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딴그루

암수딴그루

[ dioecy ]

성이 분화된 생물에서 암 생식기관과 숫 생식기관이 한 몸에 만들어지면 ‘암수한몸’(자웅동체), 다른 개체의 몸에 분리되어 발달하면 ‘암수딴몸(자웅이체)이라고 한다. 식물에서는 이를 ‘암수한그루(일가화)’, ‘암수딴그루(이가화)’라고 한다.1)

암수딴그루 식물인 주목의 암생식기관과 수생식기관의 비교 (A, 암그루 생식기관. B, 암생식기관의 절단면. C, 수생식기관과 꽃가루) (출처:김형섭)

목차

식물의 생활사와 성 분화

다세포 체제를 갖는 많은 식물의 경우 유성생식의 수단인 정세포알세포는 기본적으로 암배우체(female gametophyte; 1n)와 수배우체(male gametophyte; 1n)의 배우자낭에서 만들어지며, 이들이 수정하여 접합자(zygote)가 되고 접합자가 분열 생장하여 포자체(sporophyte; 2n)로 자란다. 성장한 포자체는 포자낭을 형성하고 이곳에서 감수분열 포자를 형성, 방출, 발아하면 배우체가 되는 생활사를 반복한다.1)

우리가 먹는 홍조류 김속(Pyropia) 식물의 경우 많은 종류가 ‘암수한그루’ 배우체를 가지나 잇바디돌김, 긴잎돌김 등 상당히 많은 종은 ‘암수딴그루’ 배우체이다. 선태식물은 대부분 배우체가 암수딴그루이나 고사리류의 배우체는 대개 ‘암수한그루’이다.

그러나 종자식물의 경우 ‘암수한그루’ 혹은 ‘암수딴그루’는 포자체의 생식기관 발생 중에 형성되는 대포자낭(megasporangium)과 소포자낭(microsporangium)을 기준으로 구별한다. 이들 2개 포자낭이 한 식물체 몸에 형성되면 ‘암수한그루’, 서로 다른 개체에 각각 분리되어 형성되면 ‘암수딴그루’라 한다. 겉씨식물의 경우 은행나무, 주목 등은 대포자낭과 소포자낭이 각각 다른 개체에 만들어지는 ‘암수딴그루’이지만 소나무 등은 ‘암수한그루’이다.

생식기관으로 이 발달한 속씨식물의 경우 대포자낭은 수술꽃가루에 해당하고, 대포자낭은 암술밑씨(ovule)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술만 있는 수꽃과 암술만 발달하는 암꽃이 각각 다른 개체에 피면 ‘암수딴그루’, 한 개체에 함께 피면 ‘암수한그루’라고 한다. 암술과 수술이 하나의 꽃 안에 발달하는 양성화(bisexual flower)를 갖는 식물과 호박처럼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지만 이들이 한 개체에 피는 것은 모두 ‘암수한그루’이다.

암수딴그루 식물들

암수딴그루 식물은 은행나무, 주목, 비자나무 등 겉씨식물과 버드나무, 생강나무, 식나무, 소귀나무, 참마, 시금치, 수영 등 속씨식물 등이 있다.

시금치의 암수딴그루(A)와 수꽃(B) 및 암꽃(C) 비교 (출처: 김형섭)

버드나무속 식물은 암수딴그루 식물이다(A, 수그루왼수꽃. B, 암그루 암꽃). (출처: A;wikimedia commons B;)

암수딴그루 식물의 수수깨끼

다윈(Darwin 1876) 이래 속씨식물 중 ‘암수딴그루’ 식물은 식물 생태 및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2) 이는 ‘암수딴그루’ 식물은 자가수정(self-fertilisation; 한 안의 수술꽃가루암술머리에 접촉하여 수분이 이루어지는 것) 없이 반드시 수분매개자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분 확률이 낮고, 동일 개체군 내의 1/2 개체(수꽃을 피는 개체)는 종자를 생산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종자 산포 면적이 제한되는[이를 '종자-그늘 불이익(seed-shadow handicaps이라 함] 불이익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3)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속씨식물의 5-6%(15,600여종)는 ‘암수딴그루’ 식물로 175과 987속에서 광범위하게 출현한다.3) 이처럼 생존의 불이익에도 '암수딴그루' 종들이 각 분류군에서 독립적으로 파생하여 진화한 것은 식물 진화의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아마도 자가수정의 이익보다는 타가수정을 통한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생식 방법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3)

일반적으로 ‘암수딴그루’ 식물은 풍매화 비율이 높고(31.6%), 생존기간이 길며, 한 종 내에 암꽃, 수꽃, 양성화 등이 혼재하는 경우가 많다.3) 개나리처럼 별도의 나무에 암술의 길이가 다르고 수술의 위치가 다른 이화주성(heterostyly) 꽃은 비록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는 양성화이지만 단성화로 기능하기 때문에 양성화가 단성화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관련용어

, 암꽃, 수꽃, 포자낭, 이화주성

참고문헌

1. 김영동, 신현철 역 (2011) 식물계통학. 월드사이언스, 607
2. Darwin, CR (1876) The effects of cross and self fertilisation in the vegetable kingdom, John Myrray, UK.
3. Renner SS (2014) The relative and absolute frequencies of angiosperm sexual system: Dioecy, monoecy, gynodioecy, and an updated online database. Am J Bot, 101: 1588-1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