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르

요약 쇼파르는 숫양이나 염소의 뿔로 만든 관악기로,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쇼파르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우선 유대교의 중요한 축일과 속죄일에 사용되었고, 자연 재해와 전쟁을 알렸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 각지의 유대인 회당과 예배당에서 연주되고 있다.

쇼파르

분류	관악기 > 금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이스라엘, 전 세계의 유대인 커뮤니티
주요 사용 명칭	שׁוֹפָר(히브리어), Shofar(영어), Schofar(독일어), Chofar(프랑스어)

1. 쇼파르

쇼파르(Shofar)는 숫양이나 염소, 쿠두(greater kudu) 등의 뿔로 만든 이스라엘의 관악기이다. 지공(Finger holes)은 없고 입술 모양을 조절하여 몇 가지 음높이를 낸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악기는 구약성경에서 그 어떤 악기보다 자주 언급되며,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해방되어 나온 이래 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기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 유대 왕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그 위상과 역할을 유지하며 보존된 유일한 유대 왕국의 악기이기도 하다.

쇼파르를 부는 유대인

쇼파르는 유대교의 중요한 축일과 속죄일에 사용되었고, 홍수, 기근,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와 전쟁을 알리는 신호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 각지의 유대인 회당과 예배당에서 연주되고 있다.

2. 쇼파르의 역사

1) 성경 속의 쇼파르

쇼파르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사용했던 악기이다. 다음은 구약성경 『민수기』 10장 9절이다.

여기서 ‘나팔’이 쇼파르를 의미한다. 쇼파르는 성경에서 모두 72번 언급되며, 주로 세 가지 맥락, 즉 초자연적인 계시의 순간, 또는 전쟁과 관련하여, 그리고 여호와를 경배할 때 등장한다.

먼저, 이스라엘 민족은 경외감과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초자연적인 순간에 쇼파르를 불었다. 대표적인 예로, 『출애굽기』 19장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시나이 산에서 하나님께 계시를 받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때 쇼파르가 울렸다.

시나이 산, 이스라엘 백성들

이 장면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도자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나와 시나이 광야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를 만나기 위해 진영에서 나와 산기슭에 서 있고, 시나이 산 위로 강림하는 여호와를 본다.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율법을 계시 받았다. 초월적이고도 두려운 이 순간에 쇼파르가 울리면서, 사람들의 상상력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호와가 모세에게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내리는 장면 《기념비적인 순간》, 장 웨이(Jean Weyh)의 그림(1886)

또한 쇼파르는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전쟁과 관련된 악기였다. 전쟁을 수행할 때와 승리했을 때, 전쟁이 임박했을 때와 끝났을 때에 쇼파르가 울렸다. 대표적인 예로 구약성경 『여호수아서』에 기록된 여리고 성 정복 장면을 들 수 있다. 다음은 『여호수아서』 6장에서 해당 장면이 묘사된 부분이다.

여리고 성을 도는 이스라엘 사람들 자크 티소(James Joseph Jacques Tissot, 1836~1902)의 작품

이 구절들에서 언급된 나팔 역시 쇼파르를 의미한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점령할 때 가장 먼저 탈환했던 곳이 여리고 성이다. 여호와의 지시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6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여리고 성을 행군하며 돌았다.

여리고 성의 함락 장면 장 푸케(Jean Fouquet, 1420~1480)의 작품

그리고 7일째 되는 날에는 성을 일곱 바퀴 돌며 제사장 일곱 명이 길게 나팔을 불고 크게 고함을 지르자 성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서의 전쟁은 칼과 창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쇼파르는 그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쇼파르를 부는 것만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다윗의 승리》 푸생의 그림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그림 《다윗의 승리》는 전쟁 승리를 알리는 또 다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왕위에 있었을 때,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블레셋 군대를 이끌었던 골리앗은 키가 매우 큰 장수로,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서는 그와 대적할 인물이 없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 때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전쟁터에 나와 있는 형들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러 왔던 다윗은 조약돌 다섯 개와 물매만 들고 나가 골리앗을 돌로 맞혀 죽였고,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게 된다. 푸생의 그림에서, 배경은 성전이고, 성전의 단 위에서 남자들과 여자들이 다윗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두 명의 남자가 쇼파르와 트럼펫을 불며 걸어가고 있고, 그 뒤로 다윗이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걸어간다. 뒤따르는 흰 말에는 사울 왕이 타고 있다.

여호와의 궤를 다윗 성으로 운반하는 장면 다윗 왕과 백성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마치에요프스키 성경의 그림(13세기)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에게 경배를 드릴 때에도 쇼파르를 불었다. 대표적인 예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호와의 궤를 운반해올 때 쇼파르를 불었다. 다윗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빼앗긴 여호와의 궤를 다윗 성으로 가지고 오는데, 그때 다윗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뻐 나팔을 불며 성으로 올라갔다고 『사무엘하서』 6장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호와와 언약을 맺을 때에도 쇼파르를 불었다. 『역대하서』 16장에서, 유대 왕국의 아사왕 때, 아사와 모든 유대 백성들은 조상들이 섬기던 여호와를 따르기로 여호와 앞에서 맹세하였는데, 이때 그들은 마음을 다하여 맹세하며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고, 피리와 쇼파르를 불었다. 그리고 쇼파르를 불어 안식일과 신년과 월삭(매달 1일)을 알렸고, 속죄일에는 쇼파르를 불어 금식의 끝을 선포했다.

2) 디아스포라의 쇼파르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쇼파르는 에 이르러 그 중요성을 많이 잃어버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세파르디(Sephardim: 이베리아 반도의 에스파냐 및 포르투갈계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사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아슈케나지(Ashkenazim: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유럽과 동유럽에 거주하는 유대인들)는 (month of Elul)과 (Rosh Hashana)와 (Yom Kippur)에만 쇼파르를 분다.

유대인의 신년제 연하장

여기서 엘룰 월이란 유대력 제6월이자 태양력 8~9월에 해당하며, 유대 총독 스룹바벨이 성전 재건을 시작한 때이다. 신년제 혹은 로쉬 하샤나는 유대력 1월(티쉬리) 1일에 해당하는 유대인의 절기로, 나팔(쇼파르)을 부는 전통이 있어 ‘나팔절’이라고도 한다. 이때는 예배 중 쇼파르를 여러 번 부는데, 이스라엘 민족을 불러 여호와께 회개하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속죄일 혹은 욤 키푸르는 유대인의 종교적 축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로, 이스라엘 온 백성이 여호와께 속죄를 드리는 날이다. 유대력 7월 10일이자 태양력으로는 9월 하순 혹은 10월 초순이다. 이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루 종일 예배와 묵상과 기도를 드리며, 마지막 예배 때 쇼파르를 한 번 부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죄를 여호와가 용서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년제,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쇼파르를 부는 유대인

기원후 70년 로마 장군 티투스에 의해 유대 왕국이 멸망하고 성전도 무너졌으나, 유대교 성전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장소이자 거룩한 기도의 장소가 바로 ‘통곡의 벽’이라 부르는 이다. 오랫동안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서쪽 성벽에서 쇼파르를 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6일 전쟁(1967년 6월 5~10일에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벌어진 3차 중동 전쟁) 이후 예루살렘이 완전히 이스라엘의 통제하에 들어왔을 때, 랍비 슬로모 고렌(Shlomo Goren, 1917~1994)은 벽에 다가가 쇼파르를 불었다. 현재 쇼파르는 유대교의 축일 이외에도 유대인들의 결혼식이나, 여러 공식적인 정부 행사에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