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처리

춘화처리

[ vernalization ]

춘화처리란 식물을 장기간의 겨울 저온에 노출하거나 일정 기간 인위적인 저온 처리를 하여 식물이 을 피우도록 하는 과정이다. 즉, 저온의 처리로 꽃피는 능력을 획득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온대 기후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은 겨울이 일정 기간 지속된 이후에 비로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 이러한 식물은 생식기관을 가을보다는 봄에 발달시켜 여름이나 가을에 씨앗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겨울 저온으로 여겨지는 온도는 섭씨 1도에서 10도 사이이며 춘화처리에는 온도와 더불어 저온이 계속되는 기간도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화처리(vernalization)의 어원은 라틴어의 ‘vernum’으로서 ‘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1)2)

춘화처리, 즉 일정 기간 저온 지속으로 인한 개화 (출처:한국식물학회)

목차

춘화처리 기작

과실수와 같은 다년생 식물의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휴면기(dormancy)를 유도하기에 일정 기간의 추위가 필요하며 휴면이 타파된 이후에야 을 피운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일년생 또는 이년생 식물들, 그리고 밀과 같은 겨울 곡물들은 꽃을 피우기 전에 반드시 긴 겨울을 거쳐야 한다. 특히 첫 해에는 영양생장을 하고 두번째 해에 생식 생장, 즉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년생 식물들의 경우에는 오직 일정 기간의 겨울을 지나거나 저온 처리 이후에야 꽃을 피운다.

춘화처리 효과가 있으려면 식물이 어느 정도 자라야 한다. 이는 줄기생장점이 저온을 인지하기 때문이며 다른 부위 만을 춘화처리하면 그 효과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춘화처리 만으로는 개화가 촉진되지 않으며 춘화처리 후 장일 조건을 유지하여야 생식생장을 하게된다.

애기장대의 연구에 의하면 FLC라고 하는 개화 억제자의 발현이 춘화처리 동안 후성유전학적(epigenetics) 기작에 의해 저하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3)

효과적으로 싹이 트거나 꽃이 피기위해서는 저온처리 외에도 수분과 산소의 공급이 필요하다. 충분한 저온처리를 받은 종자라도 수분함량이 40~50% 이르지 않으면 발아하지 않는다. 건조한 종자는 춘화처리 효과가 없다. 산소는 싹이 트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산화에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저온에서 어떻게 효소 작용을 통한 산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춘화처리의 농업적 이용

오랜 인류의 농경사를 통하여 농부들은 충분한 추위를 거쳐야 싹이 트는 겨울 곡물과 봄에 씨를 뿌려도 싹을 틔울 수 있는 봄 곡물을 구분하여 재배해 왔다. 19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겨울 곡물이 싹트기 위하여 일정 기간의 저온이 필요하며 낮의 길이가 충분히 길어야 함을 발견했다.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주로 경작하는 작물은 밀이다.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동안에 춘화처리가 되면 이른 여름 피고 곡물을 수확하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나, 캐나다 등 겨울 기온이 매우 낮은 지역에는 식물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쉽게 죽기 때문에 밀을 가을에 심지 못한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봄밀을 심는데 봄밀을 겨울밀과 달리 춘화처리를 하지 않아도 꽃피고 종자를 맺는다. 겨울밀과 봄밀을 비교한 결과 겨울밀에는 VRN1이라는 유전자가 있으며 봄밀에는 이 유전자가 결여되었기 때문을 알게되었다. 따라서 겨울밀에서도 VRN1을 제거하면 춘화처리 없이도 종자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4)

식물호르몬 지베렐린이 춘화처리와 빛 처리를 하지 않은 겨울 곡물이나 두해살이 식물에서 싹이 트게 하거나 꽃이 피도록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농업에서는 양파의 경우와 같이 작물에 따라 꽃이 피지 않고 영양생장 상태로 남아 있어야 유리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춘화처리와 반대의 온도와 빛 처리를 함으로써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처리를 탈춘화처리(devernalization)라고 하며 작물에 따라 중요 재배 기술로 적용된다.

봄밀(담장 왼쪽)과 겨울밀(담장 오른쪽) (출처:GettyimagesKorea)

참고문헌

1. Chouard P (1960) Vernalization and its relations to dormancy. Ann Rev of Plant Physiol, 11: 191–238
2. Taiz L, Zeiger E, Mőller IM 등 (2015) Plant Physiology and Development. 6th ed. Sinauer Associates, Inc. Sunderland, USA, 605-608
3. Michaels SD, Amasino RM (2000) Memories of winter: Vernalization and the competence to flower. Plant and Cell Environment 23: 1145-1154
4. Yan L, Loukoianov A, Tranquilli G 등 (2003) Positional cloning of the wheat vernalization gene VRN1. PNAS, 100: 6263-6268