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

발아

[ germination ]

발아는 보통 종자(씨앗) 속에 들어있는 식물이 성장을 시작하는 시점을 뜻하며, 속씨식물이나 겉씨식물의 종자로부터 유묘(seedling)가 자라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아를 통해 식물의 유묘가 형성되며, 종자의 대사기작을 재활성화하여 어린뿌리(radicle)와 어린싹(plumule)이 출현한다. 발아는 건조된 종자에 물을 포함한 다양한 발아 촉진 요인이 공급되어 시작되며, 그 후 배축이 발달하여 어린뿌리(유근)와 어린싹이 성장하게 된다.

해바라기 발아 (출처: gettyimages)

목차

발아의 진행단계

종자 발아를 보다 상세하게 구분하면 수분 흡수기, 생리적인 변화시기, 발아 후 성장기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수분 흡수 단계에서는 건조 종자가 물을 흡수하여 세포의 구성 성분들이 다시 수화(水和)되면서 종자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는 주로 세포벽과 저장 단백질 및 저장 다당류가 물을 흡수하면서 진행된다. 씨앗이 물을 흡수하면 종자에서 대사 작용이 다시 시작되며 동시에 종자의 호흡이 시작된다. 종자는 발달 초기에는 해당 작용을 통해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잠시 생장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이후의 대사 작용 및 발달을 위해서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 와 같은 수생식물의 종자는 육상식물의 종자와는 달리 저산소 조건이나 물 속에 잠긴 상태에서도 발아가 가능하다.

수분 흡수기 이후에 배아는 대사 활동을 재개하고 세포들은 분열과 성장을 반복한다. 이를 위해서 씨앗에 저장되어 있는 녹말, 단백질, 지방 등을 분해하여 생장점으로 수송할 필요가 있으며, 분해되어 사용될 저장 물질들은 주로 외떡잎식물에서는 배젖(배유)에 쌍떡잎식물에서는 떡잎에 저장된다. 발아 후의 수송에 용이하도록 저장물질이 수용성 아미노산과 당으로 분해되고, 해당 효소들의 합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이후, 발아한 씨앗은 식물의 묘목으로 성장한다.

발아의 진행단계 및 물의 유입량 곡선. (출처: 한국식물학회)

발아의 조건

종자발아는 내적 및 외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외부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로 물과 산소 호흡 이외에 온도와 빛 조건 등이 있다. 이외에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종자발아를 위해 다른 변수들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조건들은 해당 식물의 자연 서식지의 생태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어떤 종자의 경우 발아 반응이 종자 형성될 때의 환경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1)

성숙한 종자가 세포 대사와 성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물을 흡수하여야 한다. 종자가 물을 흡수하는 것을 침윤(imbibition)이라 하고 이 과정은 씨껍질이 팽창하여 깨지게 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종자 형성동안 녹말, 단백질, 지방과 같은 영양분을 저장한다. 이 영양 저장분은 가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한다. 종자가 물을 흡수하면 저장 영양분을 대사반응에 쓰일 영양소로 분해하는 분해효소들이 활성화된다. 어린 싹이 씨껍질 밖으로 자라 나고 뿌리이 성장하면 유묘의 저장 영양분은 대부분 거의 고갈된다. 이 때부터 광합성이 어린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산소는 발아하는 종자의 대사 반응에 필요하다. 산소는 유기호흡에 필요하며, 유묘가 자라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산소는 대기에 존재하는 기체로 흙에서 너무 깊이 종자를 심거나 침수되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어떤 종자는 산소가 통과하지 못하는 씨껍질을 가지고 있어 물리적 휴면상태에 있다. 이러한 종자가 발아하기 위해서 씨껍질이 깨지거나 제거되어야 한다.2)

온도는 발아하는 세포의 대사 작용 및 성장 속도에 영향을 준다. 많은 씨앗이 섭씨 20-30도 정도의 온도에서 발아하며 이를 발아 적온이라고 한다. 온도는 종자의 휴면에 관여하는 중요 요소 중의 하나이며 일부 종자는 일정 기간의 저온 처리인 춘화처리(vernalization) 후에 발아하거나 산불로 인한 고온으로 종자의 종피가 손상되어야 발아가 가능하다.

발아시기에 빛에 반응성을 보이는 종자들을 광발아 종자라고 부른다. 양상추, 담배, 겨우살이 등 광발아 종자는 어둠 속에서 발아하지 않으며 발아를 위해 빛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양파, 백합, 비름 등 암발아 종자는 빛에 노출되면 발아율이 감소한다. 광발아 종자에서 가시광선의 적색광은 발아에 가장 효과적이다. 근적외선은 적색광과 반대로 작용하여 종자를 휴면 상태로 만든다. 이러한 씨앗의 적색광 및 근적외선 감도는 청색색소단백질인 피토크롬(phytochrome)에 의해 조절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3)

휴면

종자의 휴면은 식물의 진화 과정에서 확보된 생존 기작의 하나이며, 발아에 유리한 조건이 확보될 때까지 발아를 일시적으로 억제시키는 것이다. 종자의 숙성시기에 휴면이 유도되고, 일정 시기가 지난 후에 건조상태의 종자에서 휴면이 해제되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종자 식물에서 관찰되었다. 종자 식물들에서 호르몬 조절을 통한 종자휴면 조절기작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앱시스산(abscisic acid)에 의한 종자휴면 유도와 유지, 지베렐린(gibberellin)에 의한 휴면 해제는 많은 종에서 관찰된다. 종자휴면의 포괄적인 기작은 다음 그림과 같으며, 식물의 종에 따라 달라지는 빛에 대한 종자의 반응이 호르몬 대사 및 신호 전달을 통해 조절된다는 것이 알려졌다.4)5)

앱시스산과 지벨릴린 대사의 상호 작용. (위) 적색광에 의해 형성된 Pfr은 지벨릴린 함량을 증가시키고 앱시스산 함량을 감소시킴. 적색광에 의해 유도된 지벨릴린 축적은 또한 앱시스산 함량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함. (아래) 근적외선에 의해 Pfr이 없어지면, 앱시스산 함량은 Pfr에 의한 음성 규제(negative regulation)의 상실로 인해 더욱 증가함. 동시에 증가된 앱시스산에 의해서 지벨릴린 함량이 감소하여 발아가 억제됨. (출처: 한국식물학회)

참고문헌

1. Raven PH, Evert RF, Eichhorn SE (2005) Biology of Plants, 7th Edition. New York: W.H. Freeman and Company Publishers, 504–508 
2. Siegel SM, Rosen LA (1962) Effects of reduced oxygen tension on germination and seedling growth. Physiol Planta, 15: 437–444
3. Seo M, Nambara E, Choi G 등 (2009) Interaction of light and hormone signals in germinating seeds. Plant Mol Biol, 69: 463-472
4. Bewley JD (1997) Seed Germination and Dormancy. Plant Cell, 9: 1055-1056
5. Bewley JD, Bradford KJ, Hilhorst HWM 등 (2013) Seeds: physiology of development, germination and dormancy. Springer,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