부른 것인지에 관해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 돌차이나가 크룸호른(crumhorn)이나 코르나뮤즈(cornamuse) 등의 다른 명칭으로 불렸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1) 팅토리스, 베르무도, 자코니의 문헌

‘돌차이나’가 등장하는 기록은 14세기에서 17세기 문헌에서 발견된다. 14세기 프랑스 음악가 (Guillaume de Machaut, 1300년경~1377)가 1367년경 돌차이나의 프랑스어에 해당하는 두센느(doussaines)를 언급한 바 있다. 15세기 초반 (John Lydgate, 1370년경~1450년경)도 돌차이나로 추정되는 두세트(doucetes)를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돌차이나에 대한 언급이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학자 팅토리스(Johannes Tinctoris, 1435년경~1511)의 『음악의 탐구와 실천에 관하여』(De invention et usu musicae, 1448)이다. 그는 이 저술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둘치나(dulcina, 둘차이나)라고 불리는 티비아(tibia)에는 일곱 개의 지공과 한 개의 엄지용 지공이 있기 때문에 피스툴라(fistula, 리코더 류)처럼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그러나 돌차이나는 모든 곡을 다 연주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불완전한 악기로 간주된다.”

1555년 베르무도(Juan Bermudo, 1510년경~1565)는 목관악기의 종류를 플라우타(flauta, 리코더 류), 듀사이나(duçayna, 돌차이나), 오르가노(organo)로 열거했다.

음악이론가 자코니(Lodovico Zacconi, 1555~1627)는 테너 돌차이나가 9도의 음역을, 키가 있는 돌차이나가 11도의 음역을 연주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돌차이나는 겹리드와 크룩(crook, 숨을 불어넣는 구부러진 모양의 금속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sordun)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르둔의 모양은 프레토리우스의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프레토리우스의 『음악대전』(Syntagma Musicum)에 수록된 조르둔의 도해

프레토리우스의 『음악대전』(Syntagma Musicum)에 수록된 조르둔의 도해

2) 프레토리우스의 문헌

돌차이나에 대한 기록은 바순과 비슷한 악기였던 파고툼(phagotum)의 연주법을 설명한 기록에서도 발견된다. 이 기록에서는 돌차이나를 끝이 구부러진 모양의 악기로 서술하고 있다. 영국의 음악학자인 갤핀(Francis W. Galpin, 1858~1945)은 16세기 파고툼의 연주법에 대한 라틴어 문헌을 연구, 해석하였는데 파고툼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 문헌에서 “큰 관에 작은 리드 튜브가 달린 악기는 곧은 모양으로 된 왼쪽에 있는 관악기보다 크다. 그러나 큰 관에 큰 튜브가 달린 금관악기는 돌차이나의 관처럼 구부러진 모양으로 되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로 보아 16세기경에는 돌차이나가 구부러진 모양으로 만들어졌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편 프레토리우스(Michael Praetorius, 1571~1621)는 1614년에서 1620년에 걸쳐 3권의 책으로 구성된 『음악대전』(Syntagma Musicum)을 편찬했는데, 이 책의 제2권인 『악기학』(De Organographia) 에서 당시의 악기들과 그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책은 고악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문서로 여겨진다. 프레토리우스는 이 책에서 “굽은” 모양의 리드 관악기를 베이스 포머(pommer)와 테너 포머, 베이스 조르둔과 테너 조르둔, 모든 사이즈의 파곳(fagott)과 바사넬리(bassanelli)로 한정시켰다. 따라서 16세기에는 끝이 구부러진 모양이었던 돌차이나가 17세기 이후에는 모양이 바뀌었거나 혹은 프레토리우스가 돌차이나를 포머, 조르둔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악기라고 여겨 따로 명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레토리우스의 『음악대전』(Syntagma Musicum) 표지

프레토리우스의 『음악대전』(Syntagma Musicum) 표지 1620년, 독일의 볼펜뷔텔(Wolfenbüttel)에서 출판

3) 돌차이나의 공백기와 메리로즈호의 발굴

역사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돌차이나가 관심을 받으며 다시 사용된 계기는 영국의 메리로즈호(Mary Rose)의 잔해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헨리 8세(Henry VIII, 1491~1547)가 아끼던 영국의 군함 메리로즈호는 1545년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패하여 바다에 가라앉았다가 1970년대에 한 잠수부에 의해 우연히 잔해가 발견되었고, 1982년 복원되었다.

특히 이 때 발굴된 스틸숌(still shawm)은 두세느(douçaine), 둘치나(dulcina)로도 불리는 돌차이나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배에서 발견된 악기의 파편과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오늘날 돌차이나를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스틸숌의 제작자는 팅토리스가 ‘불완전한 악기’라고 언급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관의 끝부분에 키(key)를 달아 반음의 연주가 용이하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4) 20세기 학자들의 다양한 학설

20세기 학자들은 돌차이나에 대해 각기 상이한 의견을 제시한다. 벨기에의 음악역사학자인 페티(François-Joseph Fétis , 1784 ~1871)는 돌차이나가 15세기와 16세기에 사용되었던 그랜드 오보에(grand hautbois)와 동일한 악기라고 주장했다.

음악학자 작스(Curt Sachs, 1881~1959)는 돌차이나와 두세느가 모두 크룸호른을 가리키는 명칭이라고 보는 반면,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돌차이나 형태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킨스키(G. Kinsky)는 돌차이나가 중세 시대에는 겹리드의 백파이프 형태였으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프레토리우스의 『음악대전』에서 설명한 (cornamuse)가 곧 돌차이나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일랜드의 작곡가 보이델(Brian Boydelle, 1917~2000)은 돌차이나와 두세느를 윈드캡이 달린 동일한 관악기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했으며, 메이어(K. T. Meyer)는 작스의 주장처럼 돌차이나가 15세기에서 16세기에 쓰였던 크룸호른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끝이 구부러진 모양의 크룸호른

끝이 구부러진 모양의 크룸호른

2. 돌차이나 관련 악기

1) 둘시안

둘시안과 돌차이나는 ‘dulcis’라는 어원을 공통으로 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더구나 16세기와 17세기에 ‘둘찬’(dulzan)이라는 표기는 의 전신, 혹은 포머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레토리우스 역시 둘찬을 파곳, 즉 바순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둘찬은 현재 돌차이나의 여러 가지 명칭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명칭상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두 악기는 다르다. 또한 돌차이나에 대한 기록은 둘시안보다 훨씬 이전 시대부터 발견되며 많은 기록에서 둘시안과 돌차이나가 함께 연주된 사실을 볼 수 있다.

돌차이나와 혼동하기 쉬운 둘시안(혹은 둘치안)

돌차이나와 혼동하기 쉬운 둘시안(혹은 둘치안)

2) 코르나뮤즈

코르나뮤즈 역시 돌차이나와 비슷한 악기인데 코르나뮤즈는 지역마다 명칭이 다르게 쓰여 혼동하기 쉽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르나뮤즈가 백파이프(bagpipe)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 반면, 프레토리우스의 기록에서는 코르나뮤즈를 크룸호른과 비슷한 음색을 내는 목관악기로 기술하고 있다. 앞서의 언급처럼 킨스키는 르네상스 시대의 코르나뮤즈가 곧 돌차이나와 동일한 악기라고 주장했다.

동일한 악기인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둘 사이에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작곡가 라소(Orlando di Lasso, 1532~1594)가 악장으로 일했던 뮌헨 궁정악단의 악기 편성에서는 코르나뮤즈와 돌차이나가 목관악기군에 함께 있었다.

자코니는 두 악기를 두세느(douçaine)에서 파생된 같은 군의 악기로 보았다. 둘은 원통형의 몸체와 윈드캡(windcap, 나무로 만든 캡으로, 캡에 있는 구멍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그 안에 있는 리드가 진동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악기의 경우, 리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윈드캡을 사용했다.)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공통으로 한다. 그러나 당시에 두 악기가 동일한 악기처럼 쓰였는지, 혹 다르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해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현대에 복원된 코르나뮤즈

현대에 복원된 코르나뮤즈

참고문헌

  • Baines, Anthony. Woodwind Instruments and their History.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Inc., 1963.
  • Foster, Charles. “Tinctoris’ Imperfect Dulcina Perfected-the Mary Rose Still Shawm.” The Galpin Society Journal, 58(2005): 46-50.
  • Klitz, Brian. “A Composition for “Dolzaina”. Jou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24/1 (1971): 113-118.
  • “Dolzaina.”(Grove Music Online).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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