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매개자

수분매개자

[ pollinator ]

수분매개자란 꽃가루를 수컷 생식기관(수술)로부터 같은 꽃 또는 다른 꽃의 암컷 생식기관의 암술머리로 옮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일컫는다. 보다 좁은 의미로는 꽃가루받이를 매개함으로써 수정에 이르게 하여 씨앗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동물을 말한다. 수분 매개 동물은 대개 곤충이지만, 조류나 소형 포유류가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알려져 있다. 꽃가루가 이동하여 같은 종 식물 꽃의 암술머리로 도달하는 일을 수분 또는 꽃가루받이라고 하며, 이 과정은 식물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식세포가 수정하고 세포 분열을 거쳐 씨앗과 열매를 거쳐 식물체로 자라나는 모든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식물은 바람이나 물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멀리 있는 다른 꽃의 암술까지 전하는가 하면, 어떤 식물은 같은 꽃 속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암술에 꽃가루가 전달되어도 수정이 일어나는 등 식물은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수분 방법을 가진다. 이 중 동물이 꽃가루받이를 매개하는 경우는 바람이나 물을 통한 수분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꿀벌, 나비, 나방, 파리, 새 등과 박쥐를 비롯한 작은 동물들이 대표적인 수분매개자로 알려져 있다.1)

수분매개동물의 예 (A) 곤충: 벌 (B) 곤충: 나비 (C) 포유류: 박쥐 (D) 조류: 벌새 (출처:GettyimagesKorea)

목차

수분매개동물이 꽃가루를 옮기는 원리

대부분의 곤충과 박쥐와 같은 수분매개동물이 꽃을 찾는 이유는 꽃 속의 꿀 등 음식물의 획득 이외에도 보금자리를 찾거나 둥지를 찾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교미를 위한 경우도 있다. 꿀벌류와 같이 꽃가루 수집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러 다양한 목적으로 꽃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꽃가루를 묻히고 다른 꽃으로 옮긴다.2)

수분매개자의 중요성

밀과 같이 바람에 의하여 수분이 일어나는 극히 드문 몇 가지 작물을 제외하면,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작물이 씨앗을 맺으려면 수분매개자가 필요하다. 만일 수분매개자가 없다면 인간은 작물의 씨앗이나 열매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필요한 영양분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3)

생태계와 수분매개자

자연 생태계에 있는 대부분의 식물이 수분매개자의 도움으로 수분을 이루고 씨앗을 맺는다. 식물이 1차 생산자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먹이피라미드를 고려한다면, 안정된 생식을 통한 식물의 생체량 유지는 가장 근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식물은 먹이로서 뿐만 아니라 작은 동물들의 서식처 또는 피난처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건강하고 다양한 수분매개자들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수분매개자는 건강한 생태계의 근본이 되는 식물 군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4) 그러나 지나친 농약의 사용 등으로 인하여 근래에 수분매개자의 개체군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요 농약 중 수분매개자의 개체군 감소에 주원인이 되는 특정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국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 농업에서 수분매개자의 역할

곤충의 종수가 많은 것은 꽃피는 식물과의 공동진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농업에 수분매개자를 활용하되 이미 잘 구축된 식물과 곤충의 관계를 이용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대 농업에서는 생산량의 증대가 강조되므로 온실과 같이 폐쇄된 장소에서 계절과 무관하게 수분을 할 필요가 있거나 대규모 단일재배로 자연 수분매개자의 수가 매우 부족하게 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수분매개자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추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농업생물부 곤충산업과에서는 작물의 수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분매개자를 선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시설재배 참다래에 대한 꿀벌과 서양뒤영벌의 수분매개 효과를 분석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양뒤영벌을 수분매개자로 사용한 경우 열매가 열리는 비율이 81.5%였으나 꿀벌을 사용한 경우 35.5%로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서양뒤영벌의 경우에는 수확물, 즉 열매의 상품성도 매우 높게 나타나 과수 및 시설과채류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선호하는 수분매개곤충으로 이용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외에 양파의 육종용, 채종용에 사용해 오던 연두금파리 등의 파리류보다 서양뒤영벌과 꿀벌이 수분매개효과에서 2~3배, 종자특성 1.5배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파리류를 대체할 수 있는 수분매개곤충으로 선발 보급하고 있다.5)

효율적인 농업을 위한 수분매개자의 조건

일본 학자인 키타무라가 제시한 과수 수분매개자로서 중요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6)

1) 대상작물의 개화시기와 수분활동기간이 일치해야 할 것.

2) 대상작물의 꽃에 잘 모일 것.

3) 활동량이 많고 꽃가루받이 능력이 우수할 것.

4) 사육되기 쉽고 개체수를 대량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

5) 과수원 안에서만 집중적으로 수분활동을 할 수 있는 것.

6) 생육기간 중 농약 살포의 영향을 가급적 적게 받을 것 

참고문헌

1. Attenborough D (1995) The private Life of Plants. BBC Books, pp124~129
2. Ollerton J, Winfree R, Tarrant S(2011) How many flowering plants are pollinated by animals? Oikos, 120: 321-326
3. Klein AM, Vaissière BE, Cane JH 등 (2006) The importance of pollinators in changing landscapes for world crop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74: 303-313
4. Vaudo AD, Tooker JF, Grozinger CM 등 (2015) Bee nutrition and floral resource restoration. Current Opinion in Insect Science, 10: 133-141
5.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누리집
6. 국립농업과학원 부서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