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

범패

[ 梵唄 ]

요약 불교의식 때 부르는 불교가요(佛敎歌謠)의 한 갈래. 일명 범음(梵音)·범성(梵聲)·성명(聲明)·어산(魚山)·인도(印度)소리.

재(齋)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가 범패이다. 가곡·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곡 중의 하나로 꼽히는 범패의 종류로는 안차비소리·홋소리·짓소리·화청(和請) 등이 있고, 작법(作法) 즉 의식무용이 곁들여진다.

불교의식 중 재의식(齋儀式) 때 전문 범패승(梵唄僧)이 부르는 범패의 가사는 우리말이 아닌 한문(漢文)이나 범어(梵語)로 됐으므로, 범패는 우리말로 된 화청이나 고사염불(告祀念佛)과 다른 불가(佛歌)이다. 음악양식에 따라서 범패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안채비가 부르는 안채비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겉채비(또는 바깥차비)소리 즉 홋소리와 짓소리가 겉채비소리이다.

봉은사에서 공연하는 박송암 그룹의 범패 공연(김응기 제공)

봉은사에서 공연하는 박송암 그룹의 범패 공연(김응기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50호 : 범패 공연(김응기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50호 : 범패 공연(김응기 제공)

안채비가 요령(鐃鈴)을 흔들면서 부르는 안채비소리로는 "유치성"(由致聲)·"창혼"(唱魂)·"축원성"(祝願聲)·"착어성"(着語聲) 등이 있다. 전문 범패승인 겉채비가 부르는 홋소리 종목으로는 "합장게"(合掌偈)·"개계"(開啓)·"사방찬"(四方讚)·"도량게"(道場偈)·"참회게"(懺悔偈) 등이 있고, 드물게 부르는 짓소리 종목으로는 "인성"(引聲)·"거령산"(擧靈山)·"관욕게"(灌浴偈)·"영산지심"(靈山志心) 등이 있다.

범패는 오늘날 다섯 종류의 재(齋)에서 불리는 노래인데, 첫째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지내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이고, 둘째는 상주권공재보다 약간 큰 규모의 각배재(各拜齋) 또는 대례왕공문(大禮王供文)이며, 셋째는 죽기 전에 죽어서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기원하는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이고, 넷째는 물에 빠져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지내는 수륙재(水陸齋), 그리고 다섯째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3일 동안 지내는 가장 큰 규모의 영산재(靈山齋)이다.

현행 범패의 종류는 음악적인 스타일로 보아 흔히 염불로 불리는 안채비소리·홋소리, 바깥채비가 부르는 홋소리와 짓소리, 축원을 비는 화청, 이렇게 네 갈래로 분류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범패는 이 네 갈래를 모두 포함하지만, 좁은 의미의 범패는 홋소리만을 가리키고, 짓소리는 범음(梵音)이라 하여 따로 분류하기도 하고, 화청이나 염불도 역시 음악적으로 다른 갈래로 분류한다. 그러나 오늘날 범패라고 하면, 대개 짓소리와 홋소리로 불리는 노래만을 가리키고, 화청과 염불은 범패의 범주에서 제외시킨다.

〈유래〉 범패는 처음 인도(印度)에서 발생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초는 불교가 발달하기 이전 파라문교(婆羅門敎)에서 연원한다. 그것은 파라문교의 법전 가운데 오명(五明)이란 것이 있는데, 서역 내외의 학자(學者)가 반드시 학습해야 할 학문으로 되어 있어서 이를 오명처(五明處)라 한다.

첫째는 성명(聲明)이니 언어문자(言語文字)의 일을 밝히는 것이고, 둘째는 공교명(工巧明)이니 일체(一切)의 공예·기술(奇術)·산역(算曆) 등의 일을 밝히는 것이며, 셋째는 의방명(醫方明)이니 의술을 밝히는 것이고, 넷째는 인명(因明)이니 정사(正邪)를 고정(考定)하여 진위(眞僞)를 논고(論考)하는 이법(理法)을 밝히는 것이니 이른바 논리학이며, 다섯째의 내명(內明)은 자가(自家)의 종지(宗旨)를 밝히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중 성명(聲明)이 주로 설화와 음악을 밝힌 것인데, 범패는 바로 이 성명에서 나왔으며, 바로 파라문교의 음악이다. 이보다 인도에서는 고래로 건달파(乾闥婆)라는 악신(樂神)이 있었는데, 이는 그 뒤 생업을 일삼지 않고 다만 음악을 지어 구걸하는 광대의 이름으로까지 전락했지만, 그 시원은 역시 파라문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가여래(釋迦如來)께서 영산(靈山)에서 설법을 하실 때 먼저 건달파가 나와서 연주하고 노래하던 것이니, 범패의 전통이 유구한지가 여기에 있다.

〈어의 및 역사〉 중국 문헌에 의하면 3세기 무렵 조식(曺植 192~232)이 처음으로 범패를 시작하였다. 범패라는 말은 중국어의 환파이(梵唄 fanpai)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고, 일본의 봄바이(梵唄 bombai)와 같다. 중국의 환파이라는 말은 본래 산스크리트(Sanskrit)어로 브라마반(brahmabhan) 즉 '신성한 노래'라는 말에서 기원됐다.

우리나라 범패의 역사는 통일신라 때부터 시작됐는데, 범패 관련의 자료로는 일본승 자각대사(慈覺大師) 원인(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 경남 하동 쌍계사(雙溪寺) 소재 진감선사(眞鑑禪師)의 대공탑비문(大空塔碑文), 그리고 『삼국유사』(三國遺事) 권5 소재 월명사(月明師)의 "도솔가"(兜率歌)가 있다.

760년(경덕왕 19) 성범(聲梵) 즉 범음(梵音) 또는 범패를 하는 중이 따로 있었고, 804년(貞元 20) 당나라에서 공부한 진감선사가 830년(太和 4) 신라로 돌아와 옥천사(玉泉寺) 즉 지금의 쌍계사(雙溪寺)에서 제자들에게 어산(魚山) 즉 범패를 가르쳤다. 838년(開成 3) 당나라에 들어가 847년(承和 14)에 일본으로 귀국한 원인은 당시 산둥반도 등주(登州)에 있는 신라절 적산원(赤山院)에서 세 종류의 범패가 불렸다고 그의 순례기에 전하고 있다.

그 세 종류의 범패는 첫째 당나라의 범패와 같은 당풍(唐風) 범패, 둘째 당나라의 범패와 다른 신라풍(新羅風) 범패, 그리고 셋째 일본 범패의 곡조와 같은 본국풍(本國風) 범패였다. 그러므로 838년 이전부터 신라사람들이 부른 신라의 범패가 있었고, 그런 범패를 원인이 신라풍 범패라고 기록하였다.

신라풍 범패와 진감선사가 당나라에서 배운 범패를 포함한 신라 범패는 고려왕조에 전승됐고, 고려의 국교였던 불교의 범패는 왕들의 백좌도량(百座道場)에서 성행했으며, 고려의 범패는 조선왕조에 전승되어 조선초기 범패승 국융(國融)의 제자를 거쳐서 조선후기 영조(1724~1776) 때 대휘화상(大輝和尙)까지 전승된 범패의 전승계보가 대휘화상의 『범음종보』(梵音宗譜)에 전하고, 조선말기까지의 범패승에 관한 기록은 『신간산보범음집』(新刊珊補梵音集 1713)에 전한다.

1911년 일제총독부의 사찰령(寺刹令)이 발표되면서 범패와 작법(作法)이 금지됐으나, 일제강점기 서울 지방의 범패는 백련사(白蓮寺)의 이만월(李滿月) 일명 서만월(西滿月)과 영도사(永度寺)의 이만월 일명 동만월(東滿月)에 의해서 명맥이 이어졌다. 서만월의 제자로는 이범호(李梵湖)가 있고, 이범호의 제자로 범공(梵公) 유창렬(柳昌烈 1898~1968)과 만허(滿虛)가 있다. 그리고 동만월의 제자는 경국사(慶國寺)의 대원(大圓)과 개운사(開運寺)의 벽봉(碧峰) 전우운(田雨運)이었다.

일제강점기 범패승으로는 백련사의 범호(梵湖), 봉원사(奉元寺)의 월하(月河), 진관사(津寬寺)의 김운제(金雲濟)가 서울의 서교(西郊)에서 활동했고, 서울의 동교(東郊)에서는 개운사의 벽봉(碧峰), 신흥사(新興寺)의 완담(完潭), 화계사(華溪寺)의 동화(東華), 불암사(佛巖寺)의 축선(竺善), 흥국사(興國寺)의 표금운(表錦雲)이 활동하였다.

근래까지 범패승으로 활동한 불암사의 김운공(金耘空)은 이범호에게 영산재(靈山齋)의 짓소리를 배웠고, 봉원사의 박송암(朴松庵)은 월하의 제자 남벽해(南碧海)에게 사사했으며, 신흥사의 박운월(朴雲月)은 대원에게 범패를 사사하였다.

〈연구현황〉 1956년 『이병도박사화갑기념논총』에 발표한 이혜구(李惠求)의 "신라의 범패"는 범패연구의 효시이고, 그 후 이혜구의 『한국음악서설』(韓國音樂序說) 소재 "한국범패(梵唄)의 연혁"은 범패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밝힌 논문이다. 1965년 9월 25일 서울 청량사(淸凉寺)에서 겨행된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때 불린 범패를 한만영(韓萬榮)이 채보하여 1968년 "범패 홋소리의 선율형태"를 『음대학보』(音大學報)에 발표했고, 그의 "범패 짓소리와 홋소리의 비교연구"를 1969년 『이혜구박사송수기념음악학논총』에 발표했으며, 1975년 한만영의 "『동음집』에 관한 연구"를 『한국음악연구』 제5집에 발표하였다.

외국에서 이병원(李秉元)은 1971년 "Hossori and Chissori of Pŏmp'ae: An Analysis of Two Major Style of Korean Buddhist Ritual Chant"로 워싱톤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그의 "A Short History of Pŏmp'ae, Korean Buddhist Ritual Chant"를 Journal of Korean Studies(1971), Vol. Ⅰ, No. 1에 발표하였다. 1974년 이병원은 "An Analytical Study of Sacred Buddhist Chant of Korea"로 워싱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Structural Formulae of Melodies in the Two Sacred Buddhist Chant Styles of Korea"를 Korean Studies (1977), Vol. Ⅰ, No. 2에 발표하였다.

한편 정부는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 제49호 범패의 예능보유자로 장태남(張泰男)·박희덕(朴喜德)·김명호(金明昊)를 지정하였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3.944~48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458, 460~61쪽
  • 『民俗藝術事典』,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9년, 134쪽

관련이미지

범패

범패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