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열병

도열병

[ rice blast ]

목차

정의

도열(稻熱)의 한자적 의미는 '벼가 탄다'이다. 불에 그을린 것처럼 진한 갈색으로 반점이 전체적으로 퍼져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도열병에 대한 정확한 번역은 rice blast이다. 밀에도 열병이 생길 수 있으며 영어로는 wheat blast라고 부르지만 국내에서는 관습에 따라 '밀 도열병'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벼 중심의 병 이름이 오랫동안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도열병이 발생한 벼의 잎. (출처: GettyimagesKorea)

2016년 미국농무성(USDA)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 쌀 생산량은 4,815 억 톤(metric ton, 제분된 쌀 기준)으로 옥수수, 밀에 이어 세계 3대 작물이며, 그중 약 90%가 아시아에서 생산될 정도로 쌀은 아시아에서 주식으로 이용된다. 벼의 재배면적도 전세계 1,600억 핵타르(ha)중 1,412억 핵타르가 아시아에 속해있을 정도로 벼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농산물이다. 국내에서도 쌀이 전체 식량작물 생산량 중 88%를 차지하고 있다.

도열병은 벼를 재배하는 지역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한 병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도 1976, 1977년에 녹색혁명을 일으킨 통일벼 품종에 이삭도열병이 만연하였다.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만해도 약 350억원에 달하였다. 이 사건은 육종을 통해 벼에 도입된 저항성이 새로운 병원균 유형-레이스(race)-에 의해 짧은 시간에 '깨지는(break down)' 사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의 저항성 품종 육성은 국가적 식량안보(food security)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달성해야 할 분야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우수 품종 육성, 엄격한 종자관리, 적절한 화학적 방제, 기후 변화 등을 통해 병 발생은 크게 줄고 쌀 생산량은 크게 증대되었다. 최근에는 곰팡이와 식물의 상호작용이라는 주제에서 기초 연구의 모델로서 이용되고 있으며 전국의 병 발생 상황이 에 공개되어 있는 등 역학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도열병은 벼 이외에도 보리, 밀, 옥수수, 바랭이, 강아지풀 등 약 140종의 화본과 작물들에서 발생한다. 도열병이 발생할 수 있는 기주 범위에 대한 기록은 미국 농무성의 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벼 중에서도 품종에 따라서 병의 발생 정도가 다르다. 그 원인은 기주와 병원균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며 '유전자 대 유전자 이론(Gene for gene theory)'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병징

도열병은 잎, 줄기, 목, 가지, 이삭 등의 부위에 발생할 수 있고, 유묘기부터 수확기까지 전 생육기에 걸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에 주의해야한다. 발병 부위에 따라서 잎도열병, 목도열병, 마디도열병, 이삭도열병 등으로 구분한다.

모도열병

이미 감염된 종자를 사용하여 파종할 경우 나타난다. 싹의 기둥 부위에 갈색의 병반이 나타나고 점차 말라죽는다.

잎도열병

병징은 녹갈색의 작은 반점이 커져 방추형으로 자라는 형태이다. 방추형 병반(lesion)의 색은 중심부는 회백색이며 점차 노란색을 띄며 진해지다가 가장자리는 짙은 갈색을 띈다. 방추형 병반은 서로 합쳐져 불규칙한 무늬가 되는데 결국 잎 전체가 마르게 될 때까지 진행된다.

목도열병, 마디도열병

감염이 시작된 벼이삭의 목이나 줄기의 마디(node) 부위에 암갈색의 병반이 생기고 점점 검게 변하면서 목이 부러지거나 마디가 꺾어진다.

이삭도열병

이삭목부터 감염하여 이삭에 퍼져 나가며 갈색의 무늬가 퍼져가며 검게 변하고 꺾이게 된다. 이삭이 여물지 못한다.

원인

도열병의 원인은 식물병원성 진균의 감염 때문이며 병원균의 학명은 Magnaporthe oryzae 또는 Pyricularia oryzae 를 사용하며 일반명은 벼도열병균(rice blast fungus) 또는 도열병균이다. 학명은 최근에 몇 번의 변동을 겪었기 때문에 도열병균에 관한 검색을 할 때는 Pyricularia grisea, Magnaporthe grisea라는 학명으로도 검색을 해야 한다.

학명이 변하는 이유는 곰팡이의 종을 결정하는 기준이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종의 결정에는 형태적인 생물학적 종 개념(species concept)이 주로 사용되었다. 생물학적 종 개념(Biological Species Concept)에서는 유성생식(sexual reproduction) 여부나 생식기관의 형태에 기반하여 구분한다. 최근에는 계통학적 종 개념가 도입되어 유전자 서열의 차이에 기반하여 종을 구분하는 추세이다. 또한 곰팡이의 경우는 오랫동안 유성생식 세대와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 세대를 구분하여 사용해 왔다. 도열병균의 학명 중 Magnaporthe grisea 는 유성세대 명이고 Pyricularia grisea는 무성세대 명이다. 최근에는 'one fungus one name'이라는 모토(motto)로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하여 사용하는 추세이다. 벼도열병균의 경우는 Pyricularia oryzae 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으며 출판물에는 Pyricularia oryzae (syn. Magnaporthe oryzae)으로 병기하여 검색에 문제가 없도록 제안하였다. 화본과 식물인 바랭이(Digitaria sanguinalis)를 침해하는 바랭이도열병균은 Pyricularia grisea로 하였으며, 그외 다른 기주(벼를 포함)를 침해하는 것은 Pyricularia oryzae라고 부른다 (Couch & Kohn, 2002).

도열병균은 자낭균문(Phylum Ascomycota)에 속한다. 자연상태에서는 유성세대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 발생에는 무성세대가 중요하다. 무성세대의 번식은 무성포자분생포자(conidia)를 통해 이뤄진다. 서양배 또는 볼링핀 모양의 분생포자는 3개의 세포가 붙어 있는 형태이다. 여름철 우기에 급격하게 확산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높은 습도와 22℃에서 28℃의 온도가 조성되어 분생포자가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도열병균의 유전체는 약 40 Mb이며 12000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전장 유전체 서열(whole genome sequence) 정보는 공개되어 있어 여러 웹 싸이트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Dean, 2005). 지속가능한 도열병 방제 방법을 위해서 유전체 기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병환(disease cycle)

분생포자(conidia)는 주로 물이나 바람에 의해서 이동하며 밀식으로 재배된 곳에서는 잎 끼리의 접촉에 의해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부착기(appressroium)를 형성한 분생포자(conidia) (출처: 최재혁/인천대)

분생포자가 새로운 벼 잎의 표면에 내려앉으면 점착성 물질의 분비를 통해 큐티클 층에 부착한다. 포자가 발아하기 위해서는 수분이 필요하고 보통 2~4시간 내에 발아(germination)한다. 발아관(germ tube) 세포가 소수성이나 왁스 및 큐티클 성분을 인식하면, 발아관 끝에서 부풀거나 구부러지는 형태적 변화가 일어나고 최종적으로 부착기(appressorium) 세포로 발달(development)한다. 부착기 세포는 세포벽 안쪽으로 키틴멜라닌을 축적하여 단단한 외벽을 형성한다. 멜라닌이 축적된 부착기는 검게 보인다. 물방울 속에 있기 때문에 삼투압이 형성되어 부착기 세포 내에는 8.0 MPa에 이르는 높은 팽압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압력이 부착기 바닥의 한 점으로 집중되어 세포벽에 구멍을 내고 식물의 표피세포로 부착기 내부의 세포질이 자라간다. 이때의 부정형의 세포를 침입관(penetration peg)이라고 한다.이때는 세포와 세포 사이 좁은 틈인 세포간극(intercellular space)에 존재하는 시기이다.

침입관으로부터 자라는 균사는 울룩불룩한 형태의 침입균사(invasive hyphae)이다. 이 균사는 초기에는 세포질 내로 뚫고 들어가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흡기(haustorium)와 같이 식물의 세포막을 밀고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시기에는 식물의 반응에 따라서 두 가지 상호작용(compatible 과 incompatibel interactioins)으로 구분한다. 비친화적 상호작용(incompatible interaction)의 결과는 급격한 저항성 반응을 통해 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성의 대표적인 예로 과민성 반응(hypersensitive reaction)을 들 수 있다. 과민성 반응을 통해 감염된 세포 또는 그 주변 세포가 자살하여 병의 진전이 막힌다. 친화적 상호작용(compatible interaction)의 결과는 병의 발생이다. 초기 감염 후 5일 정도가 지나면 눈에 보이는 병반(lesion)이 생기며 7~10일 후에는 분생포자(conidia)를 만들어 다시 퍼져 나감으로써 병환을 완성하게 된다.

방제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도열병의 효율적 방제를 위해서는 종합적 병해충 관리(integratd pest management)가 요구된다. 비용 대비 효과, 환경의 영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작물의 병해충을 작물의 경제적 피해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접근법이다. 추가로 아래 방법들을 참고한다.

1) 종자를 통한 전염을 막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제활동이다. 종자는 사용 전 소독하는 것이 좋다. 동일한 질의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종자를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종자 관리를 위한 기관으로 이 있다.

2) 벼의 재배 간격을 넓혀서 병의 진전을 막는다. 벼의 포기 사이가 멀어지면 통풍이 잘되고 습도가 낮아져 도열병균의 활동과 전반을 줄일 수 있다.

3) 재식 시기의 조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기가 지난 후에 바로 재식하면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

4) 질소가 너무 많으면 도열병의 증상이 심화되므로 질소 비료 사용을 최소화한다.

5) 화학적 살균제(fungicide)를 사용한다. 비교적 많은 살균제가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방제 적기(기상조건, 품종, 이앙시기 등을 고려)에 그에 맞는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20℃의 서늘한 온도가 되면 도열병 발생율이 높아지니 더 많은 약제를 살포한다.

6) 저항성 품종 사용 다양한 벼 품종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저항성으로 알려진 품종을 심는 것이 좋다. 품종이 다양하다는 것은 벼 개체군(population)의 유전적 구성이 다양한 품종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열병균에는 다양한 레이스(race)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도열병균 개체군의 병원성 관련 유전적 구성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특정 품종은 어떤 레이스에 대해서는 병이 나고(감수성) 다른 레이스에 대해서는 병이 발생하지 않는다(저항성). 국내 벼도열병균 개체군에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며 이는 오랜 세월 경쟁 과정에서 진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도열병균 개체군은 일배체(haploid)의 유전형을 갖기 때문에 식물보다 유전적 변이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집필

최재혁/인천대학교

감수

박희문/충남대학교

참고문헌

1. Couch, B. C. and Kohn, L. M. (2002) A Multilocus gene genealogy concordant with host preference indicates segregation of a new species, Magnaporthe oryzae, from M. grisea. Mycologia 94 (4): 683-693.

2. Dean, R. A., Talbot, N. J., Ebbole, D. J., & Farman, M. L. (2005). The genome sequence of the rice blast fungus Magnaporthe grisea. Nature, 434(7036), 980-986.

3. Talbot, N. J. (2003). On the trail of a cereal killer: exploring the biology of Magnaporthe grisea. Annual Reviews in Microbiology, 57(1), 177-202.

4. Wilson, R. A., & Talbot, N. J. (2009). Under pressure: investigating the biology of plant infection by Magnaporthe oryzae. Nature Reviews. Microbiology, 7(3), 185-195.

동의어

Blast disease, rice blast, blast disease, 벼도열병균(rice blast fungus), Magnaporthe oryzae, Pyricularia oryzae, 도열병, 벼 도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