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역학

[ epidemiology ]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분포 양상과 분포 양상을 결정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을 뜻한다. 그리스어인 에피(epi, 덮는다), 데모스(demos, 국민), 로고스(logos, 학문)가 합쳐진 용어이다. 역학은 단순히 질병의 빈도와 분포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집단으로 일어나는 현상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검토하고, 질병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성별, 나이, 직업, 영양 상태, 면역 상태 등의 인간의 특성, 지리적인 장소, 시간, 등의 요인에 따라 질병에 대해 분석하여, 어떠한 요인 때문에 특정 질병의 분포와 전파가 나타나는지를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병의 위험인자(risk factor, determinant)를 찾아내는 것이 역학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전염병(epidemic)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 주로 연구를 하였지만, 현재는 집단에서의 질병에 관한 전반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집단병리학(social pathology)의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다.

목차

역학 관련 단어

전염병(epidemic)과 풍토병(endemic)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BC 377)에 의해 처음 제시된 용어이다. 전염병은 집단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발생하는 질병을 의미하고, 풍토병은 집단 내에서 낮은 발생 빈도로 항상 존재하는 질병을 의미한다. 전염병 중 전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질병을 범세계적 전염병(pandemic)이라 부른다.

발생빈도(incidence)와 만연도(prevalence)

발생빈도는 집단 내에서 특정 질병이 주어진 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한 건수를 의미한다. 만연도는 집단 내에서 특정 질병이 주어진 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한 건수와 이미 존재하는 건수를 합한 총 건수를 의미한다.

사망률(mortality)과 발병률(morbidity)

사망률은 집단내의 사망 발생빈도를 의미하고, 발병률은 집단 내 질병의 발생빈도를 의미한다.

집단발병(outbreak)과 집단면역(herd immunity)

집단발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 지역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높은 비율의 구성원이 특정 병원균에 대한 면역을 가져 집단이 보호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보균체(reservoir), 매개체(vector), 매개물(fomite), 운반체(vehicle), 보균자(carrier)

이들은 유사한 용어들이지만, 조금씩 의미에 차이가 있다. 보균체는 병원균을 가진 생명체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병원균은 가지고 있지만 사람에게 병을 직접 옮기지는 않는 생명체를 의미한다. 매개체는 병원균을 가지고 있고 사람에게 병을 직접 옮기는 생명체를 의미하고, 모기, 진드기가 대표적인 매개체이다. 매개물은 사람에게 병을 직접 옮기는데 관여하는 무생물을 의미하고, 문고리, 핸드폰, 버튼, 장난감 등이 대표적인 매개물이다. 운반체는 매개물 중 수많은 개체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무생물 전염원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의미한다. 보균자는 질병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병원균을 내부에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병원균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립(isolation))과 격리(quarantine)

고립은 감염된 사람을 건강한 사람들과 분리시키는 것을 말한다. 격리는 건강한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병원균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질병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일정시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이기에 두 용어는 서로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역학과 공중보건

역학 연구의 가장 큰 목표는 질병을 억제, 통제하여 질병으로부터 집단이 보호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염병의 경우 집단이 보호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원(매개물, 매개체, 보균자, 감염된 사람 등을 모두 포함한다)을 추적하여 찾고 적절히 고립시키고 감독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이후에는 백신과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집단적인 분석, 감염이 되기 쉬운 위험인자를 찾아 위험인자를 제거하거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정확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감염경로 분석

특정 질병이 발생할 때 감염경로를 분석하는 것은 역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료 조사이다. 공기 중으로 전파가 되었는지, 음식을 통해 전파가 되었는지, 매개체를 통해 전파가 되었는지 살피고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질병의 경우 감염 경로 파악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잠복기가 긴 질병의 경우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2016년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발생한 콜레라의 경우 즉각 증상이 나타났고 콜레라균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염경로(회를 먹고 감염)를 쉽게 파악 하였지만, 2019년 발생한 A형간염의 증가는 정확한 감염경로(오염된 조개젓을 먹고 감염)를 파악하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A형간염이 잠복기(30일 이상)가 길고, 다양한 경로(다양한 음식, 물, 신체적 접촉)를 통해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849년 영국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발생빈도 (출처: )

감염된 사람에 대한 추적, 격리, 감독

특정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된 사람에 대한 추적과 통제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전파가 가능한 질병의 경우 이 과정은 병의 전파를 막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특별히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질병의 경우에는 감염된 사람의 생활을 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고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하여 질병이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적절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의 경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환자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정부에 신고하도록 하여 정부의 감독 아래에 있도록 하고 있다. 질병 전파에 매개체, 매개물, 보균체가 관여하는 질병의 경우, 이들 생명체나 물질을 없애거나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개체가 가축일 경우 적절히 제어가 가능하지만, 야생동물일 경우 제어가 어렵다. 실제로 현재 광견병의 대부분은 너구리, 박쥐, 여우 등의 야생동물에 물려 발생한다. 매개체가 모기일 경우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유충의 서식지인 고인 물을 제거함으로 효과적으로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 

위험인자 분석

위험인자는 William B. Kannel 박사가 1961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질병 또는 감염과 연관성이 높은 인자를 의미한다1). 방대한 자료의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특정 질병과 관련된 의미 있는 위험인자를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방암(breast cancer)은 여자가 남자보다 100배 이상 더 많이 걸리는데 성별은 이 병의 중요한 위험인자가 되는 것이다. A형 간염의 경우 항체 보유 여부 때문에 노년 층보다 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데 이런 경우 나이가 중요한 위험인자가 되는 것이다. 위험인자는 각 질병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이 요구된다. 다양한 질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위험인자로는 나이, 성별, 민족, 유전적 소인, 음식, 흡연, 알코올 섭취, 운동량, 지리적 위치 등이 존재한다. 특별히 나이는 많은 질병에서 아주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면역

효과적인 백신이 많이 개발된 지금 백신 접종은 질병 통제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백신이 존재하는 모든 질병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모두 무료로 접종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 예방접종으로 분류하여 무료로 접종해 주는 백신이 있고, 필요한 사람의 경우 유료로 접종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백신을 필수 예방접종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역학의 연구 분야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결핵 환자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결핵 백신 접종이 필수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 모든 아이들에게 결핵 백신을 접종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결핵 환자가 많은가?는 아직 역학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다. 해외여행자의 경우 그 지역 특정 질병에 대한 백신을 접종받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백신 접종으로 면역이 평생 유지되지 않는 질병이 일부 존재하여 성인이 되어 다시 접종 받아야 되는 질병들이 있다. 파상풍은 환자 수는 적지만, 치료제가 전혀 없고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백신이 존재하지만, 10년마다 재접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는 많은 질병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50대 이상이 되면 접종 받기를 권장하는 백신이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도 걸리지만, 노년층은 병이 오래 지속되고 완치 후에도 통증이 남는 경우가 많아서 나이가 들면 백신을 접종 받기를 권장 받는다. 백신의 장점이 아주 많지만, 극소수이지만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하고, 어떤 백신은 면역이 생기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므로, 특정 질병의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아주 어렵고 역학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다.

잠복(latent) 결핵 감염의 비율 ()

관련용어

전염병(epidemic), 콜레라, 백신

집필

이창로/명지대학교

감수

이진원/한양대학교

참고문헌

1. Kannel, W.B., Dawber, T.R., Kagan, A., Revotskie, N., and Stokes, J.3rd. 1961. Factors of risk in the development of coronary heart disease-six year follow-up experience. The Framingham Study. Ann. Intern. Med. 55, 3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