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쏘토노포니움

오쏘토노포니움

[ Orthotonophonium ]

요약 오쏘토노포니움은 등분 평균율로 조율하는 악기로 한 옥타브를 53개 혹은 72개로 나누었을 때 생기는 모든 음고를 낼 수 있는 악기이다. 악기의 외형은 풍금과 흡사하며 복잡한 구조의 건반이 달려있다. 연주자는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발로 페달을 밟아서 연주한다. 오쏘토노포니움은 실제 연주에 사용되었던 악기가 아닌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험적인 악기였다.
오쏘토노포니움 (라이프치히 그라시 박물관(Grassi Museum) 소장)

오쏘토노포니움 (라이프치히 그라시 박물관(Grassi Museum) 소장)

분류 서양악기 > 건반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최초 제작연도 1914년
주요 제작자 요아킴 폰 외팅엔 (Arthur Joachim von Oettingen, 1836~1920)
관련 악기 (오르간)

1. 오쏘토노포니움

오쏘토노포니움(Orthotonophonium)은 한 옥타브를 53개 혹은 72개로 나누었을 때 생기는 모든 음고를 낼 수 있도록 고안한 악기로 독일의 음악이론가이자 물리학자였던 아르투르 요아킴 폰 외팅엔(Arthur Joachim von Oettingen, 1836~1920)이 개발한 악기이다.

오쏘토노포니움이라는 악기의 이름은 '올바른' 혹은 '정확한'이라는 뜻의 오쏘스(ορθός)와 '음색'이라는 뜻의 토노스(τόνος), '소리'라는 뜻의 포니(φωνή)라는 그리스 단어에서 유래했다. 대부분의 건반악기는 , 즉 을 가감해서 연주에 용이하도록 고안된 조율법을 사용하는 반면에, 오쏘토노포니움은 등분 평균율(equal temperament)을 사용해서 조율한다.

등분 평균율은 한 옥타브의 음정을 수학적으로 균등하게 나누어서 해당되는 값(cent)으로 음고를 조율하는 방법이며, 외팅엔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음고를 낼 수 있는 악기의 특징을 강조하고자 '정확한'이라는 뜻의 오쏘스를 악기 이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2. 등분 평균율과 건반악기

등분 평균율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음악이론가이자 작곡가였던 지오세포 차를리노(Gioseffo Zarlino, 1517~1590)와 니콜라 비센티노(Nicola Vicentino, 1511~1575)는 오쏘토노포니움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건반악기들을 고안했다. 차를리노는 한 옥타브를 19개로 나누어서 각각의 음고를 연주할 수 있는 건반이 달린 악기를 구상했으며, 비센티노는 한 옥타브를 36개로 나누어서 각각의 음고를 연주할 수 있는 건반이 달린 아치쳄발로(Archicembalo)라는 악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아치쳄발로의 건반 도식과 센트값을 표현한 그림

아치쳄발로의 건반 도식과 센트값을 표현한 그림

등분 평균율은 순정률과 마찬가지로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조율법이지만 실제 연주에서 조옮김이 불가능했고 두 개 이상의 성부가 함께 연주할 경우 각 성부 간의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서양음악에서 반음계와 전조가 더욱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수학적인 완벽함보다는 청각적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평균율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평균율의 선구적인 작품으로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BWV 846~894)이 있다. 18세기부터는 평균율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무렵에는 전 유럽에 걸쳐서 널리 사용되었다.

자연과학과 기술이 급성장했던 19세기에는 피타고라스의 이론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되었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순정률이나 등분 평균율과 같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가 발명되었다. 미국의 공학자였던 핸리 와드 풀(Henry Ward Poole)은 1850년경 엔하모닉 오르간(Enharmonic organ)이라는 악기를 만들었는데 이 악기는 순정률 음정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된 건반악기였다.

오르간 제작자인 조셉 앨리(Joseph Alley)와 헨리 와드 풀이 공동제작한 엔하모닉 오르간

오르간 제작자인 조셉 앨리(Joseph Alley)와 헨리 와드 풀이 공동제작한 엔하모닉 오르간

영국인 토마스 페로네트 톰슨(Thomas Perronet Thompson (1783~1869))은 1863년에 등분 평균율을 사용해서 오르간을 제작했다. 이 오르간은 한 옥타브당 65개의 건반이 있었고 이 건반들을 사용해서 21개의 장음정과 단음정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였다. 영국의 음악이론가 로버트 홀포드 맥도웰 보잔켓(Robert Holford Macdowall Bosanquet, 1841~1912) 또한 1873년에 엔하모닉 하모늄(Enharmonic harmonium)이라는 악기를 제작했다. 엔하모닉 하모늄은 등분 평균율을 사용해서 네 옥타브 반의 음역을 53개로 동일하게 나눈 음고를 내는 악기였는데 한 옥타브당 84개의 건반이 있었다.

보잔켓이 제작한 엔하모닉 하모늄

보잔켓이 제작한 엔하모닉 하모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양음악에서도 이 시작되었고 조성감이나 협화음, 듣기 좋은 음색과 같은 전통적인 원칙에서 벗어난 음렬주의나 무조성과 같이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가 발생했다. 등분 평균율 건반악기는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사조에도 부합하는 악기였기 때문에 20세기 초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오쏘토노포니움이 발명된 이후에도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아드리안 폭커(Adriaan Fokker, 1887~1972)가 한 옥타브를 31개로 나눈 31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31톤 이퀄 템퍼드 오르간(31-tone equal-tempered organ)이라는 악기를 제작했는데 이 악기는 1951년에 네덜란드 하를럼시(Haarlem)의 테일러스 박물관(Teyler's Museum)에 설치되었다.

3. 오쏘토노포니움의 발명

오쏘토노포니움은 1914년에 외팅엔의 고안을 바탕으로 독일의 건반악기 제작사인 쉬트마이어사(J&P Schiedmayer)에서 제작한 악기이다. 외팅엔은 도르파트(Dorpat, 현재의 에스토니아 타르투) 대학에서 천문학과 물리학을 공부했고 베를린과 파리에서 유학한 후 1893년에 라이프치히대학의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밀리옥타브(millioctave), 즉 한 옥타브를 1000등분 한 음률의 수학적 표현법을 창안했으며 후고 리만(Hugo Riemann, 1849~1919)이 주장한 이원론적 화성론(harmonic dualism)을 지지하는 등 음악이론가로서도 활동했다. 외팅엔이 개발한 오쏘토노포니움은 한 옥타브를 53등분 한 53등분 평균율과 한 옥타브를 72등분 한 72등분 평균율을 사용해서 설계되었다.

4. 오쏘토노포니움의 구조

오쏘토노포니움의 기본적인 구조는 리드 오르간(reed organ)과 비슷하다. 리드 오르간은 파이프(pipe)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 내부에 리드를 사용해서 제작한 소형 오르간으로 풍금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오르간처럼 발건반이 달려있지 않고 페달이 달려있는데 페달을 밟아서 바람을 불어넣으면 악기 내부에 장착된 리드를 통해 소리가 난다.

오쏘토노포니움의 구조

오쏘토노포니움의 구조

오쏘토노포니움의 건반은 여러 단의 건반이 하나로 얽힌 듯한 복잡한 형태로 되어 있다. 전통적인 건반악기에서는 C(도)음을 낼 수 있는 건반이 하나인데 반해 오쏘토노포니움은 조금씩 높고 낮은 C 음을 낼 수 있는 건반들이 한 줄로 붙어 있다. 아래의 그림은 72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오쏘토노포니움 건반의 도식이다.

오쏘토노포니움 건반의 도식

오쏘토노포니움 건반의 도식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건반의 각 열마다 여섯 개의 건반이 달려있다. 음이름 뒤에 붙은 + 와 – 기호는 기준음보다 높거나 낮은 음고를 의미하는데 기호의 개수가 많을수록 높거나 낮은 음고을 의미한다.

첫 번째 열은 모두 C음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한 열에 있는 여섯 개 건반의 음고가 각각 약 16.667센트씩 차이가 난다. 즉, 기준이 되는 C 음(센트값 1000)보다 조금씩 낮은 음(C-, C--)과 높은 음(C+, C++,C+++)들이 위아래로 배치되는 것이다. 같은 열에서도 위쪽의 건반, 즉 연주자의 몸에서 먼 건반일수록 낮은 소리가 난다.

예를 들면, 연주자의 몸에서 가까운 건반부터 C+++, C++, C+, C, C-, C-- 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고 각 음고의 센트값은 1050, 1033.333, 1016.667, 1000, 983.333, 966.667가 된다. 건반의 행은 일반적인 건반악기와 동일하게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은 음이 배열된다. 72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악기와 53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악기는 건반의 개수와 배열은 다르지만 건반의 배치 원리는 모두 동일하다.

53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오쏘토노포니움의 건반

53등분 평균율을 사용하는 오쏘토노포니움의 건반

5. 오쏘토노포니움의 연주

연주자는 악기 앞에 앉아서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발로 페달을 밟아서 악기를 연주한다. 오쏘토노포니움은 연주를 위해서 만들어진 악기가 아닌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험적인 악기였기 때문에 실제 연주에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참고문헌

  • Libin, Laurence. "Orthotonophonium." (Grove Dictionary of Musical Instruments).
  • Musikinstrumenten-Museum Berlin."Das Orthotonophonium." (2020.04.11.)
  • Walker, Robert. "Early developments of keyboards with more than 12 notes per octave." .
  • "Adriaan Fokker." .
  • "Bosanquet's Enharmonic Harmonium." .
  • "Enharmonic keyboard."
  • "Equal temperament."
  • "Henry Ward Poole."
  • "Orthotonophonium."

연관목차

309/1344
오쏘토노포니움 지금 읽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