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폴로

추폴로

[ Zuffolo ]

요약 추폴로라는 이름으로 언급된 목관악기들은 14세기부터 이탈리아에서 독일, 영국 지역으로 퍼지면서 점점 대중화되었다. 이들은 리코더와 지공의 수는 다르지만 형태가 유사한 소형 악기로, 약 5세기가 흐르면서 형태나 음색이 유사한 다른 악기들과 같은 명칭을 공유하기도 하며 다소 복잡한 범주를 구성한다.
추폴로

추폴로

분류 관악기 > 목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최초 제작지역 이탈리아
최초 제작시기 14세기 이전으로 추정
주요 사용 지역 이탈리아, 독일, 영국
주요 사용 명칭 Zuffolo(이탈리아어), Zufolo(이탈리아어), Chiufolo(이탈리아어), Ciufolo(이탈리아어)
관련 악기 Picco pipe(피코 파이프), Recorde(리코더), Shawm(숌), Bird flageolet(새 플래절렛)

1. 추폴로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언급된 목관악기 추폴로(Zuffolo)는 취구(Duct)가 있고 뒷면에 엄지손가락 지공(Finger holes) 하나, 앞면에는 지공 두 개가 있는 작은 세로형 피리이다.

‘추폴로’(Zuffolo 또는 Zufolo)라는 이름은 라틴어 동사 ‘zufolare’ 또는 ‘sufolare’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입으로 휘파람을 불듯 호흡을 불어넣다’(to hiss, whistle)라는 의미가 있고, 어원의 속성상 추폴로가 가리키는 대상은 피리 형태의 모든 악기들이 될 수 있었다.

사실상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세로형 관 피리(duct flute)나 휘슬(whistle) 종류의 악기를 모두 추폴로라고 불렀기 때문에 구조면에서 다양한 악기들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대체로는 지공이 서너 개인 작은 크기의 고음역 목관악기들을 뜻했다.

2. 추폴로의 역사

초기의 추폴로는 길이가 약 8cm 가량이며 음역은 B6(시)음에서 C9(두 옥타브와 반음 위의 도)음까지로, 지공이 총 세 개 밖에 없고 길이가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두 옥타브 이상의 음역을 연주할 수 있었다. 지공 외에도 벨(Bell: 관악기의 소리가 방출되는 나팔 부분) 아래의 구멍을 손바닥을 이용해 막거나, 호흡의 세기를 이용하여 음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악기의 재질은 주로 회양목이며 악기의 형태는 원통 모양이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독일국립박물관(Germanisches Nationalmuseum)에 현재 지공이 세 개인 세로형 피리가 몇 대 소장되어 있으며 이 악기들의 최저음은 F5(파)음이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지역에서는 길이 약 29cm에 취구가 넓으며 지공이 여섯 개 있는 비교적 큰 세로형 피리도 추폴로라고 불렀다. 이 악기는 최저음이 C5(도)음으로, 14세기에 제작된 초기 모델보다 악기의 길이가 긴 만큼 두 옥타브 가량 음역이 낮다.

18세기에는 악기 형태와 구조는 같지만 음역대가 서로 다른 다양한 크기의 악기들을 추폴로라고 부른 경우도 있었다. 카이저(Reinhard Keiser, 1674~1739)의 오페라 “크로이소스”(Croesus, 1711)와 “조들레”(Jodelet, 1726)의 전원 장면 악보를 보면 ‘추폴로’(Zuffolo)라고 표기된 독주 부분이 있으며, 서로 다른 크기의 추폴로로 다양한 음역대에서 화음을 넣어 연주하도록 작곡되어 있다.

그러나 18세기에도 여전히 ‘추폴로’라고 지칭하는 악기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작고 음역이 높은 관악기라는 것이었다. 한 예로 최초의 영어 음악사전인 제임스 그라시노(James Grassineau, 1715~1769)의 『음악대백과사전』(A Musical Dictionary, 1740)에서는 추폴로가 길이 약 8cm의 악기로, 새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데 사용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쓰임새가 유사한 작은 고음역 피리로는 18세기 영국과 프랑스 지역의 ‘새 플래절렛’(Bird flageolet)도 있었다.

피코 파이프

피코 파이프 길이 8cm. 앞면에 두 개, 뒷면에 한 개의 지공이 있다.

추폴로는 이탈리아 맹인 연주가 조세프 피코(Joseph Picco, 1830년 출생)를 통해 1856년경부터 유럽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Sardinia) 섬 출신이라서 ‘사르디니아의 민스트럴’(Sardinian Minstrel)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피코는 1854~57년에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에서 추폴로 연주자로 커다란 명성을 떨쳤다.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독학으로 추폴로를 익히고 연주한 그는 밀라노로 건너가 연주활동을 하였고, 1855년에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아카데미아(Academia di S Cecilia in Rome)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1856년에는 런던의 코벤트가든(Covent Garden)에서 데뷔하여 추폴로 음악을 전파하였다. 그가 연주했던 악기는 8cm가 조금 안 되는 길이였으며 노란색으로 칠한 백목(white wood)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후 그가 연주한 이 작은 크기의 추폴로는 그의 이름을 붙여 ‘피코 파이프’(picco pipe)라고 부르게 되었다.

당시 그의 연주에 대한 평이 실린 잡지에 따르면 그는 이 작은 악기 하나로 매우 다양한 연주 기술과 기교를 선보였다고 전한다. 피코의 활발한 연주 활동 덕택에 피코 파이프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자 런던의 플루트 제작자들은 몇 년 동안 이 악기와 비슷한 모양의 회양목 악기들을 제작하였다. 영국 제작자 아서 윌리엄 심슨(Arthur William Simpson, 1857~1922)은 플라스틱 재질로 된 개량 악기를 제작하여 리코더(Recorder)를 배우기 위한 과도기적 악기로서 시장에 내놓기도 하였다. 당시 피코 파이프와 유사한 모양으로 어린이용 장난감이 함께 생산되면서 이 악기는 20세기 초까지 유행하며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3. 추폴로의 범위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북유럽의 악기 관련 서적들을 보면 지공이 서너 개인 고음역의 작은 목관악기들이 여러 가지 명칭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런 악기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자료는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알랭 드 릴(Alain de Lille, 1128~1203)의 저서 『자연의 통곡』(De Planctu Naturae, 1160년경)을 필사한 14세기 플랑드르 지방의 사본이다. 이 필사본에는 두 개의 세로형 피리를 포함하여 열한 가지 악기의 스케치가 나오는데, 그중 뒷면에 엄지 지공 하나, 앞면에 세 개의 지공이 있는 피리가 라틴어로 ‘피스툴리’(Fistuli), 중세 네덜란드어로는 ‘플로이트’(Floyt)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독일 작곡가이자 악기학자 제바스티안 비르둥(Sebastian Virdung, 1465년경 출생)의 『음악개관』(Musica getutscht, 1511)에 실린 목판화에는 지공이 네 개인 소형 피리가 보인다. 한 손으로 연주하는 이 피리의 이름은 ‘루스파이프’(Russpfeif)라고 표기되어 있다. 루스파이프의 ‘Russ’는 중세 독일어 ‘Rusch’, 중세 고지 독일어(Middle High German) ‘Rus’에서 나온 말로 모두 관악기의 리드(Reed)나 속이 빈 식물 줄기(cane)를 의미하며, ‘pfeif’는 관(pipe)을 뜻한다. 이처럼 꼭 관 피리뿐만 아니라, 리드를 사용하여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소리 내는 악기도 지공의 수나 악기의 크기 면에서 추폴로라고 볼 수 있다.

비르둥의 『음악개관』에 실린 루스파이프 그림

비르둥의 『음악개관』에 실린 루스파이프 그림

독일 작곡가이자 음악이론가였던 마르틴 아그리콜라(Martin Agricola, 1486~1556)도 『독일의 기악』(Musica instrumentalis deudsch, 1529)에서 ‘네 개의 지공이 있는 작은 피리’(klein Flötlein mit 4 löchern)를 언급했다. 비르둥과 유사하게 아그리콜라도 이 악기를 ‘Rüspfeiff’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17세기에는 미하엘 프레토리우스(Michael Praetorius, 1571~1621)가 『음악대전』(Syntagma Musicum, 1619) 2권의 부록에서 네 개의 지공이 있는 작은 피리(지공이 앞면에 세 개, 뒷면에 한 개)를 독일어로 ‘가어 클라이네 플록플뢰틀라인’(gar kleine Plockflötlein), ‘가어클라인 플뢰틀라인’(garklein Flötlein), ‘클라인 플뢰틀라인’(klein Flötlein) 등으로 지칭했다. 이는 모두 ‘아주 작은 리코더나 세로형 피리’라는 뜻인데, 실제로 프레토리우스는 리코더 족 악기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악기에 이 이름을 붙였다.

프레토리우스의 『악기대전』에 소개된 리코더 족 악기들(선 안쪽)

프레토리우스의 『악기대전』에 소개된 리코더 족 악기들(선 안쪽)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가어클라인 플뢰틀라인이다.

17세기부터는 더 크고 개량된 추폴로가 제작되었다. 바로크시대에 활약했던 작곡가들은 종종 작품에 추폴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악보에서는 음역대가 높은 세로형 피리를 가리키는 ‘플라우티노(flautino)’ 또는 ‘플라우토 피콜로’(flauto piccolo), ‘플라우티노 피콜로’(flautino piccolo)라는 명칭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한편 18세기에는 추폴로라는 명칭이 구조면에서 보다 다양한 악기를 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리드가 있는 목관악기 중에서도 특히 작은 숌(Shawm: 오늘날 오보에의 전신 악기)을 추폴로(Ciufolo)라고 불렀던 예가 있으며, 팬파이프(Panpipe)를 추폴로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이탈리아의 필리포 보난니(Filippo Bonanni, 1638~1723)는 세계 여러 악기의 모습을 담은 150개의 판화로 구성된 모음집 『조화로운 방』(Gabinetto armonico, 1722)에서 ‘추폴로 델 빌라노’(Ciufolo del villano)라는 악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춤을 출 때 주로 백파이프(Bagpipe)와 함께 자주 연주되는 작은 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동시대 작곡가 라인하르트 카이저가 언급한 추폴로는 ‘작은 크기의 숌’이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없다. 실제로 카이저는 “크로이소스”의 추폴로 성부에서 오보에와 바순을 사용하여 백파이프 소리를 모방하도록 했다.

추폴로가 숌이나 다른 세로형 피리가 아니라 팬파이프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보난니가 『조화로운 방』에서 추폴로 델 빌라노(Ciufolo del villano)와 별개로 추폴로(Ciufolo)를 ‘팬파이프’라고 설명해놓은 부분을 근거로 한다. 이와 유사한 용례로, 당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롬바르디아(Lombardy) 지역에서는 팬파이프를 ‘초폴로 파스토랄레’(zoffolo pastorale)라고 부르기도 했다.

추폴로는 이처럼 18세기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을 갖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추폴로라는 이름이 구조적으로나 크기 면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악기들을 칭하기도 했다. 이는 오늘날 고음악을 연구하는 학자나 연주자들이 추폴로라는 악기의 정체에 대해 다소 혼선을 빚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 Marcuse, Sibyl. "Picco Pipe." In Musical instruments: A Comprehensive Dictionary. New York: W. W. Norton, 1975.
  • Marcuse, Sibyl. "Russpfief." In Musical instruments: A Comprehensive Dictionary. New York: W. W. Norton, 1975.
  • "Picco pipe."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Rauschpfeife.”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 "Zuffolo."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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