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르나이

수르나이

[ Surnay ]

요약 수르나이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동유럽, 북아프리카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민속 관악기이다. 오보에와 비슷한 구조의 겹리드 악기이며, 앞면에 7개의 지공과 뒷면에 엄지손가락용 지공이 있다. 몸통은 나무로 만들며, 길이는 30~45cm정도이다. 타악기인 다불과 함께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수르나이

수르나이

분류 관악기 > 목관악기 > 겹리드 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최초 제작지역 페르시아
최초 제작시기 7세기경
주요 사용 지역 시리아, 이라크, 터키, 파키스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불가리아, 알바니아, 그리스, 마케도니아, 유고슬라비아
주요 사용 명칭 Surnay(아랍어, 우즈베크어, 타지크어, 키르기스어), Zurna(터키어, 아랍어), Sorna(페르시아어), Surna(쿠웨이트어), Sahnai(쿠웨이트어), Zournas(그리스어), Zurla(마케도니아어), Surle(알바니아어), Surla(루마니아어)
관련 악기 (다불)

1. 수르나이

수르나이(Surnay)는 터키를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 지역과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남동부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관악기이다. 처럼 악기이며 밝은 음색의 높은 소리를 낸다. 몸통은 원기둥 모양이며 소리가 나가는 벨 부분은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원추 모양으로 되어있다. 보통 7개의 지공(Finger hole)이 있으며 뒷면에 엄지손가락으로 막는 지공이 있다. 소리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순환호흡법을 사용한다.

수르나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된 만큼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르나이(Surnay)로, 터키, 시리아, 이라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에서는 주르나(Zurna)로 불린다. 수르나이와 주르나가 가장 대표적인 명칭이며, 그 외 북부 그리스와 불가리아에서는 주르나스(Zournas),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소르나(Sorna), 마케도니아와 북유고슬라비아에서는 주를라(Zurla), 알바니아에서는 수를레(Surle), 루마니아에서는 수를라(Surla)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7세기경 이슬람 세력이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중동을 침공하면서부터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수르나이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세력의 확장과 더불어 수르나이는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고음을 내는 수르나이는 주로 베이스 드럼인 다불과 함께 연주하여 음향적으로 상호보완한다. 큰 음량을 낼 수 있는 수르나이와 다불의 합주는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권의 종교, 사회 문화적 관습과 연결되어 각종 의례나 행사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정부의 공식발표나 공지사항이 있을 때, 마을에서 사람들을 소집할 일이 있을 때 불러 모으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으며, 결혼식이나 각종 야외행사에서도 빠져서는 안될 악기로 자리잡았다.

수르나이의 주요 사용 지역

수르나이의 주요 사용 지역

2. 수르나이의 기원

수르나이는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그 어원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이 있다. 수르나이의 어원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학설은 페르시아어로 ‘잔치’, ‘연회’라는 뜻의 ‘수르’(sūr, 수르 페르시아어)와 ‘리드’(reed), ‘파이프’를 의미하는 ‘나이’(nāy, 나이 페르시아어)가 합쳐져서 수르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수르나이가 오래전부터 잔치의 여흥용으로 사용되었던 관악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수르나이는 ‘수르나’로도 불렀다. 쿠란과 아랍의 고전문학 작품에서도 관악기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수르나이’ 또는 ‘수르나’로 표기된 단어가 등장한다.

수르나이는 ‘주르나’로도 부르는데, 17세기 오스만 제국에서는 ‘s’가 ‘z’로 대치되는 경향이 있었던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수르나이와 같은 의미로 쓰였던 수르나(Surna)의 ‘s’가 ‘z’로 바뀌면서 ‘주르나’(Zurna)라는 명칭도 사용된 것이다. 이 외에도 수르나이가 ‘혼’(horn)을 의미하는 아랍어 ‘수르’(Ṣûr)와 ‘리드’를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나이’(nāy)가 결합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한편, 포르투갈에는 수르나이와 유사한 관악기인 샤라멜라(Charamela)가 있는데, 이것의 어원도 수르나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의 언어교본인 쿠마니쿠스 사본(Codex Cumanicus)의 기록에 의하면, 악기를 의미하는 고대 페르시아어 ‘수르나’(Surnã)가 터키 유목민인 쿠만(Cuman)족의 언어로 ‘수루나’(Suruna)에 해당한다. 이러한 명칭 수루나가 중세 이탈리아어에서는 ‘카라멜라’(Caramella)로 바뀌었고, 이것이 포르투갈어에서는 샤라멜라로 불렸다.

3. 수르나이의 역사

1) 수르나이 이전의 관악기

학자들은 7세기경, 메소포타미아와 아라비아, 북아프리카 지역이 이슬람의 영향권에 들어오게 되면서부터, 이슬람의 악기와 페르시아 지역에서 본래 사용하던 리드(Reed)의 결합으로 수르나이가 탄생한 것으로 본다. 수르나이가 생기기 전 이 지역에서 사용되던 비슷한 관악기로는 (Kaval), 카르나(Karna), 아울로스(Aulos) 등을 들 수 있다.

카발은 리드가 없는 관악기이다. 나무와 갈대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지공, 사운드홀 등이 수르나이와 유사한 형태라는 점에서 그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카르나도 원추형 벨이 있다는 점에서 수르나이와 관련이 있다.

카르나

카르나 기원전 6세기경, 이란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박물관 소장

음악학자 베커(Heinz Becker)는 기원전 400년경부터 수르나이보다 지공 수가 적은 아울로스라는 악기가 사용되었는데 여기에 지공이 더 첨가되어 음역이 넓어지면서 수르나이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형태의 악기는 티벳과 중국의 수오나(Suona)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래 사진은 고대 그리스 유적인 파에스툼(Paestum)에서 발굴된 아울로스이며, 사슴뼈로 만들어졌다.

수르나이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아울로스

수르나이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아울로스 사슴뼈로 제작, 무덤에서 발굴

2) 오스만 제국의 수르나이

이슬람 세력이 확장되며 13세기에는 이 성립되었다. 이에 따라 지배국의 악기인 수르나이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하여갔다. 오스만제국 하에 ‘세계최초의 군악대’라고 할 수 있는 메테르 군악대(Mehter band)가 창설되었는데, 수르나이는 다불과 함께 메테르 군악대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악기였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오스만제국의 세력이 맹위를 떨치며 널리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까지도 세력권에 넣게 되었는데, 이 때 지배국의 권력을 의미하는 메테르 군악대의 음악은 그 음악만으로도 피지배국의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 메테르 군악대로부터 ‘신군(新軍)의 음악’이라는 뜻의 음악(Janissary Music)이 탄생했다. 아래의 그림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메테르 군악대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터키의 메테르 군악대에서 연주되는 수르나이(원 안쪽의 빨간 옷을 입은 2명과 그 뒤쪽)와 다불(뒤쪽 중앙)

터키의 메테르 군악대에서 연주되는 수르나이(원 안쪽의 빨간 옷을 입은 2명과 그 뒤쪽)와 다불(뒤쪽 중앙)

오스만 제국의 궁정화가였던 압둘첼릴 레브니(Abdulcelil Levni, ?~1732)는 1720년 『축제의 책』(Surname-ı Vehbi)을 편찬했는데, 이는 왕실의 축제를 묘사한 세밀화집이다. 아래 그림은 메테르 군악대이며, 말을 타고 가며 연주하는 수르나이 연주자와 다불 연주자들을 볼 수 있다. 당시 메테르 군악대가 황실의 각종 행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메테르 군악대

메테르 군악대 『축제의 책』(1720)에 수록된 세밀화, 이스탄불 톱카프 궁 소장

『축제의 책』에 수록된 작품 중 수르나이를 묘사한 또 다른 그림을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축제에서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들을 그렸으며, 다불이 포함되지 않은 구성, 즉 현악기와 관악기, 다프와 수르나이로만 구성된 편성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들(왼쪽에서 두 번째 악기가 수르나이)

악기를 연주하는 여성 연주자들(왼쪽에서 두 번째 악기가 수르나이) 『축제의 책』(1720)에 수록된 세밀화, 이스탄불 톱카프 궁 소장

4. 사회, 문화 속의 수르나이

수르나이는 황실의 공식적인 행사나 의례뿐 아니라 중하류층의 터키인과 그리스인들이 즐기던 생활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카라괴즈’(Karagöz)는 “검은 눈동자”라는 뜻으로 14세기 후반 즈음부터 시작된 터키의 전통 그림자극이며, 시절부터 터키와 그리스에서 각광받았던 장르이다. 이 인형극에서는 스토리와 관계없이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늘 같은 이름이다. 카라괴즈에서 주인공인 카라괴즈와 그 상대역 하키바트(Hacivat)가 각각 다불과 수르나이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통해 수르나이와 다불이 오래전부터 터키인들의 생활과 문화 속에 녹아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터키의 그림자 인형극인 카라괴즈에서 주인공인 카라괴즈가 다불을, 상대역인 하키바트가 수르나이를 연주하는 그림

터키의 그림자 인형극인 카라괴즈에서 주인공인 카라괴즈가 다불을, 상대역인 하키바트가 수르나이를 연주하는 그림

비슷한 예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인형극 와양 쿨릿(Wayang Kulit)의 공연을 들 수 있다. 와양 쿨릿의 공연 때에도 무대에서 수르나이가 포함된 악기들의 합주가 곁들여진다.

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 와양 쿨릿

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 와양 쿨릿

한편, 르네상스 시대에 터키 지역을 그린 회화에서도 수르나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비토레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 1466~1525)의 《이교도의 세례》(Baptism of the Selenites, 1507년경)이다. 카르파초는 종교적인 내러티브를 회화의 주제로 삼았는데 여기에 이국적인 터키의 문화요소를 상징적으로 포함시켰다. 아래 그림은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인 성 게오르기우스(St. Georgius, ?~303)의 일생을 2개의 연작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중세 시대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쓴 『황금전설』(Golden Legend)에 의하면, 기사 출신 게오르기우스는 리비아에서 용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공주를 구했고 그 일을 계기로 왕을 비롯한 리비아인들이 모두 기독교로 개종하여 세례를 받게 되었다. 성 게오르기우스의 용맹한 활약으로 이교도들이 세례를 받는 스토리는 카르파초를 비롯한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주제 중 하나였다. 아래 그림의 왼쪽 끝에 수르나이를 연주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수르나이의 오른쪽에서 다불이 연주되고 있다. 그림 속 수르나이는 오늘날의 수르나이에 비해 아래로 훨씬 더 많이 퍼진 원추 모양으로 되어있다.

카르파초의 《이교도의 세례》

카르파초의 《이교도의 세례》 세례의식에서 연주되는 수르나이(왼쪽)와 다불

참고문헌

  • Contadini, Anna and Claire Norton. The Renaissance and the Ottoman World. Burlington: Ashgate, 2013.
  • Picken, Laurence Ernest Rowland. Folk Musical Instrument of Turkey. Lond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75.
  • Pixley, Mary L. "" Apollo (2003): 9.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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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rnay.” (Grove Music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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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u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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