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역 쇼파르의 연주법과 제작

요약 유대인들은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기 위해, 그리고 종교적 의식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쇼파르(Shofar)를 불었다. 현재 쇼파르를 부는 기본적인 방식은 네 가지가 있고, 이 네 가지 방식을 상황과 절기에 맞게 조합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쇼파르는 이스라엘에서 제작되며, 전 세계 각지의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도 각자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1. 쇼파르의 연주법

쇼파르를 부는 사람

쇼파르(Shofar)의 음높이는 악기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쇼파르에는 지공(Finger holes)이 없으므로 여러 가지 음높이를 내기 위해서는 마우스피스(Mouthpiece)에 댄 입술의 모양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쇼파르를 부는 방식은 유대교 회당의 전통과 기도 내용에 따라 다양하다. 오늘날 유대교 전통에서 쇼파르를 부는 방식은 테키아(Teqi’ah), 셰바림(Shebarim), 테루아(Teru’ah), 테키아 게돌라(Teqi’ah gedolah) 등 네 가지가 있고, 이 네 가지 방식을 절기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하여 분다.

쇼파르를 부는 사람

테키아(Teqi’ah)는 길게 한 번 소리 내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쇼파르 연주자들은 길게 분 다음, 높은 음으로 미그러지듯 슬라이딩(Sliding)하여 부가음을 소리 낸 후 멈춘다.
셰바림(Shebarim)은 짧고 날카롭게 세 번 부는 방식이다. 괴로워하며 울부짖는 듯한, 애도하는 사운드로 묘사된다.
테루아(Teru’ah)는 셰바림보다 더 짧게 부는 방식으로, 번민과 슬픔을 나타낸다.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스타카토(Staccato)처럼 짧게 끊어서 불고, 중동 지역의 유대인들은 긴 트레몰로(Tremolo)처럼 음을 흔들면서 분다.
테키아 게돌라(Teqi’ah gedolah)는 매우 길게, 원칙적으로 테키아보다 세 배 더 길게 분다.

쇼파르의 네 가지 연주 방식

2. 쇼파르의 제작

쇼파르의 제작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은 주로 『』에 기록되어 있으며, 여기에 곧게 뻗은 모양과 곡선으로 굽은 모양, 두 가지 종류의 쇼파르가 언급되어 있다.

북아메리카 북서부 산악 지방 돌시프(Dall sheep)의 뿔

아프리카 나미비아, 쿠두의 뿔

쇼파르는 태어난 지 최소 1년이 지난 숫양이나 염소의 뿔로 제작한다. 쇼파르 중 특별히 길이가 길고 구불구불한 쇼파르는 쿠두(greater kudu)의 뿔로 만든다. 이 외에도, 유대인의 율법에서 먹어도 되는 동물, 즉 굽이 갈라졌고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의 뿔로는 쇼파르를 만들 수 있으나, 황소, 암소, 버팔로 등 소의 뿔은 사용할 수 없다.

숫양의 뿔로 만든 쇼파르

쇼파르의 소재가 되는 뿔은 세계 여러 지역, 특히 모로코, 알제리, 서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이스라엘로 가지고 온다. 원형 그대로 이스라엘로 수입되는데, 뿔의 겉면은 거칠고 그 안에는 뼈가 있다. 뿔에 금이 가 있거나 부서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이 가운데 악기로 만들 수 있는 경우는 30퍼센트 정도이다.

예루살렘의 쇼파르 시장

쇼파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뿔 속에 있는 뼈를 제거해야 한다. 뿔을 손상시키지 않고 뼈만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뼈를 분리해 낸 후 뿔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나 있으면 악기로 만들 수 없다. 또한 뿔은 유기체이므로 그 속에 존재하는 벌레, 곤충, 균 등을 없애기 위해 소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구부러져 있는 뿔을 곧게 펴고, 마우스피스를 장착한다. 마지막으로, 악기 표면이 부드러워지고 빛이 날 때까지 광택 작업을 한다.

유대인의 문물 에트로그(유대인들이 에 사용하는 열매) 박스, 쇼파르, 토라(유대인들의 율법서로 주로 구약성경의 모세오경을 가리킴) 포인터, 유대교 성경, 나틀라(율법에 규정된 의식적인 씻는 행위에서 사용하는 컵)

3. 여러 지역의 쇼파르

오늘날에는 쇼파르 중 약 80퍼센트가 이스라엘에서 제작되는데, 이것이 가장 흔하고 친숙한 형태의 쇼파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모양과 음색을 지닌 쇼파르를 향유하면서 각기 독특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1) 에스파냐와 북아프리카 유대인 커뮤니티의 쇼파르

과거 에스파냐에서는 유대인들이 쇼파르를 가지고 다니거나 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에스파냐의 유대인들은 몸에 숨기기 쉽도록 납작하고 곧은, 음역이 낮은 쇼파르를 사용했다. 이들은 쇼파르의 사운드가 승리와 성공을 알리며, 또한 기도가 받아들여진 것을 상징한다고 믿는다. 오늘날 북아프리카에 있는 유대인들 역시, 에스파냐의 유대인들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쇼파르를 사용한다. 이 쇼파르는 불었을 때 울림이 좋다.

2) 유럽으로 퍼진 에스파냐 커뮤니티의 쇼파르

에스파냐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은 중부와 동부 유럽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새롭게 정착한 지역에서 쇼파르를 제작하기에 적절한 뿔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양 뿔을 이용하여 쇼파르를 제작했는데, 입을 대고 부는 마우스피스부터 벨(Bell: 마우스피스 반대편의 넓어지는 부분)까지 길게 구멍을 뚫어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든 쇼파르는 음역이 매우 높고, 가느다란 울음소리 같은 음색이 난다. 이 쇼파르는 구부러진 형태인데, 이들은 이 곡선이 훗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한다고 믿는다.

두 지역의 쇼파르 위의 쇼파르는 아슈케나지(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유럽과 동유럽에 퍼져 살았던 유대인들)의 쇼파르이고, 아래의 쇼파르는 예멘 유대인의 쇼파르이다.

3)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유대인 커뮤니티의 쇼파르

이들은 염소 뿔로 만든 쇼파르를 사용한다. 염소의 뿔이 양의 뒤틀린 뿔보다 다루기 쉬웠기 때문에 더 선호했다.

4) 폴란드 유대인 커뮤니티의 쇼파르

폴란드의 유대인들은 곧은 모양의 쇼파르를 선호했다. 이 쇼파르는 막힌 듯한 음색을 내는데, 그것은 폴란드에 거주했던 유대인들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옛날 폴란드인들은 전쟁에 나갈 때 나팔을 부는 전통이 있었다. 따라서 유대인들이 (Rosh Hashana) 때 쇼파르를 불면, 폴란드인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걱정을 했고, 이는 그들을 극도로 화나게 했다. 이에 유대인들은 폴란드인들의 분노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쇼파르의 소리를 줄였다.

크라쿠프 유대교 회당의 쇼파르

5) 예멘과 이라크 유대인 커뮤니티의 쇼파르

과거 예멘과 바그다드의 유대인들은 양의 뿔로 만든 쇼파르와 쿠두의 뿔로 만든 긴 나선형의 쇼파르, 이렇게 두 가지 종류를 사용했다. 오늘날에는 길이가 길고, 나선형이며, 벨이 위쪽으로 향하는 쇼파르를 사용한다. 이 쇼파르는 깊은 음색, 저 멀리 사막 어딘가에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소리를 낸다.

쿠두의 뿔로 만든 예멘의 쇼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