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리

코피리

[ Nose flute ]

요약 코피리는 코의 호흡을 이용하여 연주하는 관 피리로, 가로로 부는 형태와 세로로 부는 형태 두 가지가 있다. 악기가 사용되는 지역이나 제작자에 따라 지공의 수가 각각 다르며 악기의 길이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다양하다. 코피리의 기원이나 역사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다수의 악기가 발견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생김새나 특징이 다르다.
코피리

코피리

분류 관악기 > 리드가 없는 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공기울림악기(Aerophone, 氣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Polynesia), 환태평양 지역
주요 사용 명칭 Nose flute(영어), Ohe hano ihu(하와이어), Ipu ho kio kio(하와이어), Pitung ilong(필리핀어), Kalaleng(본톡어), Nguru(마오리어), Kōauau ponga ihu(마오리어)
관련 악기 Nose whistle(코휘슬)

1. 코피리

가로로 부는 형태이든 세로로 부는 형태이든 상관없이, ‘코’로 관 속에 호흡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모든 종류의 피리를 일컬어 코피리(Nose flute)라고 부른다. 종종 ‘코휘슬’(nose whistl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코피리와 코휘슬은 악기의 생김새나 소리를 내는 메커니즘이 엄연히 다른 악기이므로 명칭을 서로 구분해서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코피리에는 세로로 부는 형태와 가로로 부는 형태 두 가지가 있다. 코피리의 소재로는 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대나무가 주로 쓰이며 악기의 길이는 악기 제작자에 따라 긴 것에서부터 짧은 것까지 다양하다. 악기의 길이는 평균적으로 25~50cm이다. 코피리는 악기 전체 길이에 비해서 관의 지름이 큰 편이다. 콧바람이 들어가는 구멍은 얼굴 쪽에 가까운 악기 단면에 근접해 있고 지공은 악기마다 개수가 다르다.

코피리는 표준적인 크기나 형태가 없기 때문에 제작자가 만든 결과물에 따라서 다양하며 각각 고유한 음색과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세 개의 지공으로 이루어진 코피리가 표준화되어 제작되고 있다. 다른 관악기에 비해서 지공의 수가 적은 만큼 코피리의 음역대는 한 옥타브 내로 한정되어 있다.

코피리 사용 지역

코피리 사용 지역

코피리는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비롯하여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있는 섬들로 이루어진 폴리네시아(Polynesia) 및 환태평양 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도 특히 태평양 제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특히 폴리네시아와 (Micronesia) 지역에서 코피리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미크로네시아 중에서도 특히 캐롤라인 제도1)(The Caroline Islands), 벨라우 공화국2)(Belau), 얍3)(Yap), 트루크 섬4)(Truck), 폰페이 섬(Pohnpei )에서 코피리가 활발히 사용된 흔적이 있다. 폴리네시아 지역 중에서는 뉴질랜드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사용되었다.

(Melanesia) 지역 중에서는 서 폴리네시아에 위치한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와 피지(Fiji)에 근접한 지역에서 현저하게 발견된 바 있다. 미크로네시아 지역 중에서는 캐롤라인 제도에서 특히 코피리가 많이 사용되었다.

폴리네시아 지역의 코피리

폴리네시아 지역의 코피리 길이 27cm, 둘레 4cm

타히티(Tahiti)에서 발견된 대나무 코피리

타히티(Tahiti)에서 발견된 대나무 코피리 관의 표면은 코코넛 섬유로 감겨져 장식을 더하고 있다.

토마스 윌리엄스(Thomas Williams)의 저서 『The Islands and Their Inhabitants』(1858)에 실린 ‘코피리를 연주하고 있는 피지(Fiji) 소녀’의 삽화

토마스 윌리엄스(Thomas Williams)의 저서 『The Islands and Their Inhabitants』(1858)에 실린 ‘코피리를 연주하고 있는 피지(Fiji) 소녀’의 삽화

2. 여러 가지 코피리

(1) 오하이 하노 이후

북태평양에 위치한 하와이에서는 코피리를 가리켜 ‘오하이 하노 이후’(ohe hano ihu)라고 부른다. 오하이(ohe)는 ‘대나무’를, 하노(hano)는 ‘찬미하다’, ‘강하게 호흡하다’를, 이후(ihu)는 ‘코’를 각각 의미한다. 따라서 각 단어들을 모두 조합하면 ‘코의 호흡으로 연주하는 대나무 피리’를 가리키게 된다. 종종 ‘오하이 하노 이후’를 줄여 ‘하노’(hano)라고 부르기도 한다.

‘찬미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 ‘하노’에도 함축되어 있듯이, 악기가 가지는 고유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하는 코피리는 특히 하와이 지역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구애할 때 연주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주로 남성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성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 코피리를 연주하는데, 이로써 여성이 자신의 연주를 듣고 악기 선율을 따라서 콧노래로 흥얼거리도록 유도한다. 남성의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코피리 연주에 응답하기 위해 여성은 자신이 직접 만든 코피리로 답가를 연주하기도 한다. 이처럼 코피리는 남녀 간 사랑을 간접적으로 소통하게 해주는 매개체로서 사용되었다.

또한 실제로 코를 이용하여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이 하와이식 인사문화 중 하나인 ‘입맞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하와이에서는 ‘입맞춤’을 가리켜 ‘호니’(honi)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인들은 인사를 할 때 상대방의 코와 코를 서로 맞대어 가볍게 스치는 호니를 하는 관습이 있다. 이들은 호니 행위를 통해서 서로의 향기를 맡으며 생명력과 다름없는 ‘호흡’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코피리 연주 행위 자체는 하와이식 인사문화와 정신이 반영된 악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편, 코피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구애를 하는 용도 외에도 성가 선율을 반주할 때 연주되기도 하고 특정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거나 특별한 날 축복을 기리기 위해 연주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코피리는 하와이를 비롯한 폴리네시아의 민속 무용인 훌라춤(hula)을 파후5)(pahu)와 함께 반주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울림통은 나무로 제작되었으며 윗판은 샤크스킨(sharkskin)으로 쌓여있는 파후(pahu)

울림통은 나무로 제작되었으며 윗판은 샤크스킨(sharkskin)으로 쌓여있는 파후(pahu) 높이 52.07cm, 지름 38.1cm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코피리는 거의 쇠퇴 위기에 이르렀지만 최근에 하와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 연주가들이 활발히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다시 부흥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전통음악들은 거의 사라진 상황으로, 하와이 출신의 음악가들이 코피리를 위한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면서 코피리 레퍼토리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와이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대나무로 코피리를 제작하며 악기 전체 길이는 25~50cm 정도, 지공은 2~3개이다. 하와이 원주민들로부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실제 존재하고 있는 코피리의 지공의 수가 1~4개로 천차만별이며 지공의 위치는 연주자의 취향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2) 피퉁 일롱

필리핀에서 사용되는 코피리는 필리핀 공용어인 타갈로그어(Tagalog)로 ‘피퉁 일롱’(pitung ilong)이라고 하며 어(Bontoc)로는 ‘켈로링’(kalaleng)이라고 부른다. 필리핀 북부 지방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산간 지방에 사는 필리핀 원주민들 사이에서 활발히 연주되었다. 켈로링은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길이는 다른 지역의 코피리에 비해 긴 편이며 관의 지름은 좁은 편이다. 지공은 일반적으로 3~4개이다.

오른쪽 또는 왼쪽 콧구멍 중 편한 곳으로 호흡하여 연주하게 되어있다. 사용하지 않는 한 쪽 콧구멍은 면 소재의 천으로 막아주어 호흡을 내쉬는 쪽의 콧구멍에 더 강한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한다. 피퉁 일롱 연주자는 코 호흡의 세기를 조절함으로써 배음(harmonics)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리핀의 코피리는 지공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처럼 다양한 배음 연주를 통해 두 옥타브 반 정도의 음역대를 가진다.

(3) 니그루

뉴질랜드에서는 ‘니그루’(nguru)라고 불리는 코피리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Māori) 사이에서 사용되었다. 마오리족은 나무, 박 줄기, 또는 고래 이빨을 깎아서 코피리를 제작하였으며 악기 표면은 매우 정교한 무늬를 새겨 장식하였다. 니그루는 코피리의 한 종류이지만 원주민들은 실제로 코보다는 입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19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뉴질랜드의 코피리 ‘니그루’

19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뉴질랜드의 코피리 ‘니그루’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은 특히 박으로 제작되는 코피리를 일컬어 ‘카와우 퐁가 이후’(kōauau ponga ihu)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에서는 이를 ‘이푸 호 키오 키오’(ipu ho kio kio)라고 칭한다. 카와우 퐁가 이후는 악기의 목 부분(살짝 움푹 파인 부분)에 숨구멍이 있어 연주자는 이곳에 코를 대고 숨을 불어넣는다. 코의 호흡을 이용한 악기이지만 악기 음향 원리는 (ocarina)와 비슷하다. 카와우 퐁가 이후는 악기 몸통 부분에 지공을 몇 개 뚫는지에 따라 음역대가 다양하다.

참고문헌

  • Baines, Anthony. Woodwind Instruments and Their History. Dover Publications, 2012.
  • Raine-Reusch, Randy. Play the World: The 101 World Instrument Primer. Mel Bay Publications, 2010.
  • Sachs, Curt. The History of Musical Instruments. Courier Corporation, 2012.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Nose Flute.” (The Oxford Companion to Music).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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