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교배

근친교배

[ inbreeding ]

한 부모로부터 나온 동일 세대 자손처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개체간의 교배를 의미한다. 근친교배는 주로 동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식물의 경우 자가수정을 의미한다. 목적형질의 출현율을 높여 여러 개체가 포함된 무리 및 집단 내 형질을 균등화하기 위해 근친교배가 선택적 육종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반복적인 근친교배는 생존에 불리한 열성유전자의 동형접합체 생산의 가능성이 높아 해롭다. 특히 이동능력이 없고 바람과 같은 자연적 요소나 매개충에 의해 수분하는 식물은 다변적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가수분에 의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

목차

근친교배를 이용한 품종 개량

동물이나 식물을 막론하고 반복되는 근친교배는 해롭다. 하지만 아래 그림처럼 1세대 자식간의 교배를 통해 2세대 목적형질(A)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 근친교배를 시키기도 한다. 이를 통해, 2세대 자손 전 집단의 형질을 안정적으로 균등화시킬 수 있으며 형질 고정을 유도할 수 있어 가축이나 가금의 형질 또는 혈통유지 및 개량에 이용된다. 예로 경주마 서러브렛(thoroughbred)의 품종유지 및 개량, 높은 산유량을 가진 젖소 또는 많은 알을 낳는 닭의 품종 개량의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자식성 식물(작물)에서도 이형접합체의 자가수정을 통해 우성 동형접합체와 열성 동형접합체를 만들어 우량개체 및 계통의 선발을 통한 육성 및 불량개체 및 계통을 제거하기 위해 이용된다.

목적형질의 출현 가능성을 높여 집단 내 형질 균등화를 위한 근친교배 (출처:한국식물학회, 이상원)

식물의 교배(수정)

식물에서는 교배와 함께 수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식물의 수정은 꽃을 피우고 암술이 자신의 꽃가루와 교배하는 자가수정(self-pollination; autogamy)과, 다른 개체 간의 꽃가루와 암술의 수분으로 인한 타가수정(cross-pollination; allogamy)이 있다.

  • 자가수정을 하는 식물을 자식성 식물이라 한다. 자식성 식물은 고도의 근친교배로 인해 자손 세대들의 형질이 동형접합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식성 식물은 자웅동체이며 속씨식물의 10~15%가 자식성 식물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자식성 식물의 특징은 타식성 식물에 비해 꽃의 수가 적고, 꽃자루의 길이가 짧으며, 꽃의 향기가 없고, 1개의 꽃가루 주머니에서 적은 수의 꽃가루가 생성된다. 형질의 다양성 차원에서 자식성 식물은 불리해 보이나, 자가수정을 통한 번식은 자손 생산율 면에서 타식성에 비해 월등히 쉽고 높은 결실률을 가진다. 더불어 형질적 변이가 적으면서 같은 형질이 유지되며, 특별한 매개체가 없어도 수분이 가능하다. 자식성 식물은 한 개체에 암, 수가 공존하는 자웅동체이므로 한 개체의 이식만으로도 결실을 통한 분산이 가능하여 다른 지역으로의 번식이 쉽고 번식 속도 또한 빠르다. 작물의 경우 높은 결실률을 가진 우수형질을 얻고 그 형질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우수형질의 자가수분(근친교배)을 이용하고 있으나, 반복된 자가수분은 개화 및 생육의 형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자가수분 열세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 타가수정을 하는 식물은 타식성 식물이라 하며 자가 수분/수정을 피하기 위해 자웅이주이거나, 암수의 성숙 시기가 다르거나(자웅이숙), 자가불화합성(self incompatibility)을 가지고 있어 단일 개체로는 수정을 통한 번식이 불가능하여 항상 암, 수가 포함된 여러 개체를 동일 경작지에 같이 재배해야 한다. 타식성 식물의 번식률은 5% 이하로 자식성 식물에 비해 매우 낮고, 자손의 대립 유전자가 이형접합체일 확률이 매우 높다. 자웅이주 식물로는 시금치, 삼, 파파야, 은행나무 등이 있으며, 자웅동주이나 웅성선숙인 식물은 옥수수, 감, 오이, 수박 등이 있다.

자식성 식물과 타식성 식물의 수정 방법

  • 자식성 식물의 꽃의 구조나 꽃가루(화분)의 비산시기 등은 특징이 있다. 향기제비꽃(Viola odorata, 아래그림 참고)의 경우 꽃잎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분/수정이 일어나는 폐화수정을 한다. 다른 자식성 식물의 경우 개화 이후에도 암술머리꽃밥(약, anther)이 꽃잎에 의해 감춰져 있거나, 꽃밥이 터지기 전에 암술머리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양상추나 콩 등은 꽃가루가 개화 전에 터지기도 하며, 토마토, , 밀처럼 개화와 동시에 꽃가루가 터져 비산하는 형태로 자가수분을 돕는다.

폐화수정을 하는 향기제비꽃 (출처: )

  • 타식성 식물이 타가수정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 또한 다양하다. 옥수수, 딸기, 시금치와 같이 배우자의 공간적 격리를 통해(암수한그루, 암수딴그루 등) 타가수정의 확률을 높이거나, 양파, 도라지, 복숭아처럼 수술과 같은 웅성기관이 암술과 같은 자성기관보다 먼저 성숙하는 웅예선숙, 또는 반대로 아보카도처럼 자성기관이 먼저 성숙하는 자예선숙을 통해 타가수정을 돕는다. 십자화과나 해바라기처럼 자가화분을 인식하여 배타하는 자가불화합성을 가지거나, 수정능력이 있는 수술을 생산하지 못하는 웅성불임성, 또는 붓꽃과처럼 암술과 수술의 위치상 자가 수분이 거의 불가능한 장벽수정을 통해 타가수정을 한다.

붓꽃 사진과 명칭, 붓꽃은 암술대 끝 안족면에 암술머리가 존재하며 수술은 암술대 아래와 외화피 사이에 숨어 있다(출처:GettyImagesKorea)

  • 자식성과 타식성 식물의 중간형도 존재한다. 수수, 목화, 해바라기 등이 이에 속한다.

자가불화합성의 대표적 기작

꽃이 피는 대부분의 식물은 자기의 꽃가루 또는 계통적으로 아주 가까운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들이지 않게 진화하였다. 이런 성질을 자가불화합성(self incompatibility)이라 한다. 앞서 설명한 꽃의 구조 등 물리적 특성에 의한 자가수정의 방지 외에, 동물의 면역반응과 비슷하게 자신의 세포와 자신의 세포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분자적 기작을 통해 자가수정을 방지한다. 이를 위해 식물은 S-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암술머리의 S-당단백질과 꽃가루의 S-단백질을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두 가지 불화합성 기작은 배우자체 자가불화합성과 포자체 자가불화합성이다.

  • 배우자체 자가불화합성(gametophytic self-incompatibility, GSI): 꽃가루가 서로 일치하는 대립인자를 가진 암술머리에 닿으면 꽃가루관이 발달하지 않거나, 발달해서 암술대 속으로 생장하더라도 밑씨에 도달하기 전에 생장을 멈춘다. 다시 말해 꽃가루가 가진 반수체(n)가 암술머리에 있는 2개의 대립인자 중 한 개와 동일한 경우 꽃가루는 자신으로 인식하고 수정을 위한 꽃가루의 발달과 생장을 멈춘다. 이처럼 웅성배우자체가 가진 유전자에 의해 일어나는 자가불화합성을 의미한다. 가지과, 볏과, 클로버가 이에 속한다.1)

배우자체 자가불화합성 (출처:한국식물학회, 이상원)

  • 포자체 자가불화합성(sporophytic self-incompatibility, SSI): 불화합성이 꽃가루의 유전자가 아닌 꽃가루가 생성된 모체의 유전자형에 의해 결정되는 불화합성이다. 배추과, 국화과, 사탕무가 이에 속한다. S1S1과 S1S2 간의 교배 시 S1S2에서 생산되는 꽃가루 S2는 S1S1과 다른 유전자이지만 같은 유전자(S1)를 가진 식물체에서 생산되었기에 꽃가루에 섞여있는 S1유전자의 산물이 자가불화합성을 유발시켜 수정이 일어나지 않는다.2)

포자체 자가불화합성 (출처:한국식물학회, 이상원)

관련용어 해설

  • 동형접합체: 대립유전자가 모두 같은 상동염색체를 가진 세포 및 유기체 (반어: 이형접합체)
  • 수분: 수분은 바람, 곤충, 새에 의해 수술의 꽃가루(화분)가 암술의 멀리까지 옮겨지는 것
  • 수정: 암술머리에 옮겨진 꽃가루가 암술대를 통과해 씨방 속의 밑씨와 결합하는 것
  • 서러브렛(thoroughbred): 경마 종으로 영국에서 17세기에 영국 토산 암말과 아랍 수말을 교배시켜서 탄생시킨 것
  • 암수한그루(자웅동주): 난자가 생성되는 암꽃과 정자 기능의 수꽃으로 분리된 단성화가 하나의 개체에 피는 것
  • 암수딴그루(자웅이주): 암꽃과 수꽃이 암그루와 수그루로 따로 분리되어 각기 다른 개체에 피는 것 (자웅이체, 자웅별주)
  • 웅성: 수컷

참고문헌

1. Franklin-Tong VE, Franklin FCH (2003) The different mechanisms of gametophytic self-incompatibility.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358: 1025–32
2. Hiscock SJ, Tabah DA (2003) The different mechanisms of sporophytic self-incompatibility.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358: 103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