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

발아

[ germination ]

원래의 뜻은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미생물학에서는 휴면포자(resting spore, 休眠胞子)로부터 개체가 다시 자라나는 것을 말한다. 포자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인데 포자가 발아하는 것은 주변 환경조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목차

발아를 하는 미생물들

발아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 미생물들은 포자를 만드는 미생물들이다. 세균 중에서는 방선균으로 대표되는 Actinobacteria와 바실러스(Bacillus),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으로 대표되는 Firmicutes 및 점액세균(myxobacteria)가 해당된다. 진핵 미생물 중에서는 진균(fungi), 아메바(amoeba)와 점균류(slime mold), 난균류(Oomycota) 등이 포자를 생성하고 발아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적조를 일으키는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도 포자를 만들었다가 발아하는 과정을 거쳐 재생-증식한다.

세균 포자의 발아 과정

미생물의 휴면포자는 대사활동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낮은 대사활동을 보이기도 한다. 발아의 첫 과정으로는 외부 환경을 인지한 다음 포자의 껍질이 깨지는 과정이 진행된다. 발아는 특정 영양분(예, 알라닌)에 의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아과정이 진행되면 포자가 물을 흡수하면서 부풀어 오르게 되고 이때 포자의 특징이었던 빛의 굴절현상이나 포자를 보호하기 위해 포자벽이 가지고 있던 열과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도 사라진다. 이런 현상은 칼슘-다이피콜린산 복합체, 피질, SASP(small acid-soluble protein) 등이 사라지는 것과 관련되어있다. 포자는 SASP를 소모하면서 발아한다. 다음으로 RNA와 단백질이 새롭게 합성되고 부풀어 오른 포자 껍질이 깨지면서 세균의 발아가 완료된다.

세균 포자의 발아과정 (제작: 권개경/KIOST)

진핵 미생물의 발아

곰팡이의 무성생식 포자는 분생포자(conidia)라 하는데 발아조건이 되면 분생포자는 다양한 형태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Aspergilus에서 볼 수 있는 발아관인데 발아관은 균사체로 성장한다. 곰팡이로부터 발아하는 다른 형태로 분생포자 교차합류관(CAT; conidial anastomosis tube)1)이 있다. 교차합류관은 발아관보다 얇고 짧으며 가지를 만들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두 분생포자는 서로 상대방 쪽으로만 성장하고 분생포자를 이어주는 다리를 만듦으로써 두 분생포자가 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접합균류(Zygomycetes)의 포자는 접합포자(zygospore)라 불리며 발아과정에서 접합포자낭(zygosporangium)의 두꺼운 껍질이 깨진 다음 포자낭포자(sporangiophore)라는 형태가 돋아난다. 세포성 점균류인 Dictyostellium discoideum의 포자는 세균으로부터 배출되는 화학물질을 인지하게 되면 아메바 형태로 발아한다. 이후 세포분열이 진행된다.

적조생물 휴면포자의 경우에는 온도와 빛, 산소농도가 발아에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와편모조류의 일종인 Fragilidium mexicanum의 발아과정 (출처: 신현호/해양과학기술원)

포자 발아의 중요성

포자 발아는 식품 안전성, 병원성 미생물의 확산, 연구실에서는 배지 오염 등과 관련하여 중요하다. 포자를 형성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비병원성이지만 일부 미생물은 심각한 독성을 보이는 병원성 세균인데 대표적인 예로 탄저병(anthrax) 원인균인 Bacillus anthracis, 식중독 유발균인 Clostridium botulinum, 파상풍 원인균인 Clostridium tetani, 가스괴저병을 일으키는 Clostridium perfringens 등을 들 수 있다. 생활환경에서 이들 미생물의 포자를 접촉하게 되거나 수술 도구, 약품 등에 포자가 오염되어 있을 경우 이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유통 중인 식품에서 미생물들의 포자가 오염되어 있다가 발아하게 되면 식품의 손상과 변질로 인하여 식품안전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 해마다 수산양식에 큰 피해를 끼치는 적조(red tide)는 포자의 발아를 통해 시작된다는 것이 새로운 가설이다.

포자발아와 멸균

실험실에서는 포자가 날려 배지에 들어와서 발아하게 되면 배지를 모두 버리거나 새로 멸균(sterilization)해야 한다. 내생포자(endospore)는 높은 온도에서도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멸균과정에서 포자의 불완전한 사멸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의 멸균법(sterilization), 즉 섭씨 121도에서 15분간 진행하는 습식 가압멸균(autoclaving)은 내생포자가 살아남아 발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건이다. 파스퇴르가 고안한 멸균법인 간헐멸균도 비교적 낮은 온도(섭씨 70-80도)에서 여러 번에 나누어 살균과정을 진행함으로써 발아 중인 포자까지 죽이는 방법이다.

관련용어

휴면포자(resting spore), 액티노마이세스(Actinomyces), 바실러스(Bacillus), 피르미쿠테스 문(phylum Firmicutes), 클로스트리듐 속(Clostridium genus), 진균(fungi), 아메바(Amoeba), 점균류(Slime mold), 난균류(Oomycota),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 접합균류(Zygomycetes), 탄저병(anthracnose),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누스균(Clostridium botulinum),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탄저균(Bacillus anthracis), 적조(red tide), 멸균(sterilization), 내생포자(endospore), 멸균법(sterilization)

집필

권개경/한국해양과학기술원

참고사항

1. anastomosis는 문접이라고 번역되지만 너무 전문적이라 의미를 살려서 교차합류로 표현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