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안꿀샘

꽃안꿀샘

[ floral nectary ]

안에 발달하는 분비조직에서 당류를 다량 함유한 꿀물(당액)을 생산하는 곳을 말한다.1)2) 동물을 꽃가루받이 매개자로 이용하는 대부분의 꽃 안에는 특별한 분비조직이 있어 자신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동물에게 그 대가로 꽃꿀을 제공한다. 꽃안꿀샘(화밀선)에 대비되는 용어는 꽃밖꿀샘(화외밀선, extrafloral nectary)이다.

꽃안꿀샘; 유체의 꽃안꿀샘은 돌출된 모양이나 아까시나무의 꽃안꿀샘은 꽃턱 위쪽에 메몰되어 넓게 분포함 (출처:김형섭)

목차

꿀샘의 꿀물

속씨식물에서 당액을 분비하는 꿀샘은 공기 중에 노출된 식물체 곳곳에 발달하며, 크게 꽃안꿀샘과 꽃밖꿀샘으로 구별한다. 꽃안꿀샘은 꽃가루받이를 하는 동물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지만, 꽃밖꿀샘은 주로 개미를 유인하여 해충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한 것으로 해석된다.3)

꿀샘은 형태적으로 다양하고, 진화계열에 따라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하거나 소실된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진화계통군인 속씨식물에서는 꽃안꿀샘은 드물며 뚜렷한 형태로 발달하지 않는데, 외떡잎식물의 경우 꽃받침꿀샘(외꽃덮이꿀샘)이 보편적이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백합목(Liliales) 및 난초과(Orchidaceae) 식물의 꽃에는 대부분 꿀샘이 없다. 진정쌍자엽식물의 초기 진화군은 대부분 꽃잎꿀샘이지만 핵심쌍자엽식물의 경우 암술수술 발달 영역에 원반형 꿀샘이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꿀샘은 독립적으로 발달하거나 쉽게 퇴화하기도 하며, 형태가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분비조직으로 특별한 형태를 갖추지 않아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욱목(Malvales) 식물의 경우 털 모양 꿀샘이 발달하기도 한다.3)4)

꿀물은 대부분 당액이지만, 아미노산, 휘발성 오일물질, 단백질, 기타 2차대사산물이 들어있다. 휘발성 물질인 벤질 아세톤(benzyl acetone)의 경우 당액, 아미노산과 더불어 수분매개자 곤충류를 유인하는 물질인데 반해, 단백질, 2차대사산물인 카탈폴(catalpol), 젤세민(gelsemine) 등은 주로 꿀물 약탈동물이나 꿀샘에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방지하는 항생제 역할로 꿀샘을 보호한다.5)

당액 역시 수분매개자의 종류에 따라 구성비가 다른데, 예를 들어 주둥이가 긴 나방류나 벌새류를 유인하는 꿀샘에는 설탕이 많은데 비해 벌처럼 주둥이가 짧은 수분매개자를 유인하는 꿀샘에는 주로 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가 많다. 일부 개미 및 벌새류는 2당류인 설탕을 소화할 수 없어서 단당류 당액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처럼 꽃안꿀샘의 당액 및 아미노산의 성분이 서로 달라 꽃가루받이 동물의 선택적 방문을 유도하게 된다.5)

꿀물 분비와 관련된 생리, 유전학적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꿀물 분비를 조절하는 식물호르몬자스몬산(jasmonic acids)으로 밝혀졌으며,6) 꿀샘 발달에 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유전자들이 보고되고 있고,7) 또한 꿀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스위트9(SWEET9) 유전자가 밝혀진 바 있다.8)

조팝나무의 꽃에는 수술과 암술 사이, 수술대 아래에 여러개가 발달하며, 꿀냄새가 많이 나는 꽃이다. 왼쪽은 꽃의 위쪽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은 꽃을 종단하여 찍은 모습임 (출처:김형섭)

꽃과 동물의 공진화

많은 속씨식물은 동물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며, 그 대가로 식물은 동물에게 꿀물과 꽃가루를 제공한다.1) 이런 꽃가루받이를 하는 식물의 을 충매화, 조매화라 한다. 벌, 나방, 벌새 등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대신 꽃꿀꽃가루를 얻는 데 반해, 파리류는 악취를 분비하는 꽃의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꿀물을 분비하는 조직은 종류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 표피세포가 볼록하게 돌출된 젖꼭지 모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표피 아래 세포들이 포함된 분비세포들이 밋밋하여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 꽃꿀 분비조직 세포는 보통 세포벽이 얇고 안쪽으로 구불구불 내식하는 벽내생장(wall-ingrowths)을 하여 원형질막의 표면적을 넓히며, 액포가 크고 여기에 당액이 모이면 작은 액포들로 나누어지고, 각피가 탈락하면서 당액을 분비한다.1) 하나의 꽃에서 얻을 수 있는 꿀물의 양이 소량이기 때문에 먹이활동을 하는 곤충들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꽃을 방문하여 결국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꿀물 분비조직은 주로 꽃잎, 수술 등의 아래쪽에 발달하지만, 제비꽃, 물봉선화, 매발톱, 풍란 꽃처럼 꽃잎의 뒤쪽에 길고 좁은 꽃뿔(corolla spur)이란 특별한 ‘꿀주머니’를 만들어 나비류나 박각시나방처럼 주둥이가 긴 곤충류를 유인하기도 한다.1) 또한 통꽃의 일부는 판통이 가늘고 길게 발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꽃 역시 주둥이가 긴 박각시나방 등의 곤충류 혹은 벌새류에 의한 꽃가루받이형 꽃 모양으로 적응하였다.1) 꽃의 형태와 꽃가루받이를 돕는 동물 간은 이처럼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상당 부분 각자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적응하였는데, 이처럼 꽃과 수분매개동물 간의 도움을 통한 진화를 공진화(coevolution)라고 한다.2)

꽃가루받이’의 비용과 꿀물

많은 속씨식물꽃가루받이를 위해 꽃꿀꽃가루를 그 대가로 제공한다. 이는 자가수정(autogamy) 대신 타가수정(allogamy)을 통해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건강한 자손(씨)을 만들려는 식물의 적응과정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비용으로 꽃은 상당량의 에너지를 꿀물 및 꽃가루 생산에 쓴다. 연구에 따르면 박주가리(Asclepias syriaca)의 경우 꽃피는 시기에 전체 광합성량의 4-37% 정도를 꿀물 생산 비용으로 사용하며, 자주개자리(Medicago sativa)의 꽃 안에 생산된 꿀물량은 전체 지상부 엽체에 들어있는 에너지의 20% 내외로 분석된 바 있다.9) 이처럼 많은 에너지를 꽃가루받이를 하는 비용으로 지불하며 타가수정을 하는 방향으로 많은 식물들은 진화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꽃안꿀샘에서 분비하는 당액에는 당분뿐만 아니라 여러 아미노산 들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곤충류에게 완전식품에 가깝지만 생산 비용이 높다. 이에 비해 꽃밖꿀샘은 주로 당분으로 단백질 성분은 거의 없어 꽃밖꿀샘을 이용하는 개미는 식물을 괴롭히는 동물류를 잡아 먹어 단백질을 보충하여야 한다.

관련용어

, 꽃밖꿀샘, 상호진화

참고문헌

1. 이규배 (2016) 식물형태학(3판), 라이프사이언스, 410
2. 김영동, 신현철 역 (2011) 식물계통학. 월드사이언스, 607
3. Bernardello G (2007) A systematic survey of floral nectaries. In: Nectaries and nectar. Springer, Dordrecht, Netherlands, 19–128
4. Enderis PK (2011) Evolutionary diversification of the flowers in Angiosperms. Am. J. Bot, 98: 370-396
5. Hail, M (2011) Nectar: Generation, regulation and ecological functions. Trends Plant Sci, 16: 191-200
6. Hail, M (2011) Nectar: Generation, regulation and ecological functions. Trends Plant Sci, 16: 191-200
7. Roy R, Schmitt AJ, Thomas JB 등 (2017)  Review: Nectar Biology: From molecules to ecosystems. Plant Sci, 262: 148-164
8. Lin IW, Sosso D, Chen LQ 등 (2014) Nectar secretion requires sucrose phosphate synthases and the sugar transporter SWEET9. Nature, 508: 546-549
9. Southwick EE (1984) Photosynthate allocation to floral nectar: a neglected energy investment. Ecology, 65: 1775-1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