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량동 고인돌

여수 적량동 고인돌 출토 비파형동검

전라남도 여수시 적량동 상적마을에 위치한다. 호남정유공장 확장으로 인하여 1989년 전남대학교박물관이 발굴조사하였다. 광양만 남단의 한 계곡 끝부분으로 산기슭과 평지가 만나는 대지상에 고인돌〔支石墓〕 14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 고인돌 중 4기에서만 무덤방〔墓室〕이 확인되었으나 7호만 완전하고 나머지는 파괴된 상태였다.

덮개돌〔上石〕들은 대개 동서 2열을 이루고 있었다. 고인돌 주위에서 새로이 21기의 무덤방이 발견되어 모두 25기가 확인 조사되었는데, 판돌〔板石〕로 짜맞춘 돌널형〔石棺形〕이 3기, 깬돌〔割石〕을 쌓거나 세운 돌덧널형〔石槨形〕이 22기였다.

무덤방은 적석(積石)으로 서로 잇대어져 있는 것과 단독으로 있는 것이 있는데, 적석의 상태에서 보면 6개 구역으로 구분이 가능하고 그 변화과정을 추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준다. 모두 한 점씩의 동검(銅劍)이 껴묻기〔副葬〕된 무덤방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유물은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 7점, 비파형청동투겁창〔琵琶形銅矛〕 1점, 간돌검〔磨製石劍〕 1점, 대롱옥〔管玉〕 5점, 홈자귀〔有溝石斧〕 1점, 턱자귀〔有段石斧〕 1점, 돌끌〔石鑿〕 2점, 가락바퀴〔紡錘車〕 1점, 옥숫돌〔玉磨砥石〕 1점 이외에 민무늬토기〔無文土器〕편과 붉은간토기〔丹塗磨硏土器〕편이 있었다. 민무늬토기 중에는 사질 바탕흙〔胎土〕에 음각선을 새긴 것, 구멍무늬토기〔孔列土器〕편, 팽이모양토기〔角形土器〕편 등이 있다.

적량동 고인돌에서 특이한 점은 비파형동검의 출토이다. 7호는 330×250×160㎝의 괴석형(塊石形) 덮개돌 아래에 6매의 대형 고임돌〔支石〕이 고여 있는 기반식(碁盤式)인데, 무덤방은 크기 145×45×60㎝의 돌덧널형이다. 동검은 무덤방의 서쪽에 치우친 북벽석 아래 바닥에서 완형으로 발견되었는데, 동검 밑에서 목질흔적(木質痕)이 있어 목제칼집〔木製劍瑟〕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검 길이 33.6㎝이다. 2호 돌덧널은 170×50×20㎝ 크기로 바닥에서 비파형동검, 청동투겁창, 소형 대롱옥 5점이 발견되었는데, 청동기는 바닥 중앙부와 그 남벽에서 출토되었다. 비파형동검은 3등분되어 있지만 원래 완형으로 추정되고 청동투겁창은 검몸〔劍身〕 상단이 유실된 것인데, 동검의 길이는 35.0㎝로 추정되며, 청동투겁창은 길이는 28.0㎝이다.

4호 돌덧널은 160×45∼50×28㎝ 크기로 바닥 중앙부에서 남쪽으로 치우쳐 길이 24.0㎝의 동검편이 발견되었다. 공반유물은 민무늬토기 저부편이 있다. 9호 돌덧널은 145×(잔)30∼40×24㎝ 크기로, 중앙부 동벽 아래에서 비파형동검 검끝〔鋒部〕편이 발견되었으며, 무덤방 밖에서 민무늬토기와 붉은간토기편이 수습되었다. 동검 길이는 10.0㎝이다. 13호 돌덧널은 크기 175×45∼50×25㎝인 무덤방 중앙부에서 서쪽으로 치우친 남벽 아래에서 동검이 발견되었는데, 길이는 18.0㎝이다. 21호 돌덧널은 크기 210×42×43㎝이고 무덤방 중앙에서 서쪽으로 치우친 남벽 아래에서 동검이 출토되었고 길이는 25.8㎝이다. 200×120㎝의 범위에 자연석 10매가 돌려진 22호 무덤방은 소위 돌두름형〔圍石形〕인데, 내부 정리시 교란층에서 길이 7.8㎝의 동검이 수습되었다.

이러한 유물 중 7호 고인돌 무덤방 바닥에서는 지금까지 여타 고인돌에서 편이나 절단된 즉 이차전용품(二次轉用品)이 출토되는 것과는 달리 완형의 비파형동검 1점이 발견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2호 돌덧널에서는 파편이지만 완형으로 추정되는 비파형동검과 검끝부분이 절단된 비파형동투겁창 그리고 소형 대롱옥 5점이 일괄로 출토되었는데 특히 비파형동투겁창이 확실한 유구에서 확인된 것은 초기 청동유물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라 하겠다. 또한 적량동 고인돌에서처럼 청동유물 8점이 한 지역에서 출토된 예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없어 오히려 리야오닝(遼寧)지방의 초기청동유물 출토유적과 비견되는 유적이라 하겠다. 고인돌의 껴묻거리〔副葬品〕로 동검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청동기문화 뿐만 아니라 고인돌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