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넷의 역사

요약 코넷(Cornet)은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장루이 앙투안(Jean-Louis Antoine)이 1828년경 처음 제작한 이래, 자유로운 반음계 구사와 빠르고 민첩한 연주,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브라스 밴드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편성되어 금관 파트의 고음역을 담당하다가, 19세기 후반 트럼펫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코넷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졌고, 트럼펫으로 대체했던 코넷 성부를 작곡가들의 본래 의도대로 코넷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보스톤 악기사(Boston Musical Instrument Manufactury)의 카탈로그(1869)

1. 코넷의 등장

코넷은 포스트 호른(Post horn)에 밸브를 부착한 밸브 포스트 호른(Valve post horn)에서 비롯되었고, 코넷의 발명과 관련하여 특허권이 발부되지는 않았다. 저명한 호른 연주자 루이 프랑수아 도프라(Louis François Dauprat, 1781~1868)에 따르면, 포스트 호른에 밸브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장루이 앙투안(Jean-Louis Antoine, 1788~1861)이었다.

왼쪽부터 크룩과 포스트 호른(프랑스, 1830년경 추정) 카를레스 크레츠만(Charles Kretzschmann) 제작,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 소장

1828년경, 장루이 앙투안은 둥근 모양의 독일 악기인 포스트 호른에 두 개의 밸브를 부착한 후, ‘코르네 아 피스통’(cornet à piston)이라 불렀는데, 이 악기가 현재의 코넷이다. 포스트 호른에 밸브를 연결하고, 악기의 관이 여러 번 감기면서 벨은 앞쪽을 향하게 되었다.

당시 장루이 앙투안이 사용한 밸브는 스퇼첼 밸브(Stölzel valves)이다. 스퇼첼 밸브는 독일의 호른 연주자 하인리히 스퇼첼(Heirich David Stölzel, 1777~1844)이 개발한, 최초의 성공적인 밸브 디자인이다. 발명가의 이름을 따 스퇼첼 밸브라 하며, 1850년대 이전, 특히 프랑스에서 인기 있었던 밸브이다. 또한 크룩(Crooks)¹⁾을 사용하여 여러 다른 조성을 연주했다.

두 개의 스퇼첼 밸브가 달린 B♭조 코넷과 크룩(프랑스, 1840년경 추정) 기샤르(Guichard) 제작, 에든버러 대학교 소장

스퇼첼 밸브가 부착된 코넷은 1860년대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Piston valves) 코넷이 대체했지만, 1951년까지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스퇼첼 밸브 코넷을 제작하였다.

코넷(프랑스, 1869) 알라리(Halary) 제작, 프랑스 음악박물관(Musée de la musique) 소장

2. 코넷의 전성기

1) 최초의 코넷 비르투오소 장바티스트 아르방

코넷은 무엇보다 반음계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독주 악기로 큰 인기를 얻었다. (Joseph Jean-Baptiste Arban, 1825~1889)은 프랑스의 코넷 연주자이자 지휘자로, 코넷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코넷 최초의 비르투오소(Virtuoso) 연주자였던 아르방은 코넷의 연주 테크닉을 개발하여 코넷이 진정한 독주 악기임을 증명했다.

1864년에는 『코넷과 색스혼을 위한 교본』(Grande méthode complete pour cornet à pistons et de saxhorn)을 출판했으며, 오늘날 위대한 코넷 걸작 중 하나인 “코넷을 위한 ‘베니스의 사육제’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sur le Carnaval de Venise)을 작곡했다. 아르방은 또한 1869년 파리 국립 음악원의 코넷 교수로 임명되어 코넷 수업을 개설하였는데, 이것이 트럼펫과 별도로 개설된 최초의 코넷 수업이었다.

비르투오소 코넷 연주자 장바티스트 아르방(1860년대 추정) 프랑스 국립 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소장

2) 영국으로의 전파

프랑스에서 둥글고 부드러운 음색과 빠르고 화려한 연주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코넷은 곧 영국으로 전해졌고, 영국 사람들은 코넷을 한동안 코르노피안(Cornopean)이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의 아마추어 밴드에서 키 뷰글(Keyed bugle) 대신 코넷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834년경에는 키 뷰글 연주자 조지 맥팔레인(George Macfarlane)과 트럼펫 연주자 토마스 하퍼 주니어(Thomas Harper Jr.)에 의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되었다.

왼쪽부터 B♭조 코르노피안과 크룩(영국, 1840년대 추정) 세 개의 스퇼첼 밸브를 장착했고, 밸브 위 세 개의 원통은 밸브 뚜껑(Cap)이다.
찰스 페이스(Charles Pace) 제작, 에든버러 대학교 소장

3) 코넷의 활약

코넷은 주로 브라스 밴드에서 고음역을 담당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브라스 밴드에서 코넷은 (Flügelhorn)과 더불어 소프라노 음역을 연주했고, 영국의 브라스 밴드의 경우 10대의 코넷을 편성할 정도로 코넷의 비중이 컸다.

또한 코넷은 19세기 중반 이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금관 파트에 편성되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작곡가들은 종종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두 대의 코넷과 트럼펫을 함께 편성하여 금관 파트의 고음역 반음계 부분을 연주하도록 했다. 한 예로,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Louis Hector Berlioz, 1803~1869)의 “”(Symphonie Fantastique, 1830)을 들 수 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중 1악장, 마디 408~414 두 대의 코넷(악보에는 ‘Cornet à piston’ 으로 표기)이 (idée fixe, 이데 픽스) 선율을 연주하고 있다.

3. 코넷의 쇠퇴와 부활

19세기 후반 이후, 밸브 트럼펫이 본격적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심포니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밴드에서도 많은 경우 코넷을 대체하게 된다. 베를리오즈, (César Auguste Franck, 1822~1890), (Claude Debussy, 1862~1918) 등 많은 작곡가들이 코넷과 트럼펫 간의 음색 차이를 염두에 두고 두 악기를 개별적으로 편성하였으나, 이런 구분이 무색해진 것이다.

코넷(프랑스, 1860년경) 구스타브 오귀스트 베송(Gustave Auguste Besson) 제작, 프랑스 음악박물관 소장

하지만 최근 들어, 코넷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트럼펫으로 대체했던 코넷 성부를 작곡가들의 본래 의도대로 코넷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편, 영국의 브라스 밴드들은 총 10대의 코넷(E♭조 소프라노 코넷 한 대와 B♭조 코넷 아홉 대)을 편성하여, 19세기 이래 코넷 연주 전통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