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

농악

[ 農樂 ]

요약 우리나라 전통 기악곡의 한 갈래. 일명 굿물·풍장·매굿·굿풍물·취군.

상고시대 부여(夫餘)의 영고(迎鼓)와 예(濊)의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유래됐으리라고 추정되는 농악은 오랜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되어 농촌의 오락으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예부터 농번기에 농부들이 농작(農作)을 차례로 도우는 두레 일을 할 때 힘을 돋우고 능률을 높이며, 농고(農苦)를 위로하기 위하여 행하는 음악으로 농악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전승되었다.

농촌 마을에서 오래 전부터 전승된 농악은 우리나라 민간 고유음악의 한 형태이고, 징·꽹과리·북·날라리·법구·나발 등으로 연주하는 기악곡의 한 갈래이다. 옛날에는 농악을 굿·매구·풍장이라고 했고, 요즈음에는 풍물이라고도 한다. 농악연주를 옛날에는 '풍장 친다' 또는 '굿 친다'고 했다. 농악기(農樂器)를 '풍물' 또는 '굿물'이라고 했으며, 농악대굿중패·두레패 등으로 불렀다.

원래 농악은 농민의 농사와 관련돼서 연주된 음악이었지만, 근래에는 농사 이외 여러 경우에 농악대가 농악을 연주하였다. 농악대가 연주한 농악의 종류는 크게 판굿·두레풍장굿·걸립굿·마을굿, 이상 네 가지로 구분된다. 농사일과 관련해 연주되는 농악이 두레풍장굿이다. 농사일 외에도 마을의 필요에 따라서 부락 단위의 농악이 연주되곤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음력 정월 한달 동안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동네의 사업을 위한 모금을 위해서 농악을 연주하는 걸립(乞粒)굿이다. 또한 음력 10월 당산 고목(古木)에 금줄을 매고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농악이 당산(堂山)굿이다. 이 당산굿을 마을굿이라고도 한다.

근래에는 일반 농민들이 아닌 전문 농악수들이 재미나게 놀이형식으로 짜서 연주하는 농악을 판굿이라고 한다. 이렇게 농악의 종류는 크게 판굿·걸립굿·두레풍장굿·마을굿(당산굿)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농악 연주 때 악기 연주가 핵심을 이루지만, 잡색(雜色)들의 연희(演戲)도 출연하기 때문에, 농악은 일종의 종합공연예술의 성격을 지닌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공연예술이다.

농악의 형성과정에 관한 안택축원설(安宅祝願說)과 군악설(軍樂說) 그리고 불교관계설(佛敎關係說)이 있지만, 농악은 무희(舞戲)·음악·연극 등의 요소가 혼합하여 형성됐다. 이것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성격이 축원→노작→걸립→연예의 변천단계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농악의 유래에 대한 학설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민속종교의식과 관련됐다는 축원설(祝願說), 농사와 관련이 있다는 노작설(勞作說), 불교와 관련됐다는 걸립설(乞粒說), 그리고 농민들의 놀이와 관계됐다고 보는 연예설(演藝說)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농악기까지 징발 당함으로써 한때 위축됐던 농악은 8·15해방과 더불어 흥겨운 농악 가락이 다시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게 되었다. 조국 광복 기념행사로 제1회 전국농악경연대회가 1946년 5월 서울 창경원(昌慶苑)에서 열렸고, 제2회 대회가 1947년 5월에 열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삼천포농악(문화재청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삼천포농악(문화재청 제공)

농악의 종류는 지방에 따라서 중부 이북의 웃다리가락과 중부 이남의 아랫다리가락으로 나누기도 한다. 작은 단위로는 전라도의 우도농악(右道農樂)과 좌도농악(左道農樂), 경기도의 북부농악(北部農樂)과 남부농악(南部農樂), 충청북도의 북부농악과 남부농악, 경상남도의 동부농악(東部農樂)·서부농악(西部農樂)·남부농악, 경상북도의 동부농악·서부농악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경남 남부농악은 1966년 농악12차(次)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로 지정된 바 있다. 차(次)라는 말은 순서 또는 차례를 뜻하며, 일명 굿가락이라고 한다. 각 차에는 대개 2, 3개의 가락이 따르고 있어 가락의 수는 여러 개다.

농악대의 편성은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그 구성원의 이름은 이렇다. 영기(令旗) 2개·농기(農旗) 1개·나팔 2개·상쇠(上釗)·부쇠(副釗)·종쇠(從釗)·징·수장고(首杖鼓)·부장고(副杖鼓)·수북·부북·수버꾸(首法鼓)·부버꾸(副法鼓)·삼버꾸(三法鼓)·사버꾸(四法鼓)·오버꾸(五法鼓)·육버꾸(六法鼓)·칠버꾸(七法鼓)·팔버꾸(八法鼓)·창방(양반광대포수(砲手)·농군(農軍)·집사(執事)·가장녀(假裝女)·무동(舞童) 3명 등이다. 이 중에서 특히 농악의 다양한 가락을 연주하는 사물(四物: 꽹과리·징·북·장구)이 가장 중요하다. 양반·각시·중·포수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을 잡색(雜色)이라 한다. 이들은 대사나 간단한 몸짓·춤 등으로 사람을 웃긴다.

일제강점기 농악놀이의 두 장면(『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농악놀이의 두 장면(『사진으로 보는 조선시대』)

농악대의 리듬 악기로 꽹과리(일명 쇠)·징·장구·북·법고가 편성되고, 날라리(새납)·나발 같은 선율악기로 구성된다. 지방이나 고을의 사정에 따라서 악기의 종류와 수는 가감되기도 한다. 농악대원은 대기 기수·잽이(差備)·잡색으로 삼분된다. 기수는 용당기(龍堂旗)·영기·농기를 든 세 사람이고, 잡색은 대포수·창부·농구·조리중·무동·양반광대·할미광대 각 1명씩이며, 잽이는 나발·새납(날라리)·상쇠·부쇠·종쇠·징·수장고·부장고·북·수법고·팔법고 각 1명씩이다.

농악에 쓰이는 장단은 지방에 따라서 서로 다르고, 지방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으며, 대체로 쇠가락·채·차(次) 등 명칭도 다양하다. 농악장단은 일반적으로 그 지방의 무속장단(巫俗長短)과 같거나 유사하기 때문에, 농악과 무악(巫樂)의 역사적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다. 굿거리길군악 같은 장단은 농악이나 무악의 중요한 장단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여러 지방의 농악장단(農樂長短)의 유형은 크게 굿거리·자진모리·타령·단모리, 이렇게 네 가지의 장단형으로 대별될 수 있다.

경기농악(京畿農樂)의 경우 굿거리·덩덕궁이·길군악칠채·이채굿 같은 장단이 많이 연주된다. 호남농악(湖南農樂)에서 주로 쓰이는 장단은 풍류굿·된삼채·세산조시·다드래기·덩덕궁이장단이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군악·반삼채·도드리·굿거리·사모잡이 등의 장단이 많이 쓰인다. 경남농악(慶南農樂)에서 전래되는 12종의 쇠가락이 순서대로 연주되는 농악장단이 있다. 그것은 농악십이차(農樂十二次)로 알려졌고, 196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때 문백윤(文伯允) 등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농악의 절차는 부락을 단위로 할 때와 개인 집을 단위로 할 때 서로 다르다. 부락 단위의 농악 절차는 1) 부락에 들어가기 전에 치는 들당상굿, 2) 그 부락의 당산 앞에서 치는 당산굿, 3) 부락 입구에서 치는 문굿, 4) 부락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판굿, 5) 연희적 진(陣)풀이굿인 도둑재비굿, 6) 굿을 마치고 부락을 나서면서 치는 날당산굿이다. 집 단위의 농악 절차는 1) 마을의 당산에서 인사하는 당산굿, 2) 그 집 문 앞에서 치는 문굿, 3) 그 집 마당에서 치는 판굿, 4) 부엌에서 치는 조왕굿, 5) 장독대에서 치는 철륭굿, 6) 창고에서 치는 고방굿이다.

진풀이라고도 하는 농악의 진법놀이는 농악수들이 연주하면서 여러 가지의 기하학적 모형을 만들며 노는 놀이를 이른다. 지방에 따라서 서로 독특한 진법놀이를 전승해오고 있다. 방울진·을자진(乙字陣)·오방진(五方陣) 등이 농악의 대표적인 진법놀이다.

호남농악의 우도(右道)굿의 경우 다음과 같은 여러 진법이 연행되고 있다. 1) 장진굿: 농악대원들이 당산 앞에서 일렬로 늘어서는 진법; 2) 방울진굿: 소라형으로 말아 들어가는 진법; 3) 되풀이진굿: 방울진굿에서 반대로 풀어 나오는 진법; 4) 을자진굿: 갈 지(之)자형을 그리면서 앞으로 진행하는 진법; 5) 문잡는굿: 일렬로 섰던 대원들이 차례로 영기(令旗)를 돌아서 반대편에 일렬로 서는 진법; 6) 성문굿: 대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상쇠가 여러 재주를 부리는 진법; 7) 삼진삼퇴(三進三退): 두 열의 대원들이 세 번 앞으로 전진했다가 뒤로 후퇴하면서 재주를 부리는 진법; 8) 바꿈진굿: 두 열의 대원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노는 진법; 9) 콩동지기: 두 열의 대원들이 서로 등을 대고 서로 바꿔가면서 엎었다 내렸다 하는 진법; 10) 앉은진풀이: 두 열의 대원들이 차례로 한 사람씩 앉은 자세로 재주를 부리면서 영기 사이를 통해서 들어갔다 빠져나가는 진법.

이러한 열 가지 진법 외에서 40가지의 진법이 우도굿에서 쓰였다. 수많은 진법 중에서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놀이는 설장고·소고놀이·상모놀이다. 판굿에서 장구잽이 중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사람이 여러 장고가락을 엮어서 연주기교와 춤을 보여주는 놀이가 설장고이다. 중요한 장구가락은 덩덕궁이·굿거리·구정놀이·다드라기 등이다. 소고잽이가 판굿에서 소고를 치면서 연풍대·두루거리·자반지기·나비상 등 여러 기교적 춤을 추면서 진풀이를 하는 놀이가 소고놀이이다. 소고놀이를 법고놀이라고도 한다. 설장구와 함께 호남농악의 정수를 이루는 상모놀이는 전립 꼭지에 달린 백로(白鷺) 깃으로 만든 부포나 열두발의 긴 끈을 좌우로 돌리다가 앞뒤로 흔들면서 재주를 부리는 놀이다.

극장 무대에서 공연된 농악놀이의 두 장면(문화재청 제공)

극장 무대에서 공연된 농악놀이의 두 장면(문화재청 제공)

전국 지역마다 농악대의 편성·복식이나 연주되는 가락 등이 다르고 같은 도(道)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기도 하다. 예컨대 전라도의 산악 지역인 남원·진안·임실·순창·무주·구례·곡성 등지의 농악은 좌도농악 일명 좌도(左道)굿이라 했고, 평야지대인 군산·옥구·이리·익산·김제·정읍·부안·영광·나주 등의 농악을 우도농악 일명 우도굿이라 하였다.

좌도농악대원은 전립(戰笠)을 쓰고 복식이 간단하지만, 우도농악대원은 고깔 즉 화관을 쓰고 복식이 화려하다. 좌도 가락은 빠르고 개인기에 치중하지만, 우도 가락을 느린 가락이 많고 개인기보다 단체연기에 치중하고 있다. 좌도굿은 부들부들한 부들삭모이지만 우도굿은 빳빳한 뻣삭모이다. 그러나 근래 교통수단의 발달로 서로의 차이점이 없어져 우도농악의 고깔 대신에 전립을 쓰기도 한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2.512~15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456~58쪽
  • 『民俗藝術事典』,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9년, 88쪽
  • 『文藝總鑑』,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6년, 311~16쪽

참조어

매구, 메구친다, 민속음악(民俗音樂), 민요(民謠) , 무악(巫樂) , 범패(梵唄) , 판소리 , 산조(散調) , 시나위 , 민간음악(民間音樂) , 풍물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